독립서점 출판사 창업 운영/취미는 없고 특기는 돈 안 되는 일 67

부유하는 단어들, 부유하는 삶

[임당생활문화센터 글쓰기 수업] 부유하는 단어들, 부유하는 삶 이야기에 둘러싸여 있다. 책상 한편에는 읽어야 하지만 아직 읽지 못한 책들이 가득 쌓여있다. 한 권의 책을 읽는 동안, 세상에는 수십 개의 책이 태어난다. 너무 많은 정보가 들어와서일까, 처리할 수 있는 단어 수를 초과해서일까? 몇몇은 눈으로 읽고 있지만, 머릿속으로 들어오지 않고 그냥 스쳐 지나간다. 의미 없는 단어, 공감되지 않는 이야기, 그들끼리 주고받는 자화자찬. 모든 사람의 마음을 공감하고, 세상 모든 것을 이해하는 건 사실 불가능하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 주길 바란다. 하지만 남의 이야기는 귀 기울여 듣지 않는다. 관심도 없다. 그래서 어느 순간 지금 내가 쓰고 단어가, 내뱉는 언어가 다른 이들에게 어떤 의미로..

반짝이는 바다, 초록초록한 바람

[두물결 글쓰기 모임] 반짝이는 바다, 초록초록한 바람 노트북 배터리가 10% 남았다. 나는 지금 글쓰기 모임 사람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밤 바다 앞 모래사장에 앉아있다. 이어폰에서 신지훈의 스물하나 열다섯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다. 밤바다를 보며 지난 5월을 되새기며 정리해본다. 밤바다의 따뜻한 바람이 참 좋다. 곧 있으면 무더운 바람이 오겠지. 지금 이 순간을 마음껏 즐겨야 겠다. 다음 노래는 우디의 혹시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 같다면이 나오고 있다. 글쓰기를 마치기로 한 시간까지 이제 10분 남았다. 배터리는 9%. 글을 쓰다 잠시 바다를 본다. 가로등 불빛으로 모래사장에 그림자가 생겼다. 초록색 조명이라 그런지 그림자의 테두리가 프리즘 테두리에 생기는 무지개 색이다. 바다에서 쓰던 글은 노트북이 꺼..

구름의 시간

[임당생활문화센터 글쓰기 수업] 사물에 대해 글쓰기구름의 시간 시계의 숫자가 59에서 00으로 바뀌는 순간, 불을 껐다. 문을 잠그고 밖으로 나왔다. 근처 주차해 놓은 차에 타 시동을 걸려는 순간, 노트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다시 돌아가 노트북을 챙겼다. 노트북 충전선은 다른 선들과 꼬여있었고, 본의 아니게 몇 분이 지나갔다. 수업에 늦지 않으려고 저녁도 미리 먹었는데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했다. 오늘도 도착 시간이 예상보다 늦어지겠군.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님께는 죄송하지만 이왕 늦은 거 천천히 가기로 마음 먹었다. 수업이 진행되는 건물에 들어섰는데, 함께 수업 듣는 분이 1층에 계셨다. 수업이 진행되는 곳은 4층,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교실로 향했다. 혼자 늦은 게 아니어서 마음이 편했고, 함께..

최선을 다해도 우리는 망하지 않아

https://x.com/22props/status/1093906129992671232  [임당생활문화센터 글쓰기 수업] 최선에 대해 글쓰기최선을 다해도 우리는 망하지 않아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하는 편이다. 경우에 따라 대충 넘어가도 되는 일은 적당히 마무리 짓고 끝내야 하는데 그걸 잘못해 종종 후회한다. 사실 최선을 다하는 행위는 한도 끝도 없는게 아닐까 싶다. 볼 때마다 고칠 것이 나오는 이 글처럼 말이다.학생 때는 열심히 노력했는데 원하는 대학이 아닌 조금 덜 원하는 대학에 갔다. 취업할 때는 내가 꼭 하고 싶은 직업만을 생각했는데, 최선을 덜 한것인지 꼭 하고 싶은 직업이 아닌 같은 업종의 같은 듯 다른 일을 했다. 지금 살고 있는 집도 내가 꿈꿨던 것보다는 조금 더 작고 햇빛도 덜 들어온다. ..

