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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내 인생의 마지막 내일로 여행
1일차 : 강릉 ▶ 제천 ▶ 서울

 

 

2019년 겨울, 기존 만 25세까지만 가능했던 무제한 기차 여행 내일로 티켓이 만 35세까지 연장되었습니다. 그래서 강다방 게스트하우스도 내일로를 이용해 시장 조사(라쓰고 여행이라 읽는다)를 다녀왔습니다. 아마 제 인생에서 마지막 내일로 여행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이라는 단어는 묘한 느낌을 자아냅니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모두 매일 처음이자 마지막인 하루를 살고 있는데 말이죠.

 

 

2019-2020년 동계 내일로 패스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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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2020년 동계 내일로 패스 안내

2019년 동계 대한민국 청춘여행 내일로 패스 출처 : 렛츠코레일 내일로 안내 페이지 http://www.letskorail.com/ebizprd/EbizPrdPassRailroIntroW_hc11901.do 내일로 소개 www.letskorail.com ■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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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다방 게스트하우스에서 가장 가까운 기차역은 강릉역입니다. 지금은 동해선 KTX이 개통되면서 강릉역-서울 청량리역 구간이 직결로 운행되지 않지만 (지금은 강릉역에서 동해역까지 이동 후, 동해역에서 서울 청량리역까지 가는 기차로 환승해야 합니다) 내일로 여행을 시작 할 당시에는 강릉역에서 무궁화호를 타면 정동진, 동해, 태백, 제천을 거쳐 서울 청량리역으로 갈 수 있었습니다. 소요시간은 강릉역에서 청량리역까지 약 6시간이 걸렸습니다.

 

 

 

 

 

 

 

 

 

 

 

많은 내일로 여행자들이 서울에서 강릉으로 이동할 때, 6시간이 걸리는 무궁화호를 타기보다 돈을 더 주고 1시간 반 걸리는 KTX를 이용하지만,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 때릴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강릉역에서 용감하게 KTX 대신 무궁화호를 타고 서울로 향했습니다.

 

 

 

 

 

오후 2시 10분에 강릉역을 출발하는 무궁화호 열차는 밤 8시 5분 서울 청량리역에 도착합니다. 내일로 티켓은 별도의 좌석 지정 없이, 빈 좌석을 입석처럼 이용하는 개념의 티켓입니다. 따라서 코레일 어플로 강릉역에서 제가 탑승한 열차 좌석을 확인 했을 때, 매진 상태여서 서울까지 서서 가야하나 걱정했습니다.

 

내일로를 여행하는 분들을 위해 한 가지 팁을 드리면, 코레일톡 어플로 자신이 탑승한 열차를 검색해보면 빈 자리를 확인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강릉역에서 청량리역까지는 전 좌석이 매진이지만 강릉역에서 동해역, 동해역에서 태백역, 태백역에서 제천역 구간을 검색하면 빈 자리를 확인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각 열차 객실 맨 앞자리와 맨 뒷자리에는 휴대폰을 충전할 수 있는 콘센트가 있습니다.

 

 

 

 

 

 

 

 

강릉 도심을 지나면 넓게 펼쳐진 논밭과 바다가 나옵니다. KTX는 최단거리로 서울을 향하기 때문에 보지 못하는 풍경들입니다.

 

 

 

 

기차는 정동진역을 지나 태백으로 향합니다. 정동진까지 한산했던 열차는 묵호와 동해를 지나며 조금씩 좌석이 차기 시작합니다. 출발 전 열차가 매진으로 표시되었는데 강릉역에서 출발하는 사람들이 아닌 동해나 태백, 제천 등에서 많은 사람들이 탑승하기 때문에 매진된 것으로 보입니다.

 

 

 

 

 

 

 

 

 

 

 

신기한 역 신기역(?!)을 지났습니다. 강원도 산 속에 있는 역들은 주변이 산으로 쌓여있어서 그런지 어둡고 쓸쓸한 느낌이 듭니다. 철로 역시 산을 오르내리며 이동하기 때문에 평지에서는 들을 수 없는 묵중한 철 움직이는 소리가 납니다. 그래서 참 매력있습니다.

 

 

 

 

 

 

 

 

 

 

 

 

 

창 밖으로 보이는 눈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하필 여행을 시작하는 첫 날 눈이 내리다니... 눈 내리면 돌아다니려면 성가신데... 눈이 오면 마냥 좋을 때가 있었는데, 어느새 눈이 내리면 차가 막히지 않을까, 걸어 다닐 때 미끄러지지 않을까 걱정부터 하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눈 오는 날 결혼하거나 이사하면 잘 산다고 하는데, 여행 첫날 이렇게 눈이 많이 내리니 이번 여행은 좋은 일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열차의 많은 좌석이 찬 상태입니다. 코레일톡 어플로 검색했을 때 제천역 이후부터 서울역까지는 모든 좌석이 매진으로 나왔습니다. 2시간을 서서 갈 것인지, 잠시 제천에서 저녁을 먹고 매진되지 않은 다음 열차를 타고 갈지 고민했습니다. 강릉역에서 무궁화호를 탄지 3시간이 지나자 몸에 반응이 오기 시작합니다. 어렸을 때는 서울에서 무궁화호타고 부산까지도 입석으로 잘 다녔던 것 같은데 나이가 드니 몸이 꼬이기 시작합니다. 나는 왜 이 고생을 하고 있나 싶었습니다. 그냥 KTX로 갔으면 잠깐 눈 붙이고나면 서울에 도착했을텐데...

