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슬픔과 기쁨

 

 

사진: Unsplash의Brett Jordan

[잔물결 글쓰기 모임]

돈의 슬픔과 기쁨


그날은 유독 매장에 들어오는 손님마다 밝게 인사를 받아줬다. 들어오는 손님마다 꼭 무언가를 구매했고 매출도 평소보다 높았다. 그래서 신이 났고 즐거웠다. 반면 어떤 날은 유독 손님들의 반응이 냉담할 때가 있다. 들어오는 손님에게 인사를 건넸지만 계속해서 인사가 씹히고, 어떤 손님은 화장실만 사용하고 나갔다.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그럴 때는 손님들을 따라 냉담해지고 날카로워진다. 통장 잔고가 넉넉하다면 나는 조금 더 여유로울 수 있을까?

손님이 끊임없이 들어오는 날이었다. 오후 1시가 넘어 겨우 도시락을 열었는데 한두 숟가락을 뜨고 난 뒤에 또 다시 손님이 들어왔다. 어쩌다보니 밥 한 숟가락을 뜬 뒤, 한 시간, 두 시간이 넘어 점심을 먹지 못했다. 따뜻하게 데웠던 도시락은 차가워졌다. 배가 고파 그런지 기운이 쭉 빠졌다. 마음 속 한 구석에는 손님이 빨리 나가줬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들었다. 자영업자들은 끼니를 거르거나 제때 밥을 먹지 못하는 것이 숙명이지만 좀 서러웠다. 점심시간을 가지거나 영업시간을 줄여볼까 고민도 해봤지만, 그만큼 매출이 줄어들기 때문에 쉽게 결정 내릴 수 없었다.

 

종종 서울에 간다. 서울에 가는 방법은 기차를 타거나 버스를 타는 2가지 방법이 있다. 서울에 갈 때마다 기차를 탈지, 버스를 탈지 고민한다. 기차는 버스보다 비싸지만, 더 빠르고 편하다. 버스는 기차보다 더 오래 걸리고 불편하지만, 가격이 저렴하다. 돈으로 시간을 살 것인지, 시간으로 돈을 메꿀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기차와 버스는 약 1시간 차이가 난다. 책방을 1시간 운영한다고 할 때 나는 기차표에서 버스표를 뺀 금액 보다 많은 돈을 벌고 있을까?

그 동안 돈에 대한 욕심이 많지 않았다. 돈은 없다가도 있고, 있다가도 없는 것이라 생각했다. 돈 좀 못 벌면 한 달에 치킨 2-3번 사먹을 거 1번 먹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항상 돈보다 내가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이 우선순위가 되었다. 그런데 돈이 없으니 BBQ 치킨을 먹고 싶을 때, 에어 프라이어로 돌려먹는 냉동 치킨을 먹게 되더라. 그리고 그런 내 자신이 싫어지고 미워졌다. 나 자신을 미워하지 않기 위해 이제는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온라인 서점에서는 책값의 10%를 할인해주지만, 보통 지역 서점은 정가로 책을 판매한다. 한 번은 손님이 온라인 서점이 아닌 지역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는 이유를 이야기해주셨다. 자신이 땀 흘려 번 돈을 소중하고 가치 있는 곳에 사용하고 싶다고 했다. 자신이 잘 되었으면 하고 응원하는 곳에 돈을 쓰는게 좋다고 이야기했다. 무언가를 구매할 때, 무조건 최저가, 할인 등을 찾는, 심지어 나중에 조금이라도 더 비싼 가격으로 무언가를 구매했을 떄는 분해하는 나에게는 큰 충격과 울림이었다.

예전에는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하면 돈은 좀 못 벌어도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돈이 가진 힘에 대해 누구보다 더 공감한다. 그래서 이제는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도 많이 벌어야겠다고 다짐한다. (벌고 싶다고 벌 수 있는건 아니다)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지키는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은 돈을 벌어 가치있게 사용하는게 아닐까 싶다. 내가 번 돈으로 내가 좋아하고 잘 됐으면 하는 사람들 응원하고 싶다. 그러니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 한 주의 휴무가 끝나고 내일은 다시 출근하는 날이다. 이번 주도 스스로에게 화이팅을 외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