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결 글쓰기 모임]
멈춰있는 것처럼 보여도 뿌리를 내리는 중
4월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일요일 근무를 마치고 바로 퇴근해 집에 갈까 고민하다 한 동안 바다에 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바다가 보이는 새로 생긴 카페로 향했다. 바로 칼퇴해서 갔으면 달랐을까, 어영부영하다 결국 카페에 도착하니 하늘이 어두워졌고 창밖으로는 어둠만이 보인다. 그래도 여행 온 기분이 들어 좋다. 바다는 이번 주 쉬는 날 원 없이 봐야지.
매달 한 편의 글을 쓰고 있다. 글을 쓰기 위해 지난 한 달 동안 난 어떻게 살았는지, 잘 살고 있나 되돌아보게 된다. 사람들은 이러한 이유로 글을 쓰는게 아닐까. 글을 쓴다는 것은 과거를 돌아보고, 결국 미래를 생각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매월 한 편의 글을 쓰는 것이 참 소중하다.
2024년의 3분의 1일이 지났다. 1년 중 가장 손님이 적은 시기, 경기가 안 좋은건지 (그래 경기가 좋았던 적은 없다) 사람들 지갑에 돈이 없어서 그런지 매출이 꽤 줄었다. 여행 다녀온 뒤 걸려있었던 마법도 시간이 지나 풀려버렸다. 그래서 요즘 의욕이 사라졌다. 해야 할 일들을 마냥 미뤄두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책만 주구장창 읽고 있다. 책이라는 도피처로 잠시 몸을 숨기고 있다.
과거에는 이런 내 모습을 보면 초조하고 불안했다. 그런데 이제는 별로 초조하거나 불안하지 않다. 그냥 달리기가 끝나고 숨을 고르고 있는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 쉬지 않고 계속 달릴 수만은 없으니까. 더 멀리 가기 위해서는 쉼이 필요한 거니까. 식물들이 폭풍 성장을 하기 전 뿌리를 먼저 내리는 것처럼, 지금의 나는 다시 열심히 달리기 위해 뿌리를 내리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이뤄야 할 목표가 있을 때는 잠을 줄이고 다른 것들을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간절했던 만큼 목표가 이뤄지지 않았을 때는 더 상심했고 그 과정이 불안해했다. 그런데 이제는 뭐랄까, 세상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것이고 나는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 환경이나 결과는 때로 내가 아무리 애쓰고 고민해도 어쩔 수 없는거니까.
과거 나는 거창하고 허황된 꿈만 꾸고 정작 노력은 하지 않는 이상주의자였다면, 이제는 현실과 한계를 인정할 줄 아는 균형 잡힌 이상주의자가 되가는게 아닐까 싶다. 인생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닌 마라톤이다. 달리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서 달리면 되는거고, 누군가 나보다 앞서가도 나는 내 페이스를 유지하면 된다. 따지고 보면 결승선도 코스도 사람마다 다 다르다.
봄이 되었다. 지난 겨울, 아무것도 없던 삭믹한 땅에서 초록색 새싹들이 하나둘 올라오고 있다. 식물들은 추운 겨울 새싹을 틔우지 않고 묵묵히 그 기간을 건딘다. 그리고 봄이 되어 적당한 온도와 습도, 빛이
되었을 때 비로소 싹을 틔운다. 더욱이 식물마다 각자 싹의 틔우는 시기도 제각각이고 꽃 색깔과 모양도 모두 다르다.
2024년이 이제 3분의 2 남았다. 남은 한 해 동안 나에게는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나는 어떤 시간을 보낼까? 때로는 방황하고 넘어지고 포기하더라도 적당한 때가 되면 새싹을 올리는 식물들처럼 포기하지 않고 잘 헤쳐나가길 스스로에게 응원의 말을 건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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