 

내일로는 KTX를 제외한 무궁화호나 새마을호 등의 열차를 입석으로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예약된 좌석에 사람이 오면 자리를 비켜줘야 했습니다. 문득 계속해서 빈 자리를 검색하고, 지금 내가 앉은 자리에 예약한 사람이 오지 않을까 눈치보는 모습을 보고 이런 생활이 몸에 벤 것 같아 조금 서럽고 슬펐습니다. 언젠가 무언가를 구매할 때, 돈 걱정없이 가격에 대한 고민 없이 살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까요?

 

예전에는 여행을 할 때 세세하게 시간 단위로 계획을 세워놓고 그걸 지키지 못하면 힘들어했는데, 요즘은 크게크게 대충 도시만 계획 세워놓습니다. 목적지로 가는 길 잠시 다른 곳에 들리기도 하고, 가끔은 계획에서 벗어나 떠나야 할 장소에 좀 더 있기도 합니다. 어차피 여행은 우리가 계획한대로 진행되지 않을걸 알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마음을 편히 먹고 나니 여행이 가벼워지고 유연해졌습니다.

 

 

 

 

서울까지 가지 않고 제천역에서 내렸습니다. 제천역에서 내리지 않고 계속 열차를 탔다면 청량리역에 밤 8시쯤에 도착 예정인데 저녁 먹기가 애매했습니다. 아침 겸 점심을 먹어서 그랬는지 배가 고팠습니다. 3시간 동안 기차에 앉아있다보니 몸이 쑤시기도 했고, 제천역에서 2시간 넘게 입석으로 서서 가야하는 것도 부담스러웠습니다.

 

언젠가 강다방 게스트하우스에 묵으셨던 분이 제천에서 음식점을 한다고 했던 것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겸사겸사 제천역에서 내려 밥을 먹고 가기로 합니다. 강다방이 제천을 방문했을 때, 제천역은 새로운 역사 건물을 신축하고 있었습니다.

 

 

 

 

 

 

 

 

 

 

 

일요일 밤에 도착한 제천은 생각보다 거리에 사람이 없었습니다. 눈이 저렇게 내리는데 사람이 돌아다니는게 오히려 이상하긴 합니다. 기차 안에서 창문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강다방 게스트하우스에 오시는 손님들이 그냥 오는게 아니구나, 먼 거리를 길고 긴 시간을 인내하며 오는거였구나... 분명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겠지만 강다방에 오시는 손님들께 더 잘해드려야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지방에 살면서도 다른 지방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많이 없었습니다. 강릉에서 서울 갈 때는 언제나 가장 빠르고 저렴한 교통편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내일로 여행을 하면서 서울로 가는 강원도 산골의 기차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탑승하는 것을 보며 서울 밖 지방에도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구나 느꼈습니다.

 

강릉선 KTX의 개통으로 서울과 강릉은 빠르면 1시간 30분으로 거리가 단축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이전에 KTX가 아닌 일반 열차인 무궁화호의 운행 횟수는 더 줄었습니다. 때문에 고속철도가 아닌 일반 열차 구간의 역들은 오히려 다른 역으로 이동할 때 더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강릉에서 서울까지는 KTX로 1시간 30분이 걸리지만, 강릉에서 같은 강원도 영월까지는 무궁화호만 있고 배차 간격도 더 길어 기차로 이동하는데만 3시간이 넘습니다.

 

얼마전 읽었던 김초엽 작가의 소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 생각났습니다. 우주 여행이 대중화 된 시대에고향인 다른 별로 돌아가기 위해 우주선을 기다리는 할머니의 이야기입니다. 소설 속 기술의 발전, 교통의 발달은 오히려 고향까지 거리를 더 멀게 만듭니다. 강릉역에서 서울 청량리역으로 가는 무궁화호를 타보니 소설에 나왔던 할머니의 마음을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교통과 기술의 발달은 오히려 누군가를 소외시키고 고립시키기도 합니다. 몇 년 전, 서울과 양양을 연결하는 양양고속도로가 개통되며 서울과 양양의 접근성이 대폭 좋아졌습니다. 서핑을 즐기는 많은 사람들이 이제 당일치기로 서울에서 양양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기존에 서울에서 양양으로 가던 국도의 많은 음식점들과 숙박업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지방 소도시와 소도시간의 영향력은 과거에 비해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서울과 지방의 연결성은 더 좋아졌지만 지방과 지방의 연결성은 오히려 과거보다 더 나빠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양양 바로 아래는 강릉이 위치해있습니다. 과거 양양과 강릉의 관계는 양양과 서울과의 관계보다 더 가까웠는데, 교통의 발달로 이제는 양양과 서울과의 교류와 관계가 더 커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과거에는 지방 거점 도시가 지방 소도시들을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지방 거점 도시를 거치지 않고 지방 소도시들이 바로 서울로 연결되는 상황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사람들간의 교류도, 교통도, 경제도, 문화도 모든 것들이 서울과 수도권으로 집중되고 있습니다.