멈춰있는 것처럼 보여도 뿌리를 내리는 중

사진: Unsplash의Zoe Schaeffer [두물결 글쓰기 모임]멈춰있는 것처럼 보여도 뿌리를 내리는 중4월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일요일 근무를 마치고 바로 퇴근해 집에 갈까 고민하다 한 동안 바다에 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바다가 보이는 새로 생긴 카페로 향했다. 바로 칼퇴해서 갔으면 달랐을까, 어영부영하다 결국 카페에 도착하니 하늘이 어두워졌고 창밖으로는 어둠만이 보인다. 그래도 여행 온 기분이 들어 좋다. 바다는 이번 주 쉬는 날 원 없이 봐야지.매달 한 편의 글을 쓰고 있다. 글을 쓰기 위해 지난 한 달 동안 난 어떻게 살았는지, 잘 살고 있나 되돌아보게 된다. 사람들은 이러한 이유로 글을 쓰는게 아닐까. 글을 쓴다는 것은 과거를 돌아보고, 결국 미래를 생각하는 일이 아닐..

주의! 깨지거나 넘치기 쉬움

[두물결 글쓰기 모임]주의! 깨지거나 넘치기 쉬움  글쓰기 모임에서 책으로 만들 매월 한 편의 글을 쓰기로 했지만, 그달을 모두 보내고 지난달을 되돌아보는 글을 쓰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몇 년 만에 혼자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자영업자가 문을 닫고 장기 여행을 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다. 문을 닫았을 때 줄어드는 수입 등이 걱정되었지만, 그런 걱정과 불안함보다 변화에 대한 열망이 더 컸다. 그래서 용기를 내 일주일간 문을 닫고 대만에 다녀왔다. 대만을 여행하는 동안 책방 여러 곳을 방문했다. 한국에서 책방에 가면 뭐라도 하나씩 사 오는 편인데, 대만에서는 귀국할 때 탑승할 비행기 짐 무게 제한도 있어 대부분의 책방에서 책을 사지 않았다. 책을 사도 읽을 수 없는 이유도 있었다...

모든 사람이 너에게 좋은 사람일 수는 없어

[두물결 글쓰기 모임] 모든 사람이 너에게 좋은 사람일 수는 없어그리고 너 역시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도 없어퇴근 시간을 훌쩍 지난, 밤 9시. 나는 왜 쉬는 날인데도 매장에 나와 있는 것일까? 그것도 밤늦게까지 집에 가지 않고서. 오늘은 저녁을 먹지 않았는데 배가 고프지 않았다. (아 점심을 늦게 먹어서 그렇구나. 그럼 그렇지...?) 늦은 밤 뭐라도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그래서 노트북 앞에 앉았다.오늘은 강다방에 나와 문을 수리했다. 몇 달 전 부터 문에 이상 증상이 나타났는데 뜨거운 물 속에 있는 개구리처럼 고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 오늘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문을 수리하러 와주신 사장님은 투머치토커였다. 문을 다 고쳐주고 난 뒤, 한참을 떠들다 가셨다. 그런데..

어차피 세상은 멸망하고 우리는 결국 사라질 텐데

[두물결 글쓰기 모임]어차피 세상은 멸망하고 우리는 결국 사라질 텐데한 해가 바뀌고 1월 1일이 된다고 해도 크게 바뀌는 것은 없다. 어제의 나는 현재의 내가 되고, 현재의 나는 다시 미래의 내가 된다. 어제의 나와 미래의 나는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이상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어느 순간 새해 계획을 세우고 덕담을 주고받는 게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새해가 되어도 바뀌는 것은 없는데 사람들을 왜 저렇게 유난인지 싶었다. 열역학 제2 법칙에 따르면 우리가 겪는 모든 일은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이동한다. 엔트로피란 쉽게 말해 자연계에 있는 변화, 모든 것은 무질서한 상태로 증가한다는 개념이다. 새해 다짐했던 계획들은 시간이 지나며 잊혀지고, 깨끗하게 정리했던 집안은 시간이 지날수록 어질러지는 것..

