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결 글쓰기 모임]
반짝이는 바다, 초록초록한 바람
노트북 배터리가 10% 남았다. 나는 지금 글쓰기 모임 사람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밤 바다 앞 모래사장에 앉아있다. 이어폰에서 신지훈의 스물하나 열다섯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다. 밤바다를 보며 지난 5월을 되새기며 정리해본다. 밤바다의 따뜻한 바람이 참 좋다. 곧 있으면 무더운 바람이 오겠지. 지금 이 순간을 마음껏 즐겨야 겠다. 다음 노래는 우디의 혹시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 같다면이 나오고 있다. 글쓰기를 마치기로 한 시간까지 이제 10분 남았다. 배터리는 9%. 글을 쓰다 잠시 바다를 본다. 가로등 불빛으로 모래사장에 그림자가 생겼다. 초록색 조명이라 그런지 그림자의 테두리가 프리즘 테두리에 생기는 무지개 색이다.
바다에서 쓰던 글은 노트북이 꺼져 결국 완성하지 못했다. 그렇게 한 주가 지났고 오늘은 초록초록한 공원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노트북 배터리는 무려 100%다!오늘은 노트북 배터리가 없어 글을 못 썼다는 핑계를 댈 수 없다. 이어폰을 끼는 대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를 듣고 있다. 공원에서 운동하는 주민들의 재잘거림도 시끄럽지 않고 좋다. 가로등 바로 아래 앉아서인지 지난번 바다에서 뵜던 것처럼 그림자는 잘 보이지 않는다. 글쓰기를 마쳐야 하는 시간은 이제 5분!
창문을 하루종일 열어둬도 괜찮은 시기, 바깥에 있으면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씨. 곧 있으면 장마가 올 것이고, 장마 다음에는 무더운 더위가 시작 될 것이다. 그러니 나도 지금 이 순간들을 행복하게 즐겨야지. 다람쥐가 여기저기 도토리를 저장해놓듯 행복한 순간들을 나중에 꺼내볼 수 있게 부지런히 기록해 놓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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