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결 글쓰기 모임]
주의! 깨지거나 넘치기 쉬움
글쓰기 모임에서 책으로 만들 매월 한 편의 글을 쓰기로 했지만, 그달을 모두 보내고 지난달을 되돌아보는 글을 쓰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몇 년 만에 혼자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자영업자가 문을 닫고 장기 여행을 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다. 문을 닫았을 때 줄어드는 수입 등이 걱정되었지만, 그런 걱정과 불안함보다 변화에 대한 열망이 더 컸다. 그래서 용기를 내 일주일간 문을 닫고 대만에 다녀왔다.
대만을 여행하는 동안 책방 여러 곳을 방문했다. 한국에서 책방에 가면 뭐라도 하나씩 사 오는 편인데, 대만에서는 귀국할 때 탑승할 비행기 짐 무게 제한도 있어 대부분의 책방에서 책을 사지 않았다. 책을 사도 읽을 수 없는 이유도 있었다. 그렇게 내가 손님이 되어보니, 내가 일하는 곳에 오시는 분들의 상황과 입장이 이해됐다. 나와 비슷한 사정이었겠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서운하고 힘들었던 것들이 괜찮아졌다.
1주일 동안 가게를 비워서인지, 비수기라 그런지 매출이 많이 줄었다. 그런데 전보다 훨씬 더 여유로워졌고 행복했다. 아쉽게도 행복은 몇 주 지나 사라졌지만, 사람은 환경에 참 많은 영향을 받는구나 느꼈다. 한동안 가지 않았던 수영장도 다시 갔고, 올해 할 일로 계획 세웠던 러시아어 공부도 시작했다. 뭐 얼마나 갈지는 모르지만, 다시 시작했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닐까 싶다. 의미 부여하기 나름이겠지만, 여행을 가지 않았다면 난 그대로이지 않았을까.
같은 업종 사장님이 소셜 미디어에 하소연을 적어 올렸다. 들어오는 손님에게 인사를 했는데 인사를 씹었고 나갈 때도 쌩하고 나가 멘탈이 무너졌다는 글, 책방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프로그램을 몇 번 참여하다니 환불해달라는 사람이 있어 힘들었다는 이야기였다. 내가 직접 겪었다면 분명 힘들었을 텐데, 내가 아닌 남의 이야기라 생각하니 그럴 수도 있겠구나, 세상에 어떻게 다 좋은 사람만 있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마음은 깨지고 넘치기 쉬우니 주기적으로 깨지지 않도록 수리하고 비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기적으로 청소하고, 주변을 정리하고, 시간을 쪼개 운동하는 이유가 이러한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다. 여행도 여러 방법 중 하나일 테고.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 너무 매몰되지 않도록,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을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노력해야겠다.
점심시간 잠시 시간을 내 근처 공원에 갔다. 벤치에 앉아 잠시 눈을 감았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 새들의 지저귐, 풀과 나무 냄새가 느껴졌다. 행복이 이런 게 아닐까. 이런 순간을 자주 가져야지. 삶은 외롭고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이지만, 그 순간순간, 사이사이에 있는 행복을 찾으려 노력해야겠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 여행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훌쩍 떠날 용기가 전해지길, 고장났는데 그 동안 여유가 없어 방치하고 있는 게 있다면 이번에 수리하기를, 넘치려 하는 것이 있다면 다시 채우기 위해 비워내기를, 순간순간 일상에서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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