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물결 글쓰기 모임]
도망치는 삶과 버티는 삶
회사를 다닐 때였다. 아침에 눈을 뜨면 사람 가득한 지하철에 몸을 싣고 출근한 뒤, 심야 할증이 붙은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오는 생활을 반복했다. 그때 문득, 나의 미래 모습이 보였다. 나는 잘 해봐야 늦은 밤까지 눈이 충혈된 상태로 일하고 있는 선배가 되겠구나. 내 미래가 그런 모습이 되지 않길 바랬다. 그래서 약 2년을 못 채우고 회사를 나왔다.
학교를 다닐 때도 휴학을 많이 했다. 군대에 가기 위해 휴학을 했고, 제대 후에는 워킹홀리데이를 핑계로 한 번 더 휴학했다. 그래서 내 대학 생활은 하나로 쭉 이어진 기억이 아니라 중간중간이 끊겨있다. 당시에는 휴학 한 번 하지 않고 쭉 학교를 다니다 졸업하는 친구들을 보고 따분하고 재미없는 인생을 사는거라 생각했다.
게스트하우스를 하기 위해 강릉으로 이주했다. 게스트하우스를 시작한지 1년이 지나고 나니 조금씩 싫증이 났다. 그래서 2년만 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여 새로운 게스트하우스를 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무언가를 하고 자리잡기 까지 2년이란 시간은 굉장히 짧은 시간이었다. 2년이 지나고 나서야 게스트하우스는 조금씩 알려지고 자리 잡기 시작했다.
회사를 오래 다니는 사람들은 능력이 없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휴학을 하지 않은 친구들은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수동적인 인생을 사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내가 이런저런 이유와 핑계로 현실을 떠날 때, 누군가는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돌아보면 그때 자리를 지키켰던 사람들은 현재 각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생각해보니 2년 이상 무언가를 진득하게 한 적이 없었다. 학교도 직장도 2년이 되기 전 리셋해버렸다. 나는 달라, 나는 특별해라는 이유를 댔지만 어쩌면 나는 항상 도망치는 삶을 살았던 게 아닌가 싶다. 그때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다면, 그 휴학을 하지 않았다면, 그때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았다면, 그때 조금 더 버텼다면 나의 삶은 지금과 달라졌을까?
이제는 시간이 가진 힘, 꾸준함의 중요성을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래서 버티는 삶을 살아보려 한다. 독립서점을 시작한 지 1년이 지난 시기, 이제는 출근하는 길이 전혀 설레고 새롭지 않지만, 반복되는 루틴은 따분하고 지루한 것이 아닌 우리 삶이 지탱할 수 있게 해주는 무기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티쟈 버티는거야 인생은 버티는 거야 버티면 다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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