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 출판사 창업 운영/취미는 없고 특기는 돈 안 되는 일

부유하는 단어들, 부유하는 삶

강다방 2024. 6. 16. 14:10

 
 

 
 
 
[임당생활문화센터 글쓰기 수업]
부유하는 단어들, 부유하는 삶
 


이야기에 둘러싸여 있다. 책상 한편에는 읽어야 하지만 아직 읽지 못한 책들이 가득 쌓여있다. 한 권의 책을 읽는 동안, 세상에는 수십 개의 책이 태어난다. 너무 많은 정보가 들어와서일까, 처리할 수 있는 단어 수를 초과해서일까? 몇몇은 눈으로 읽고 있지만, 머릿속으로 들어오지 않고 그냥 스쳐 지나간다. 의미 없는 단어, 공감되지 않는 이야기, 그들끼리 주고받는 자화자찬. 모든 사람의 마음을 공감하고, 세상 모든 것을 이해하는 건 사실 불가능하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 주길 바란다. 하지만 남의 이야기는 귀 기울여 듣지 않는다. 관심도 없다. 그래서 어느 순간 지금 내가 쓰고 단어가, 내뱉는 언어가 다른 이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다르게 될까 생각했다. 생각이 깊어질수록 하고 싶은 이야기가 사라졌다. 예전에는 이것도 저것도 말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하고 싶은 말이 없다. 쓰고 싶은 내용도, 주제도 떠오르지 않는다. 수많은 단어가 그저 뒤죽박죽 머릿속을 떠돌아다닐 뿐이다.

글쓰기 수업을 들었다. 6주간 3개의 글을 썼다. 지금 쓰고 있는 글이 3번째 마지막 글이다. 어떤 이야기로 마지막 글을 마무리할지 고민했다. 글쓰기의 가치와 효용, 우리는 왜 글을 쓰는지 적어보고 싶었다. 그런데 어떠한 글도 쓸 수 없었다. 내가 쓰는 글이 어떠한 가치가 있을까, 이 글이 사람들의 머리와 마음에 닿을 수 있을까, 인쇄되는 종이를 헛되게 하는 게 아닐까, 이런저런 의문만 반복됐다.



당신이 사랑하는 것을 쓰세요.
당신을 아프게 하는 것들을 쓰세요.
당신을 사랑하기 위해,
온전한 당신으로 살아내기 위해 쓰세요.

- 김민, 오나이쓰 중



그러던 중, 글쓰기에 대한 문장을 우연히 만났다. 글쓰기란 결국 더 잘 살기 위해, 더 사랑하기 위한, 온전한 자신이 되려는 행위가 아닐까. 그래서 우리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신만의 이야기를 묵묵히 적어내는건지 모른다. 이렇게 생각하니 잘 쓴 글, 누군가에게 감동 주는 글, 공감되는 글이 아니어도 괜찮겠다 싶었다. 적어도 글을 쓴 자신은 그 글을 읽어줄 것이고 공감해 줄 것이니까. 우리가 쓴 글은 누군가에게 닿지 못하고 부유하고 사라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 부유하는 단어들이 우리의 삶을 부유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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