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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대한 예의
강릉의 인구는 약 21만명이지만, 한 해 관광객 수는 인구의 150만배가 되는 약 3,000만명을 넘는다. 특히 3,000만 관광객은 여름 휴가철에 몰리는 경향이 있다. 한적했던 강다방 이야기공장도 성수기 때문인지, 입소문이 퍼져서인지 최근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손님이 늘다 보니 전보다 마음은 좋아졌지만, 몸이 힘들어지는 걸 느낀다. 특히 혼자 운영하는 매장이다 보니 점심과 저녁을 모두 가게에서 해결하게 되는데, 밥을 먹다 손님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잠시 손님을 응대하고 손님이 나간 뒤 다시 밥을 먹을 먹다 멈추기를 반복하다 보면, 밥을 먹었지만 먹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맛있는 걸 먹는 게 유일한 낙이었던 강다방은 요즘 삶의 즐거움을 잠시 잃어버렸다.
입 밖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손님이 많이 오는 걸 싫어하는건가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오랜만에 어떤 모임에 참석했다. 모임에서 우연히 손님이 너무 많이 와 손님이 좀 안 왔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는 사장의 가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자 한 사람이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건, 그 곳을 찾아준 손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며 화를 냈고, 자신은 그곳이 정말 대단하더라도 그런 곳에는 가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강다방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았지만, 마치 강다방 이야기공장과 강다방을 운영하는 나에게 이야기한 것 같았다.
사람이 온다는 건 참으로 대단한 일이다. 사람이 온다는 건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미래, 한 사람의 일생이 오는 것이다. 그런데 익숙해지다 보니 그 대단함과 소중함을 종종 잊게 된다. 쉬는 날, 반복되는 일상에 자극을 주기 위해 평소 가야지 하고 마음만 먹고 미뤄두었던 곳들을 다녀왔다. 여행자, 손님 입장에서 새로운 공간을 방문해보니, 강다방 이야기공장에 오셨던 손님들은 강다방에 들렀을 때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다방 이야기공장을 운영하며 항상 인간에 대한 예의를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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