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마음속 달을 찾아 떠난 월정사 쓰담쓰담 템플스테이
여름 성수기를 앞둔 장마철, 오대산에 있는 월정사로 템플스테이를 다녀왔습니다. 강다방은 예전부터 꼭 한 번은 템플스테이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코로나로 인해 힘들어하는 여행업계 종사자와 소상공인을 위해 템플스테이를 무료로 지원해주는 '쓰담쓰담 템플스테이'를 알게 되었습니다.
여행업계 종사자와 소상공인을 위한 '쓰담쓰담 템플스테이'
www.templestay.com/board-notice-view.asp?idx=443&page=1&search_sec=&search_word=
월정사 템플스테이 홈페이지
www.templestay.com/temple_info.asp?t_id=woljeongsa
코로나로 인해 지방은 많은 대중교통이 감축된 상황입니다. 강다방 게스트하우스가 있는 주문진에서 월정사로 가기 위해서는 먼저 평창 진부 버스터미널로 이동해야하는데, 코로나의 여파로 1일 8회 주문진 버스터미널에서 평창 진부 버스터미널로 운행되던 버스가 평일 3회로 줄어든 상태였습니다.
월정사 템플스테이 입실 시간은 오후 2시 30분부터였습니다. 주문진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이동할 경우, 입실 시간을 맞출 수 없어 주문진에서 강릉 시외버스 터미널로 이동 후, 진부로 이동했습니다. 강릉 시외버스 터미널에서는 약 1시간에 1대꼴로 진부로 가는 시외버스가 운행되었습니다.
농어촌버스 시간표 (2020년 7월 기준)
진부 버스터미널 ▶ 오대산 월정사 ▶ 오대산 상원사
07:50 ▶ 08:10
09:05 ▶ 09:25 ▶ 09:50
10:00 ▶ 10:20 ▶ 10:45
11:00 ▶ 11:20 ▶ 11:45
11:50 ▶ 12:10 ▶ 12:35
13:10 ▶ 13:30 ▶ 13:50
15:10 ▶ 15:30 ▶ 16:00
15:50 ▶ 16:10 ▶ 16:35
17:00 ▶ 17:20 ▶ 17:45
17:40 ▶ 18:00 ▶ 18:25
주문진 버스터미널 시간표
강릉 버스터미널 시간표
진부 버스터미널 시간표 (월정사, 상원사 버스 시간표)
주문진에서 강릉을 거쳐 진부 버스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월정사까지 저를 데려다 줄 레드카는 진부 버스 터미널 밖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평일에 장마 기간까지 더해져서인지 대부분이 지역 주민들이었고, 월정사까지 들어가는 승객은 저 뿐이었습니다. 사람 없는 타이밍을 기가막히게 찾는 강다방입니다.
월정사로 가는 길 버스에서 본 풍경입니다. 버스 창 밖에는 파들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파릇파릇한 파들이 참 예뻤습니다. 사진으로는 담지 못하는 초록과 파릇함이 좋았습니다.
월정사에 도착했습니다. 템플스테이 입실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주변을 둘러봅니다.
오대산 국립공원 전나무 숲 자연해설
진행일 : 매일
시작 시간 : 10시, 14시
시작 위치 : 오대산 국립공원 안내도 앞
참가비 : 즐거운 마음만 (무료)
참가 방법 : 현장 예약 또는 오대산 국립공원 사무소 예약(033-332-6417)
전나무 숲 자연해설을 들으려고 했는데,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 깜빡해버렸습니다.
월정사
월정사는 신라 선덕여왕 12년(643)에 자장율사에 의해 창건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는 천년의 역사를 지닌 사찰입니다. 월정사 8각 9층 석탑, 목조문수동자좌상, 상원사중창권선문, 상원사 동종 등 많은 문화재가 있습니다.
