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당생활문화센터 글쓰기 수업] 사물에 대해 글쓰기
구름의 시간
시계의 숫자가 59에서 00으로 바뀌는 순간, 불을 껐다. 문을 잠그고 밖으로 나왔다. 근처 주차해 놓은 차에 타 시동을 걸려는 순간, 노트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다시 돌아가 노트북을 챙겼다. 노트북 충전선은 다른 선들과 꼬여있었고, 본의 아니게 몇 분이 지나갔다. 수업에 늦지 않으려고 저녁도 미리 먹었는데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했다. 오늘도 도착 시간이 예상보다 늦어지겠군.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님께는 죄송하지만 이왕 늦은 거 천천히 가기로 마음 먹었다. 수업이 진행되는 건물에 들어섰는데, 함께 수업 듣는 분이 1층에 계셨다. 수업이 진행되는 곳은 4층,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교실로 향했다. 혼자 늦은 게 아니어서 마음이 편했고, 함께 지각한 사람이 있어 반가웠다.
교실에는 이미 여러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빈자리를 찾아 잽싸게 앉았다. 평소에 앉던 자리가 아닌 처음 앉는 자리였다. 이미 시작된 수업을 따라가느라 나눠준 유입물을 훑어보는데 불현듯 창문이 보였다. 창문 너머 구름이 흘러가고 있었다. 조금씩 어두워지는 하늘은 연보라색처럼 보였고 또 회색으로 보이기도 했다. 구름이 많은 부분은 어두웠고 적은 부분은 밝았다.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오묘한 색이었다. 구름은 솜사탕 같기도 이불솜 같기도 했다. 상상하는대로 구름의 모습이 바뀌었다. 바람이 거세서인지 구름은 빠르게 흘러갔다. 마치 시계 초바늘이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오늘 지각하길, 새로운 자리에 앉길 잘했다. 창문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데, 그런 나를 보고 있는 선생님의 시선이 느껴진다. 선생님도 하늘이 궁금한지 창문 너머를 바라본다.
가끔 하늘과 바다, 구름처럼 오래전부터 한자리에 있는 것들의 과거를 상상한다. 지금 내가 보는 하늘은 십 년 전, 수백 년 전, 수천 년 전과 같은 모습일까? 수백 년, 수천 년 전 사람들도 지금 나와 같은 하늘을 보았을까? 오래도록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들이 뭉클한 건, 그것을 통해 추억을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팠지만 집에 갈 수 없어 잠시 차 안에서 누워봤던 구름, 초딩 때 학교 끝나고 집에 돌아와 베란다 유리창 너머로 누워 보던 해질 무렵의 하늘… 잠시 딴생각을 하는 순간, 하늘은 더욱 어두워졌고 창문 너머로 구름도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다. 글쓰기 수업과 함께 오늘 나의 하루도 곧 저렇게 저물어가겠지. 먼 훗날 오늘처럼 연보라색 같기도 하고 회색 같기도 한 구름을 보면 이맘 때가 떠오르겠지. 구름이 어두워져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된 순간, 오늘 하루도 무사히 잘 살았다고 스스로를 토닥여본다.
* 제목 '구름의 시간'은 강다방 이야기공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책 <고독은 연결된다> 등을 만드는 출판사 '구름의시간' 이름이기도 하다. 구름의시간에서 만든 책이 궁금하다면? 구름의시간에서 만든 책들도 만나보자! 구매해서 읽으면 출판사에 큰 힘이 된다.
구름의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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