 

 

 

 

눈을 뚫고 도착한 곳은 용천막국수. 용천막국수의 캐릭터를 보면 용인 것 같기도하고 악어같기도 한 캐릭터가 있습니다. 어른들은 당연히 용천막국수이니 용이겠지 생각하고 그냥 넘어가는데, 아이들만이 악어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거 악어 아니예요?"라고 묻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여러분들 눈에는 용이 보이시나요? 아니면 악어가 보이시나요?

 

 

 

 

 

 

 

 

 

 

강원도에 살면서 보쌈이나 족발에 딸려오는 막국수가 아닌 단품으로 나오는 막국수를 알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강원도를 떠나게 된다면 막국수가 정말 그리울 것 같습니다. 막국수 한 사발을 호로록하고 다음 열차를 타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다음 열차를 놓치면 밤 11시 넘어 서울에 도착하게되는 열차를 타야합니다. 만화 영화 은하철도 999에 나오는 철이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제천역으로 돌아가는데 눈이 꽤 많이 쌓였습니다. 가는 길에 시장이 있어 거쳐 지나갔으나 가게들이 거의 다 문을 닫아 아쉬웠습니다.

 

 

 

 

 

 

 

 

눈길을 헤치고 제천역에 도착, 무사히 밤 8시 19분에 출발하는 열차를 탑승했습니다. 좌석도 널널해서 앉아서 갈 수 있었습니다. 서울에는 그만큼 늦게 도착하겠지만, 배도 부르고 편하게 앉아서 가니 제천역에 잠시 내려 저녁을 먹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밤 숙소를 어디서 묵을지 검색해보았습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서울 지역의 게스트하우스를 최저가 순으로 정렬했을 때 도미토리가 최저 5천원대부터 시작했습니다. 혹시 게스트하우스 창업을 준비중에 계신 분이 있다면 무조건 서울은 피하시길 진심으로 조언해드립니다. 코로나 때문에 숙박 수요가 줄어들은게 큰 이유겠지만, 이제 서울에서는 자신의 건물로 게스트하우스를 하는게 아닌 이상 수익이 나기가 어려워 보입니다.

 

 

 

 

 

오늘 숙소는 이태원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로 결정했습니다. 홍대나 동대문 쪽에 더 저렴한 게스트하우스가 있었지만, 홍대나 동대문 쪽 게스트하우스는 가본 적이 있기 때문에 지금껏 묵어보지 못한 이태원으로 지역을 선정했습니다. 게스트하우스에 내국인은 얼마나 있는지, 외국인 관광객 비율은 어떻게 되는지, 어느 나라 사람들이 많은지 궁금했습니다.

 

당시 드라마 이태원 클라스가 방영이 되어서 이태원이라는 지역이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강다방이 이태원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 묵었을 떄는 2020년 2월이었는데, 그 때만해도 이태원이 코로나의 성지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이태원 클럽을 중심으로 코로나가 확산 된 때는 3개월이 지난 2020년 5월입니다.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고 주변을 구경하러 밖으러 나가봅니다. 휘황찬란하고 사람들로 가득할 것으로 생각했던 이태원은 다음날 출근을 앞둔 일요일 밤이라 그런지 한산했습니다.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다보면 남들이 쉴 때 일하고, 남들이 일 할 때 쉬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들과 다른 삶을 산다는 건 한편으로 좋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강다방에게는 역시 음주가무가 어울리지 않나봅니다... 

 

 

 

 

 

 

익숙했던 공간과 일상을 떠나 전혀 새로운 공간을 여행 하니 평소에는 떠오르지 않았던 생각들이 떠올랐습니다. 그 동안 일상을 핑계로 미뤄두었던 고민과 마주했습니다. 난 무엇을 하고 싶은걸까, 난 아직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간절함과 용기가 있는걸까, 시대는 변하고 여행의 트렌드도 바뀌고 있는데 어찌보면 구식의 가치 일 수도 있는것들을 계속 추구하는 것이 맞는걸까, 이렇게 살아도 되는걸까... 이번 여행을 통해서 답을 얻고 싶었던 질문들입니다. 내일로 여행 1일차, 하루만에 고민에 정리하고 고민에 대한 답을 얻을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일상에서 떨어져 객관적으로 나를 되돌아 보고 하루종일 온전히 생각을 정리 할 수 있던 소중한 하루였습니다.

 

이태원 펍에서 맥주라도 한 잔 마시려고 했는데, 신분증을 안 가져가 강제로 숙소에 돌아가 잠들었던 내일로 1일차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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