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내 인생의 마지막 내일로 여행
3일차 : 광주 ▶ 목포
다음날 아침, 기대했던 아침밥이 나왔습니다. 광주의 수많은 게스트하우스 중에 별밤 게스트하우스를 선택한 이유는 바로 한식으로 제공되는 아침밥 때문이었습니다. 강다방이 사용했던 방은 1층 부엌과 거실 옆 방이었는데, 잠에서 깰 때 아침밥 하는 소리가 들려 기분이 좋았습니다. 마치 어렸을 때 엄마가 아침밥을 해주는 소리처럼 느껴졌습니다.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다보니 아침을 차리는게 쉽지 않은 일임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침을 잘 차려주는 곳은 일반적으로 부지런하고 청소도 깨끗이하고 게스트하우스 운영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 곳입니다. 이런 곳은 보통 시끌벅적함이나 공식적인 술파티는 없지만 운이 좋으면 여행 온 사람들과 소소하게 이야기 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강다방 어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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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기차로 전국일주 - 내일로 여행 2일차 서울 ▶ 대전 ▶ 익산 ▶ 광주
일반적으로 게스트하우스의 암묵적인 규칙은 자신이 사용한 식기는 자신이 정리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강다방 게스트하우스에서도 아침 식사 후, 자신이 먹은 식기를 손님들께 직접 설거지 해달라고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광주에서 묵은 게스트하우스에서는 강다방이 아침을 다 먹고 직접 설거지하려하자, 사장님께서 직접 설거지하겠다고 만류하셨습니다.
그러한 모습이 여행자를 위한 배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소할 수 있지만 그런 행동이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여행이 끝난 후, 강다방 게스트하우스에서도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아침 식사가 끝난 후 설거지를 도맡아 하게 되었습니다. (언제까지 약발이 이어질지 모릅니다)
별밤 게스트하우스 거실에는 커피와 귤이 놓여있어, 아침 식사 후 커피를 마시며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창 밖으로 밤사이 쌓인 눈이 참 멋졌습니다.
다양한 이유로 여행하는 사람들... 강다방은 왜 여행을 하고 있는걸까요. 여러분들은 왜 여행을 하시나요?
게스트하우스에 비치되어 있는 관광 안내 리플렛을 보고 여행 트렌드를 고민해봅니다. 강다방이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최근 채식과 관련된 콘텐츠가 화두가 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강다방 게스트하우스에 오시는 분들 중에 채식하시는 분도 종종 오시고, 채식이 가능한 음식점을 소개해달라는 질문도 종종 받습니다.
과거에는 유명 관광지만 찍고 돌아오는 여행이였다면 요즘 여행 트렌드는 한 곳에서 한달 가까이 살아본다거나, 동네 빵집을 테마로 여행한다던가, 동네 독립서점을 방문하는 등 다양해지고 세분화되는 것 같습니다. 여행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여행업은 사회 트렌드에 민감하기 때문에 사회적 변화와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안녕 잘 있어.
밤 사이 내린 눈으로 도로가 빙판이 되었습니다. 다른건 몰라도 제설 능력 하나는 강릉 최고인데... 버스를 탈까 고민하다 광주 거리의 모습도 구경할 겸 다음 목적지까지 걸어서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조심 총총 걸어봅니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광주의 흔한 한약방. 내공이 느껴집니다.
광주 지역은 벼룩시장이나 알림방보다 사랑방의 영향력이 더 큰 것 같습니다. 어젯밤 광주역에서 게스트하우스로 이동하는 길에서도 사랑방미디어 본사 건물을 보았습니다. 사랑방이라는 단어가 귀엽습니다.
광주 버스는 노란색입니다.
역시 내공이 느껴지는 인쇄사의 간판.