Woljeongsa Temple
Woljeongsa Temple was founded by Monk Jajang in 643 (the 12th year of the reign of Queen Seondeok of the Silla Dynasty) and survived for more than one thousand years. Odaesan National Park also contains a number of important cultural heritages including the octagonal nine-story stone pagoda at Woljeongsa Temple; Manjusri, the bronze bell and the wooden statue of a seated child, at Sangwonsa Temple, and documents written during the restoration of Sangwonsa Temple.
전나무숲
처년의 숲으로 불리는 오대산 국립공원의 월정사 전나무숲은 광릉 국립수목원의 전나무숲, 변산반도 국립공원 내소사의 전나무숲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전나무숲으로 꼽힙니다.
Needle fir Forest
The needle fir forest near Woljeongsa Temple, dubbed millennium forest, is regarded as one of the three main needle fir colonies in Korea along with those in the Korea National Arboretum in Gwangneung Royal Tombs and those in Byeonsanbando National Park.
절의 입구를 지키는 사천왕, 천왕문을 지나 월정사로 들어갑니다.
사천왕, 나무위키
namu.wiki/w/%EC%82%AC%EC%B2%9C%EC%99%95
천왕문
jgs.or.kr/xe/index.php?mid=baeoom&document_srl=87958&listStyle=viewer
월정사에는 청류다원, 난다나라는 전통찻집이자 카페가 있습니다. 극락세계 뷰처럼 경치가 훌륭합니다. 템플스테이 입실 시간 전까지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템플스테이 입실 시간이 되었습니다. 월정사의 중심 주불전, 적광전을 지나 템플스테이 사무실로 향합니다. 대체로 사찰에서는 적광전에 비로자나 부처님을 모시는게 일반적인데, 월정사는 화엄사상이 강해 비로자나불이 아닌 석가모니불을 모시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석가모니불 (釋迦牟尼佛)
석가모니불은 2,600여 년 전 인도에서 왕자로 태어나 출가하여, 진리탐구와 수행을 통해 보드가야의 보리수 밑에서 큰 깨달음을 얻은 실존 인물인 석가모니를 형상화한 것이다.
비로자나불 (毘盧遮那佛)
부처가 설법한 진리가 태양 빛처럼 우주에 가득 비치는 것을 형상화한 것이 비로자나불이다. 화엄신앙의 비로자나불은 진리 그 자체를 뜻하는 법신불이기 때문에 형상화하기 어려운 것이었으나, 7세기 무렵 중국에서 불상으로 만들어졌으며 우리나라에서는 9세기에 널리 유행하였다.
월정사 적광전
woljeongsa.org/bbs/content.php?co_id=101030&tabs=2
화엄사상
ko.wikipedia.org/wiki/%ED%99%94%EC%97%84_%EC%82%AC%EC%83%81
부처와 보살의 종류, 불상과 보살상의 명칭, 불상의 손모양
불상의 종류
m.blog.naver.com/aprilwine74/20194090295
부처님의 종류에 따른 불상의 특징
월정사 템플스테이
전화번호 033-339-6606~7
홈페이지 woljeongsa.org/templestay
템플스테이 사무실로 가기 전, 잠시 버스 정류장에 들렸습니다. 템플스테이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때 타고 갈 버스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정류장에 있던 버스 시간표는 코로나 이전에 운행되던 버스 시간표였습니다.
도로에서 만난 양보.
월정사 템플스테이 사무실에 도착했습니다. 오대산 선재길을 걸을 때마다 항상 템플스테이 사무실 앞을 지나가기만 했는데, 이번에는 템플스테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니 신기했습니다. 사무실 앞에는 다행히 코로나 이후 최신 시간이 반영된 버스 시간표도 붙어있었습니다.