언젠가 우리 모두 맞이 할 것 앞에 서서

사진: Unsplash의Bram Naus  [두물결 글쓰기 모임]언젠가 우리 모두 맞이 할 것 앞에 서서  마을공동체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 노인회관에서 어르신들을 만났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어르신 한 분이 평소 들어가지 않고 굳게 닫혀있던 방에 들어갔다. 방에서 옛날 사진들을 꺼내왔다. 20년 전 젊었던 어르신들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그리고 이 사람은 죽었어, 이 사람도 죽었어라고 이야기하셨다. 나에게는 죽음이 아직 어렵고 진지한 단어인데 어르신에게는 점심, 산책, 커피와 같은 일상 단어처럼 이야기해 놀랐다. 잠시 잊고 있었지만 우리는 조금 빠르고 늦을 순 있어도 누구나 다 죽는 거였지.미루고 미루다 한 해가 모두 가기 전, 건강 검진을 받았다. 회사 다닐 때는 이것저것 항목이 많았던 것..

완벽하지 않을거란 믿음

사진: Unsplash의Valentin Antonini  [두물결 글쓰기 모임]완벽하지 않을거란 믿음 해야 할 것들을 빼곡하게 적은 메모지를 잃어버렸다. 메모지를 찾으려 여기저기 뒤져봤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메모지에 적힌 내용 몇 개는 생각났고, 대부분은 생각나지 않았다. 처음에는 해야 할 일을 놓치게 될 텐데 어떻게 하지 걱정이 앞섰다. 그런데 걱정과 달리 시간이 지나도 아무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메모지에 적혀있던 것들은 해도 그만, 하지 않아도 그만이었을 사실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지 아니었을까 싶다. 나는 해야 할 일들을, 일주일이 지나도 다 하지 못할 것들을 빼곡하게 적어놓고 바쁘다는 착각과 이만큼 열심히 살고 있다고 자기만족을 했던 게 아닐까 싶다. 그나저나 누군가 ..

무질서한 세상에 맞서는 방법

사진: Unsplash의Alexander Grey   [두물결 글쓰기 모임]무질서한 세상에 맞서는 방법 가을의 시작 입추가 되었다. 신기하게도 어제까지만 해도 무척 더웠는데, 며칠 뒤에 올 태풍 때문인지 아님 가을의 시작을 알기는 절기가 되어서인지 밤이 제법 선선해졌다. 친구가 대만을 여행하고 다녀 온 뒤, 선물로 준 맥주 한 캔도 땄다. 대만 맥주는 나중에 특별한 날 먹어으려고 놔뒀는데 미루고 미루다 결국 유통기한이 지나버렸다. 선물은 받은 건 작년 추운 겨울이었고, 지금은 해가 바뀌어 가을의 시작을 앞두고 있다. 캔 맥주처럼 소중해서 사용하지 않고 가만히 놓아뒀다 오히려 망가지고 사용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며칠 전에는 아시는 분의 부탁을 받아 에어비앤비 집 청소를 하고 왔다. 투숙객이 사용한 수건과..

출근길 카페

사진: Unsplash의kayleigh harrington   [두물결 글쓰기 모임]출근길 카페  오늘 아침은 평소보다 조금 더 일찍 집에 나와 카페에 들렸다. 예전에 회사 다닐 때는 출근 전 근처 카페에 들려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바쁘게 출근하는 사람들을 구경하곤 했다. 나도 몇 분 뒤면 출근해야하는 같은 처지이지만 출근 전의 잠깐의 여유가 참 좋았다. 그 찰나의 순간이 가기 싫은 회사를 갈 수 있게 해준 소금같은 역할을 해주었다.본격적으로 글을 쓰겠다고 다짐한 뒤 글쓰기용 패드를 구매했다. 패드를 구매한지 1년이 다 되어가는데, 오랜만에 켠 패드는 하도 사용하지 않아 전원이 켜지지 않았다. 패드에 글을 기록하는 메모장을 켜보니 가장 최근 글이 올해 1월이다.  한 해의 절반이 지난 지금, 출근 전 ..