길을 걷다 힙함에 저도 모르게 그만 멈춰 사진을 찍었습니다. 광주는 내공이 대단한 도시였습니다. 강다방은 여행을 할 때 차를 타기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대중교통보다 걷기를 선호합니다. 걸을 때 바로 이런 풍경들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지방 도시와 마찬가지로 광주 역시 거리를 걷다보니 빈 상가들이 많았습니다. 안타깝지만 지방의 미래는 앞으로 밝아보이지 않습니다. 전라도에서 가장 큰 도시인 광주 역시 이러한 상황인데, 광주보다 더 작은 도시들은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소멸을 피하기 어려워보입니다. 최근 읽었던 기사에 의하면 올해 사상 처음으로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한국인 50.1% 수도권 산다…첫 지방 추월
통계청 수도권 인구 전망, 취업·교육·주거 등 이유로, 文정부 들어 순유입 전환
공기업 지방이전 완료 영향도, 집값 때문에 서울인구는 줄어
www.mk.co.kr/news/economy/view/2020/06/665098/
산업 트렌드가 바뀐 것 같기도 합니다. 인구는 감소하고 있고, 인터넷과 물류의 발달로 이제는 더 이상 오프라인 매장이 필요없는 시대가 된게 아닌가 싶습니다. 코로나는 이러한 시대 변화를 더욱 촉진 시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하고 행동해야 할까요? 강다방이 일하고 있는 게스트하우스는 미래에도 지속 가능 할 수 있을까요?
걷다가 만난 눈사람. 귀여우면서도 한 편으로는 마음이 아픕니다. 너 왜 그렇게 있는거니? ㅠ 내년에 다시 만나자.
사실 광주는 별 목적없이 다음 도시인 목포에 가기 위해 들린 도시입니다. 그래도 광주에 왔으니 한 곳 정도는 가봐야하지 않을까 싶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 가는 길, 우연히 5.18 민주화운동기록관을 발견했습니다. 문화전당 개관시간은 오전 10시부터였는데, 너무 빨리 도착해 시간도 떼울겸 5.18 민주화운동기록관에 들어가봤습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5.18 민주화운동기록관
주소 :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21
관람시간 : 평일, 주말, 공휴일 09:00~18:00
휴관일 :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 추석
관람료 : 무료 (상설전시실)
해설시간표
1회 10:00~
2회 11:00~
3회 14:00~
4회 15:00~
5회 16:30~
기록관 전화, 홈페이지
062-613-8204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위키백과
ko.wikipedia.org/wiki/5%C2%B718_%EA%B4%91%EC%A3%BC_%EB%AF%BC%EC%A3%BC%ED%99%94_%EC%9A%B4%EB%8F%99
5.18 민주화운동, 나무위키
namu.wiki/w/5.18%20%EB%AF%BC%EC%A3%BC%ED%99%94%EC%9A%B4%EB%8F%99
5.18 민주화운동기록관 입구부터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 전시물은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총탄이 관통했던 광주은행 옛 본점의 유리창이다. 광주은행은 총탄이 관통된 유리창을 원형 그대로 사용하다가 1997년 11월 광주광역시에 기증했다. 이 유리창은 당시 처절했던 역사의 현장을 간직하고 있는 생생한 자료이다.
5.18 민중항쟁전적 지도
민족민주운동의 전통이 숨쉬는 도시, 광주
옛부터 온화한 기후와 기름진 평야가 어우러진 천혜의 환경 속에서 광주 사람들은 넉넉한 마음을 잃지 않았고, 역사의 고비마다 자주와 정의를 향한 투철한 진취성을 길러왔다. 광주는 3.1운동과 광주학생독립운동 등 항일운동의 중심지였고, 해방 이후에는 4.19혁명, 유신독재반대투쟁 그리고 5.18민중항쟁과 6월항쟁 등 민족민주운동에 언제나 앞장서왔다.
길거리에 흩어진 주인 잃은 신발들
"학생과 여성 여러분은 살아 나가서 역사의 증인이 되십시오!!"
1980. 5. 27 아침, 도청 앞에 너부러져 있는 희생자들
김춘례 수의(치마, 저고리), 버선 (여, 18)
만약 제가 당시 광주에 살던 시민이었다면, 혹은 광주에 투입된 군인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어떠한 선택이건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최근 홍콩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보면, 우리가 지금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자유는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무언가를 만들고 시작하는 것보다 꾸준하게 유지하고 보수하는게 더 어려운 일임을 알고 있지만, 기록관 안에는 작동되지 않는 TV가 있어 조금 아쉬웠습니다.
빈 상가와 임대 종이가 또 나타났습니다.