진부 버스터미널 ▶ 오대산 월정사 ▶ 오대산 상원사
07:50 ▶ 08:10
09:05 ▶ 09:25 ▶ 09:50
10:00 ▶ 10:20 ▶ 10:45
11:00 ▶ 11:20 ▶ 11:45
11:50 ▶ 12:10 ▶ 12:35
13:10 ▶ 13:30 ▶ 13:50
15:10 ▶ 15:30 ▶ 16:00
15:50 ▶ 16:10 ▶ 16:35
17:00 ▶ 17:20 ▶ 17:45
17:40 ▶ 18:00 ▶ 18:25
오대산 상원사 ▶ 오대산 월정사 ▶ 진부 버스터미널
09:50 ▶ 10:10 ▶ 10:30
10:40 ▶ 11:05 ▶ 11:25
11:45 ▶ 12:05 ▶ 12:25
12:35 ▶ 12:55 ▶ 13:15
13:50 ▶ 14:10 ▶ 14:30
16:10 ▶ 16:20 ▶ 16:55 (진부역 경유)
16:35 ▶ 16:55 ▶ 17:15
17:45 ▶ 18:05 ▶ 18:25
18:25 ▶ 18:45 ▶ 19:05
템플스테이 사무실에서 본 오대산. 비가 와서 걱정이 많았는데, 오히려 비오는 산사의 풍경이 운치있어 좋았습니다.
템플스테이 동안 사용할 방입니다. 원래는 다인실인데, 인원이 많지 않아 강다방 혼자 방을 사용한 것 같습니다. 템플스테이 사무실에서 입실 할 때 보살님께서 이것저것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는데, 강다방은 본래 불교 신자가 아니라 알아듣지 못한 내용이 많았습니다. 템플스테이를 하기 전, 불교에 대해 조금 공부하고 갔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 중, 템플스테이를 준비하고 계신분이 있다면 불교에 대한 간략적인 내용을 알아두고 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불교, 위키백과
ko.wikipedia.org/wiki/%EB%B6%88%EA%B5%90
불교, 나무위키
namu.wiki/w/%EB%B6%88%EA%B5%90
템플스테이를 진행하는 동안 입은 옷입니다. 옷을 갈아입고 방을 찬찬히 구경합니다.
노린재는 그냥 냄새나는 벌레인줄만 알고 있었는데 단풍벌레라는 예쁜 이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찰 기본 예절
· 행동가짐 : 단정한 복장과 자세, 과도한 노출 금지 (짧은 바지 · 민소매 불가)
· 스님과 마주쳤을 때 : 합장 반배
· 법당출입 : 우측 출입문 사용 (전면출입문 금지)
예불 시간 (적광전)
· 새벽 예불 : 04:20
· 저녁 예불 : 18:29
공야 시간 (공양실)
· 아침 공양 : 06:00
· 점심 공양 : 11:00
· 저녁 공양 : 17:00
월정사 템플스테이 청규
1. 사찰은 수행의 공간입니다. 한옥 특성상 방과 방 사이 방음이 전혀 되지 않으니 서로 배려하여 저녁 9시 이후로 묵언입니다.
2. 공양시간에 늦지 않으며 음식을 남기지 않습니다. 공양 외 외부 음식을 반입하여 먹지 않습니다.
3. 음주와 흡연을 금합니다.
4. 야간에 도량을 배회하지 않습니다.
5. 프로그램 참여 시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6. 야생동물 (뱀, 멧돼지, 너구리 등)을 주의합니다.
7. 가시는 날 점심 공양 전 수련복을 반납해주시고 퇴실 시 사용한 방사를 깨끗이 청소하고 정리정돈 합니다.
월정사 휴식형 템플스테이 일정
오시는 날 (1일차)
14:30~15:00 도착 : 수련복 지급 및 방사 안내
15:10~15:50 사찰 예절 습의 (주중에만)
16:00~17:00 스님과의 차담과 명상 (화~금요일)
17:00 저녁 공양
18:20 저녁 예불 (자율)
20:30~21:00 세면 및 취침
가시는 날 (2일차)
03:50~04:20 기상 및 세면 (자율)
04:20~05:00 새벽 예불 (자율)
06:00 아침 공양
09:30~10:00 사시 예불 (자율)
10:30~11:00 방사 청소, 수련복 반납 및 회양
11:00 점심 공양
짐을 풀고 좀 쉬고 난 뒤, 스님과 차를 마시며 이야기하는 차담 장소로 향합니다. 차담 시간에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참가자들이 평소 궁금했던 점들을 스님께 물어보는 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스님께서 직접 차를 내려주셔서 좋았습니다. 템플스테이를 하는 동안 욕심을 버리고 비우려고 했는데... 다도 기구가 좋아보였습니다(!?) 강다방에서도 손님들이 오실 때 저렇게 차를 내려드리면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물욕이 하나 더...