게스트하우스라는 우주

사진: Unsplash의Aldebaran S 게스트하우스라는 우주 게스트하우스 영업을 종료한지 3년이 지났다. 게스트하우스를 그만두면 뭘 해야할지 고민하던 나는, 회사에 취업했고 다시 회사를 나와 지금은 독립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게스트하우스를 그만두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까 아니면 다른 곳으로 떠날까도 고민했다. 하지만 어쩌다보니 게스트하우스를 했던 강릉에 지금도 계속 머물고 있다. 2년마다 새로운 지역으로 게스트하우스를 옮겨다니려 했다. 2년 동안 강원도에서 게스트하우스를 했다면, 2년 뒤에는 경상도, 또 2년 뒤에는 전라도로 옮기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강릉을 떠나지 못 했고 지금은 강릉에서 돈벌이를 하고 있다. 3년 넘게..

우리가 어두워질 때 알게 되는 것들

[잔물결 글쓰기 모임]우리가 어두워질 때 알게 되는 것들 새벽 수영을 하고 원래 영업시간보다 일찍 강다방에 도착해 근처에서 아침밥을 먹었다. 그런데 밥을 먹다 그만 탈이 났다. 몸이 으슬스을해졌고 허리가 지끈지끈했다. 요즘 수영을 배우고 있는데 안 하던 자세, 안 쓰던 근육을 사용해 몸이 놀랐던 것 같다.가게 문을 닫고 쉴까 고민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손님이 없으면 가게 카운터에 좀 엎드려 있으려고 했는데 그날따라 유독 오래 머무는 분들이 많았다. 손님이 나가자마자, 책방 문을 열어 놓은 채 근처에 주차해 놓은 차에 들어가 낮잠을 잤다. 연락처 하나를 남겨두고 뭐 필요하면 연락이 오겠지하고 차에서 휴식을 가졌다. 해야할 건 많았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차에 누워 자고 깨기를 반복하는데 문득 하늘..

우리가 맞다는 대답을 할 거예요

[잔물결 글쓰기 모임]우리가 맞다는 대답을 할 거예요 새벽 수영을 다니고 있다. 수영을 배우기 시작한지 1달이 되었는데, 일부러 주변에 수영 배운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말은 여기저기 실컷해놨는데 하루 이틀 가고 안 나가는 사람이 되는게 싫었다. 그래서 한 달이 지난 지금 드디어 수영을 다닌다는 이야기를 한다. 최근 강다방의 눈이 쾡했던 이유는 바로 수영, 평소와 달라진 생활 패턴 때문일 것이다. 수영을 한 뒤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아침 7시 수업을 신청했고, 수업에 늦지 않게 도착하기 위해서는 (매번 늦는건 비밀이다) 아침 6시에 알람을 맞춰야 한다. 평소 같았으면 잠을 자고 있을 새벽 시간에도 수영장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부지런하게 아침을 보내고 있었다. 무엇보다 수영 끝나고 일하기 전, 1-2..

도망치는 삶과 버티는 삶

사진: Unsplash의Clint Patterson[잔물결 글쓰기 모임]도망치는 삶과 버티는 삶회사를 다닐 때였다. 아침에 눈을 뜨면 사람 가득한 지하철에 몸을 싣고 출근한 뒤, 심야 할증이 붙은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오는 생활을 반복했다. 그때 문득, 나의 미래 모습이 보였다. 나는 잘 해봐야 늦은 밤까지 눈이 충혈된 상태로 일하고 있는 선배가 되겠구나. 내 미래가 그런 모습이 되지 않길 바랬다. 그래서 약 2년을 못 채우고 회사를 나왔다.학교를 다닐 때도 휴학을 많이 했다. 군대에 가기 위해 휴학을 했고, 제대 후에는 워킹홀리데이를 핑계로 한 번 더 휴학했다. 그래서 내 대학 생활은 하나로 쭉 이어진 기억이 아니라 중간중간이 끊겨있다. 당시에는 휴학 한 번 하지 않고 쭉 학교를 다니다 졸업하는 친구들..