강다방이 느끼기에 광주라는 도시는 잘 정비된 계획 도시의 느낌이 강했습니다. 전주나 나주와 달리 비교적 최근에 개발된 도시이기 때문일까요? 다만 광주 시내는 다른 도시와 비교하여 횡단보도가 아닌 지하도가 많았던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걷기 불편했습니다.
단편적으로 전일빌딩245에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으로 가려면 도로 하나를 건너야 했는데, 횡단보도가 없어 지하도를 통해 길을 건너야 했습니다. 최근 많은 도시들은 차량 위주에서 보행자 중심으로 도시 정책을 바꾸고 있는데, 광주도 지금보다 걷기 좋은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5.18 민주화운동기록관을 나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으로 향합니다. 광장 한 가운데는 시계탑이 있었습니다.
5.18 시계탑
이 시계탑은 1980년 당시 전남도청 앞에서 5.18민주화운동 기간 동안 광주시민의 고난을 지켜보았다.
"시계탑은 알고 있다"는 기사 발간 후에 신군부는 1980년대 중반 한밤중에 시계탑을 농성광장으로 옮겼고, 시계탑은 2013년 5월까지 거기에 머물렀다.
시민들은 이 시계탑을 기억하였고, 이 시계탑이 제 자리로 돌아와야 한다고 믿었다. 시민들은 2015년 1월 시계탑을 현 위치에 복원하였다.
이 시계탑은 5.18민주광장에서 시민들이 5.18의 역사를 기억하도록 또 미래를 창조해 가도록 계속 도와줄 것이다.
"시계탑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은 반드시 계속 전승되어야 합니다. 시계탑은 자유의 기념물이자 한국의 민주주의의 시작을 상징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님을 위한 행진곡
매일 오후 5시 18분에 시계탑에서 울려 퍼지는 "님을 위한 행진곡"은 1980년 5월 18일부터 5월 27일의 상황을 되살리면서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추모한다.
추운 겨울, 눈 쌓인 광장에 꽃이 펴있습니다.
518 민주광장에서 본 금남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옛 전남도청 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들어졌습니다. 오래된 건물과 새건물, 지상과 지하가, 인공적인 건물과 자연이 조화롭게 연결되어있어 좋았습니다. 강다방은 저녁에 방문하지 못 했지만,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빛의 숲이라 불릴정도로 야경이 멋진 곳으로 알려져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유럽에 있는 현대미술관 느낌이 들었습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설계개념
www.acc.go.kr/info/contents.do?PID=010502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나무위키
namu.wiki/w/%EA%B5%AD%EB%A6%BD%EC%95%84%EC%8B%9C%EC%95%84%EB%AC%B8%ED%99%94%EC%A0%84%EB%8B%B9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정보원 이용안내
개관시간 :
매주 화, 목, 금, 일요일 10:00~18:00
매주 수, 토요일 10:00~19:00
휴관일 : 매주 월요일,1월 1일
입장료 : 무료
인도네시아 누산타라와 관련된 전시를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인도네시아와 관련된 그림과 유물들이지만 소유는 네덜란드에 속해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한 때 네덜란드의 식민지였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많은 섬들의 나라, 누산타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www.acc.go.kr/main/exhibition.do?PID=0202&action=Read&bnkey=EM_0000003516
많은 섬들의 나라 누산타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개관 4주년을 맞아 네덜란드 델프트 시(市)로부터 수증한 누산타라 컬렉션을 처음 공개합니다. 누산타라 컬렉션은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43개국, 7,715 건의 생활용품과 예술 품 등 다양한 자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본 컬렉션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자료를 통해 다양한 종족과 언어를 바탕으로 다채로운 문화를 이룬 누산타라를 소개합니다.
'누산타라'는 '많은 섬들의 나라'라는 뜻을 가진 옛 자와어로 13세기 이후 역사적으로 가장 번성하여 현대 인도네시아의 뿌리로 여겨지는 마자파힛 왕국 사람들 이 스스로를 불렀던 이름입니다. 누산타라에서 인도네시아로 이어지는 긴 시간 동안 그들이 어떤 문화에 영향을 받았고, 어떠한 모습으로 각자의 공동체를 이루었으며, 현재 어떻게 전통을 보존하고 전승하는지 살필 수 있도록 구성하였습니다.
