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 출판사 창업 운영/취미는 없고 특기는 돈 안 되는 일

우리가 어두워질 때 알게 되는 것들

강다방 2023. 5. 17. 17:23

 

 


 

 

[잔물결 글쓰기 모임]

우리가 어두워질 때 알게 되는 것들


 
새벽 수영을 하고 원래 영업시간보다 일찍 강다방에 도착해 근처에서 아침밥을 먹었다. 그런데 밥을 먹다 그만 탈이 났다. 몸이 으슬스을해졌고 허리가 지끈지끈했다. 요즘 수영을 배우고 있는데 안 하던 자세, 안 쓰던 근육을 사용해 몸이 놀랐던 것 같다.

가게 문을 닫고 쉴까 고민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손님이 없으면 가게 카운터에 좀 엎드려 있으려고 했는데 그날따라 유독 오래 머무는 분들이 많았다. 손님이 나가자마자, 책방 문을 열어 놓은 채 근처에 주차해 놓은 차에 들어가 낮잠을 잤다. 연락처 하나를 남겨두고 뭐 필요하면 연락이 오겠지하고 차에서 휴식을 가졌다. 해야할 건 많았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차에 누워 자고 깨기를 반복하는데 문득 하늘이 보였다. 푸른 하늘에 구름 몇 점이 떠다녔다. 하늘을 본 게 얼마 만이었을까. 어렸을 때는 종종 바닥에 누워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곤 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을 보고 저 구름은 동물 같다고 생각했고, 해 질 무렵 붉게 물든 하늘이 차츰 검게 변하는 걸 보고 검은색에는 수많은 색이 담겨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최근 무리를 많이 했다. 계속되는 피로에 몸이 신호를 보낸 것 같다. 몸이 아프면 결국 아무 소용이 없는 거구나, 영원할 것 같지만 우리는 유한한 존재구나, 내가 중요하다고 여겼던 것들이 사실은 중요히지 않은 부질없는 것들이었구나, 그 동안 욕심 때문에 내 몸을 혹사시켰던 것 아닐까, 그 동안 너무 많은 걸 하려 했던 건 아니었을까 등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몸이 좀 회복된 뒤, 주변을 돌아봤다. 사용하지 않지만 버리기는 아까운 물건들이 수북이 쌓여있었고, 빨래하거나 치워야 할 옷들이 바닥 여기저기에 쌓여있었다. 사용한 지 1년이 넘은 커피 그라인더를 보고 그동안 커피 한 잔 갈아 먹을 여유조차 없었구나 싶었다. 바쁘게 산 것 같은데 나는 뭘 했던 걸까? 가끔은 지금처럼 멈춰서 주변을 돌아보고 재충전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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