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 출판사 창업 운영/취미는 없고 특기는 돈 안 되는 일

언젠가 우리 모두 맞이 할 것 앞에 서서

강다방 2023. 11. 29. 17:02

 

 

 

사진: UnsplashBram Naus

 

 

[두물결 글쓰기 모임]

언젠가 우리 모두 맞이 할 것 앞에 서서

 

 

마을공동체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 노인회관에서 어르신들을 만났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어르신 한 분이 평소 들어가지 않고 굳게 닫혀있던 방에 들어갔다. 방에서 옛날 사진들을 꺼내왔다. 20년 전 젊었던 어르신들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그리고 이 사람은 죽었어, 이 사람도 죽었어라고 이야기하셨다. 나에게는 죽음이 아직 어렵고 진지한 단어인데 어르신에게는 점심, 산책, 커피와 같은 일상 단어처럼 이야기해 놀랐다. 잠시 잊고 있었지만 우리는 조금 빠르고 늦을 순 있어도 누구나 다 죽는 거였지.

미루고 미루다 한 해가 모두 가기 전, 건강 검진을 받았다. 회사 다닐 때는 이것저것 항목이 많았던 것 같은데,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지 않다 보니 국가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해 주는 항목만으로 검진이 진행됐다. 소변을 받고 피를 뽑고 엑스레이를 찍는 등 건강검진을 받으며 올 한 해 잘 살았나, 너무 무리하진 않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에 마음 졸이고 애쓰진 않았나 되돌아봤다. 먹고 살기 위해 일하지만 일하느라 밥을 굶는다면 그건 잘살고 있는 것일까? 어차피 우리는 모두 죽음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데 어떻게 사는 것이 맞는 것일까?

얼마 전, 제주도 게스트하우스에서 스텝으로 일할 때 만났던 분들이 강다방 이야기공장에 찾아오셨다. 강다방은 영업일이 금토일월이라 일요일이 직장인들에게 가장 힘들다는 목요일과 비슷하다. 그런데 누군가의 방문만으로 일요일 하루가 종일 힘들지 않고 즐거운 하루가 되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일까, 그런 존재가 될 수 있을까?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연말연시 유한한 인생에 있어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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