템플스테이를 하면서 신기하면서 동시에 어려웠던 점은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용어와 사찰에서 사용하는 용어가 달랐다는 점입니다. 사찰에서는 티타임을 차담으로, 객실을 방사로, 식당을 공양실 등의 단어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용어가 우리의 사고를 만드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차담이 끝난 뒤 저녁을 먹으러 갑니다. 절에서 먹는 밥은 처음이기 때문에 기대가 컸습니다. 월정사의 밥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푸짐했고 맛있었습니다. 고기가 들어있지 않는 음식들이었지만 맛이 정말 좋았습니다.
템플스테이에 머무는 동안, 평소 강다방이 먹던 것보다 훨씬 더 영양가있고 맛있게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좋은 음식을 먹고, 맑은 공기를 마시고, 자연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채워지고 몸이 힐링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과 들이마시는 공기, 보는 것들이 결국 우리 몸을 구성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강다방이 생각했던 절밥은 나무로 된 그릇을 사용하여 식사를 마친 후, 그릇을 물로 헹궈 마시는 발우공양이었는데, 월정사 템플스테이에서는 별도의 식당이 따로 존재했고, 식사가 끝난 후 자신이 먹은 식기를 설거지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습니다. 다만 음식물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별도의 잔반 처리 그릇은 없었습니다.
공양게송
이 공양이 어디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리고
이 몸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깨달음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습니다.
우리가 먹는 쌀 한톨과 음식들은 그냥 생겨난게 아니었구나 느꼈습니다. 뜨거운 태양과 비 바람을 견디고, 인고의 시간을 지나며 자란 쌀을 생각하니 음식을 함부로 남길 수 없었습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들이 우리에게까지 오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정성, 시간이 들어가 있구나 느꼈습니다.
저녁 공양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왔습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지붕 위에 뿌리를 내린 식물들이 경이롭게 느껴졌습니다. 템플스테이를 진행하는 날 비가 와서 걱정이 많았는데, 오히려 비가 와서 고즈넉한 풍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비오는 날 사찰을 방문하면 평소와는 다른 느낌과 분위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방 안에서 듣는 산사의 종소리, 새소리, 물소리, 빗소리가 참 좋았습니다.
저녁 예불에 참여하기 전까지 좀 쉬려고 했는데, 쉬는 동안 게스트하우스 예약 문의와 신청이 계속해서 들어왔습니다.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며 가장 힘들고 지치는 점 중 하나는 24시간 언제든 손님을 응대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특히 여행을 가거나, 무언가를 집중해서 하고 있는데 도중에 연락이 오면 흐름이 깨져서 참 힘듭니다. 한편으로는... 예약 문의가 오는 것만으로 감사한 일이겠구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저녁 예불을 알리는 북소리가 들립니다. 차담 시간에 스님께서 절에서는 시계가 없어도 생활이 가능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때가 되면 북을 쳐서 식사 시간, 예불 시간을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비가 오는 날은 습도가 높아 북이 찢어질 수 있기 때문에 북을 치지 않지만, 강다방이 템플스테이를 하는 동안에는 운 좋게도 예불 전 북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저녁 예불을 드리러 갔습니다. 법당 천장에 수많은 등이 걸려있습니다. 등에는 사람들의 간절한 소망과 염원이 담겨있는거겠죠. 인도에서 시작된 종교가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로 전파되었고, 지금까지 우리나라 고유의 형태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 묘하고 신기했습니다.