돈의 슬픔과 기쁨

사진: Unsplash의Brett Jordan[잔물결 글쓰기 모임]돈의 슬픔과 기쁨그날은 유독 매장에 들어오는 손님마다 밝게 인사를 받아줬다. 들어오는 손님마다 꼭 무언가를 구매했고 매출도 평소보다 높았다. 그래서 신이 났고 즐거웠다. 반면 어떤 날은 유독 손님들의 반응이 냉담할 때가 있다. 들어오는 손님에게 인사를 건넸지만 계속해서 인사가 씹히고, 어떤 손님은 화장실만 사용하고 나갔다.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그럴 때는 손님들을 따라 냉담해지고 날카로워진다. 통장 잔고가 넉넉하다면 나는 조금 더 여유로울 수 있을까?손님이 끊임없이 들어오는 날이었다. 오후 1시가 넘어 겨우 도시락을 열었는데 한두 숟가락을 뜨고 난 뒤에 또 다시 손님이 들어왔다. 어쩌다보니 밥 한 숟가락을 뜬 뒤, 한 시간, 두 시간..

다정함을 잃지 않기

사진: Unsplash의Aaron Burden  [잔물결 글쓰기 모임]다정함을 잃지 않기아침으로 맥모닝을 먹고, 점심으로는 돈까스를 먹었다. 뱃속과 혈관을 기름으로 채웠다. 점심을 먹은 뒤에는 평소 가보려 했던 카페에 들려 커피를 마셨다. 커피를 마시고 오늘은 쉬는 날인데 책방에 출근해 내일 다시 시작될 한 주의 영업 준비를 했다. 손님이 들어왔다. 꽤 오랜 시간 매장을 구경하셔서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 했지만, 든든한 배 때문인지 혈관에 돌고 있는 기름 때문인지 기분이 좋다. 창문 너머로는 일기 예보에 없던 눈발이 날렸다. 예상치 못한 눈발을 보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기차를 타고 전국을 한 바퀴 도는 여행한 적이 있다. 그 때도 기차 창문 밖으로 눈이 내렸다. 여행은 강원도에서 시작해 서울과 ..

특별한 편의점

사진 : Unsplash의Chase Yi  [잔물결 글쓰기 모임]특별한 편의점  강다방 이야기공장 주변에 있던 편의점이 어느 날 문을 닫았다. 나이가 꽤 있으신 중장년 아저씨가 운영하시던 곳이었는데, 강다방이 휴무일을 마치고 출근했더니 매장 내부 선반과 물건들이 모두 사라져있었다. 책을 입고 받을 때 이용하는 편의점 택배를 맡아주는 곳이었고, 종종 도시락이나 김밥을 사기도 했따. 평범한 편의점과 달리 그곳은 편의점 내에서 도시락이나 라면 등을 먹으면 껌을 하나씩 건네주는 곳이었다. 아마 양치질을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간단하게 허기를 떼우는 사람들을 위한 작은 배려였을 것이다. 그 작은 배려가 참 고맙고 감사했었다. 그런데 편의점이 어떠한 조짐도 없이 한 순간에 갑자기 사라졌다. 돈을 많이 벌어서 편의점..

인간에 대한 예의

Photo by Andrew Spencer on Unsplash 인간에 대한 예의 강릉의 인구는 약 21만명이지만, 한 해 관광객 수는 인구의 150만배가 되는 약 3,000만명을 넘는다. 특히 3,000만 관광객은 여름 휴가철에 몰리는 경향이 있다. 한적했던 강다방 이야기공장도 성수기 때문인지, 입소문이 퍼져서인지 최근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손님이 늘다 보니 전보다 마음은 좋아졌지만, 몸이 힘들어지는 걸 느낀다. 특히 혼자 운영하는 매장이다 보니 점심과 저녁을 모두 가게에서 해결하게 되는데, 밥을 먹다 손님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잠시 손님을 응대하고 손님이 나간 뒤 다시 밥을 먹을 먹다 멈추기를 반복하다 보면, 밥을 먹었지만 먹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맛있는 걸 먹는 게 유일한 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