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결 글쓰기 모임]
어차피 세상은 멸망하고 우리는 결국 사라질 텐데
한 해가 바뀌고 1월 1일이 된다고 해도 크게 바뀌는 것은 없다. 어제의 나는 현재의 내가 되고, 현재의 나는 다시 미래의 내가 된다. 어제의 나와 미래의 나는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이상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어느 순간 새해 계획을 세우고 덕담을 주고받는 게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새해가 되어도 바뀌는 것은 없는데 사람들을 왜 저렇게 유난인지 싶었다.
열역학 제2 법칙에 따르면 우리가 겪는 모든 일은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이동한다. 엔트로피란 쉽게 말해 자연계에 있는 변화, 모든 것은 무질서한 상태로 증가한다는 개념이다. 새해 다짐했던 계획들은 시간이 지나며 잊혀지고, 깨끗하게 정리했던 집안은 시간이 지날수록 어질러지는 것처럼 엔트로피에 의하면 모든 것은 결국 무질서해지고 혼돈으로 향한다.
살아내는 삶이 아닌 살아가는 삶을 살고 싶었는데, 정신 못차리는 반복되는 일상을 살고 있다. 쉬는 날과 밤에도 오는 연락,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일들로 하루하루 살아내기에 급급한 삶을 살고 있다. 그래서 글쓰기 모임에서 각자 글을 써오기로 한 날이 훌쩍 지나도록 아무런 글을 쓰지 못했다. 잘 쓰고 싶다는 마음도 한 몫했다.
문득 새로운 해가 되어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는데, 왜 선조들은 굳이 한 해를 끝내고 새로운 해를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1월 1일이 아닌 13월 1일, 14월 1일 이런 식으로 해도 되지 않았을까? 엔트로피의 법칙처럼 새해 세웠던 계획과 다짐은 결국 잊혀지고, 세상은 시간이 흐를수록 무질서해지고 비약적으로 말하면 결국 멸망할 텐데...
한 해를 끝내고 새로운 한 해를 만든 건, 한 해 동안 잊고 있던 새해 계획과 다짐을 다시 세우고, 무질서해진 주변을 한번 되돌아보라는 뜻이 아닐까 싶었다. 비록 세상이 내일 멸망한다 해도 적어도 우리는 내일까지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할 시간이 있다.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모든 것은 결국 무질서로 향하지만, 적어도 우리는 주변을 둘러보고 정리할 수는 있다. 그래서 수북하게 쌓여있는 옷들을 세탁기에 넣고 돌리고, 안 쓰는 물건을 정리하고, 집 안을 청소했다. 시간을 들여 요리하고, 반찬 통째로 먹던 반찬을 정갈한 그릇에 담아 밥을 먹었다.
세상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고, 무질서로 향하고 결국 멸망하겠지만, 그 안에서 내가 그래도 할 수 있는 건 주변을 정리하고 청소하고, 스스로를 챙기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면 결국 잊혀지고 사라지겠지만 새해 계획도 세워보고 마음도 다잡아본다. 그것만이 무질서한 세상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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