템플스테이를 진행하는 동안 시간표에 따라 식사를 하고, 장소를 이동하다보니 다시 군대 훈련병이 된 기분이 들었습니다. 자유가 있는 군대랄까요? 사찰에서 일렬로 줄 맞춰 이동하는 스님 준비생(?) 분들을 보니 훈련소에 있는 훈련병 같았습니다. 종교를 떠나 무언가를 위해 자신의 한 평생 인생을 바치는 사람들이 참 대단해보였습니다. 나는 내 인생을 바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을까 잠시 고민해봤습니다.
결국 우리는 모두 흙으로 돌아갑니다. 생각해보면 인생은 참 허무한 것 같습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일상으로 돌아가면 우리는 다시 죽는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욕심 가득한 삶을 살게 되겠죠...
낮 시간에 관광객과 신자들로 북적였던 사찰은, 해가 저물어 갈수록 고요해집니다. 평소 사람들로 북적였던 절이 아닌 한가한 산사의 모습을 보니 새로웠습니다. 산사의 진면목은 해가 사라지고 난 뒤 나타납니다.
월정사에 밤이 찾아왔습니다. 팔각구층석탑에 조명이 들어왔습니다.
월정사 팔각구층석탑, 위키백과
템플스테이로 절 안에 있으니 과거로 시간 여행을 온 느낌이 들었습니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왕과 귀족들은 이런 곳에 와서 기도했겠구나 싶었습니다. 전생이 있었다면 저는 왕이었을까요, 귀족이었을까요, 그것도 아니라면 노비였을까요?
사찰에서 마주치는 스님들을 보며, 자신의 일터, 생활 공간을 남에게 내어준다는게 참 대단한 일이구나 느꼈습니다. 내가 일 할 때 모르는 사람이 와서 알짱거리고 구경한다면 참 싫을 것 같은데 말이죠.
사찰에서는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생활 할 수 있다는 것도 느꼈습니다. 누군가를 만날 때는 말 대신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면 되고, 감사를 표현할 때도 말 대신 묵례로 의사를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괜찮은 환경이 좋았습니다.
월정사 템플스테이 방명록. 템플스테이를 거쳐간 사람들이 남긴 글입니다. 다들 다양한 이유와 생각으로 템플스테이에 머물다 갔습니다. 저는 어떠한 이유와 목적을 가지고 템플스테이에 참여하게 된걸까요? 저에게 이번 템플스테이는 어떠한 기억으로 남게 될까요?
여행을 떠나면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 자연스럽게 구분되어집니다. 가방에 무겁게 챙겨온 노트북과 책은 템플스테이 동안 한 번도 꺼내지 않게 되었습니다. 살다보면 중요하지 않은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비워야 하는데 비우지 못하는 것들이 참 많습니다. 없으면 좀 불편할 수 있지만 필수는 아닌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 고민해봅니다.
집 앞에서 탈 수 있었던 버스는 코로나로 인해 강릉까지 나가서 타야했고, 음악을 들으려고 찾은 이어폰은 절날 입은 다른 옷 호주머니 두고와 음악도 듣지 못했습니다. 조용하고 한적함을 기대했던 템플스테이는 쉴새없이 울려대는 휴대폰으로 내가 지금 템플스테이 하고 있는건가, 출장을 온건가 헷갈리게 만들었습니다.
이것저것 비우려고 왔는데 템플스테이를 통해 오히려 생각하지 못한 많은 것들을 했고 많은 것들을 채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계획한대로 하지 않아도, 생각한대로 살지 않아도 괜찮을 수 있겠다는 걸 느꼈습니다. 템플스테이를 했던 1박 2일의 시간이 정말 빠르고 짧았던 것처럼 우리의 인생도 어찌보면 정말 빠르고 짧은게 아닐까 싶습니다. 다들 짧은 인생 항상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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