누산타라부터 인도네시아까지 따로 또 함께 문화를 만들어갔던 사람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자유롭게 공존하며 융합하고 있는 아시아 문화의 역동성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1부 : 바닷길, 섬으로 인도하다
누산타라는 인도양과 태평양을 동서로 잇는 중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은 계절에 따라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서 바닷길이 열리고 닫히기를 반복했기 때 문에 선박과 물자, 사람이 끊임없이 교차하였습니다.
인도 문화의 씨앗도 이 길을 통해 뿌려졌습니다. 섬 곳곳에 신과 인간에 대한 다 양한 이야기가 전해졌고,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하나의 공동체, 하나의 국가로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는 생활 전반에도 스며들었습니다. 그들이 지닌 고유한 가치 를 바탕으로 세상과 인간에 대한 철학적 사고가 확장되었고, 여러 상징체계가 더 해지면서 새로운 문화가 꽃피게 됩니다.
문화적 다양함에 대한 누산타라의 수용과 재해석은 보로부두르와 같은 종교건축, 라마아냐의 자와판인 판지이야기 등 독특한 구조와 예술적 완성도를 갖춘 세 계관을 형성하면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바롱무용
바롱무용의 원형은 차롱나랑(Calonarang)극이라 부 르는 의례극으로 11세기 발리 왕조의 후계자로 마타람의 왕이 된 아이르랑가(1019~1049)시대 전설에 근거 하고 있습니다. 차롱나랑은 흑마법을 쓰는 마녀로 그 녀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원한을 품고, 파괴의 여신 두르가의 힘을 빌려 마을에 재앙을 불러와 왕에 의해 죽 음을 맞습니다. 이후 마을에 전염병이 퍼지거나 사고가 생기면 그녀의 분노 때문이라 여기고 밤새 차롱나랑극 을 공연하여 넋을 달랬다고 합니다.
현재 바롱무용은 차롱나랑이 악의 여왕인 랑다(Rangda) 로 변해 선을 수호하는 바롱(Barong)과 싸우는 내용으 로 이뤄져 있습니다. 현재 이 무용의 주요 부분은 아이르랑가의 군사를 상징하는 남자들이 랑다의 마법에 의해 자신의 가슴을 크리스(단검)로 찌르는 장면입니다. 무용은 랑다가 싸움에 패배해 사라지는 것으로 끝을 맺 습니다. 그러나 랑다는 죽은 것이 아니라 사라진 것입 니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상태가 인간이 살아가는 세계이며, 세계가 부정해지고 악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의례를 반복하며, 이를 통해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 루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바롱무용은 발리인들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하나의 문 화상징이자 발리 예능으로서 현재도 꾸준히 연행되고 있습니다.
신들의 섬, 발리
발리(Bali)는 자와 동부 해안에 인접해 있으며, 석기시대 유물과 외부에서 유입된 청동기들이 다수 발굴되었습니다. 마누아바(Manuaba)에서는 청동북 주조에 쓰이는 석제 주물틀이 출토되어 독자적 청동기 생산 또한 추정됩니다. 발리의 역사는 섬을 둘러싼 세력들의 상호 작용 속에서 생성되었습니다. 크디리 왕국 시기 양대 서사시가 현지어로 번역되고, 힌두불교가 나타나면서 자와 문화가 크게 발전합니다. 이 시기 발리 출신의 아이르랑가가 크디리 왕이 되었고, 자와의 문화·정치적 요소가 발리에 깊은 영향을 미치게 되었습니다.
싱아사리가 원의 침공을 받는 틈에 발리는 자치권을 되찾지만 곧 마자파힛에 복속되면서 더 강하게 자와에 동화됩니다. 이슬람 세력으로 인해 마자파힛이 멸망하자 지배층은 대거 발리로 이동했고, 토착 문화와 결합하여 누산타라에서 유일하게 남은 힌두교 지역으로 독특한 문화를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즉 발리 문화는 힌두교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종교와 조각·회화·건축·농업·직물 등을 포함한 모든 삶에 면면히 남아 '신들의 섬'이라 불립니다. '지상 최후의 낙원'이라고도 표현되는 발리는 20세기 전반 네덜란드로 인해 화려한 힌두 예술과 서구 문화가 접촉하면서 변용한 양식에 따라 생긴 이미지입니다. 당시 우붓을 지배하던 수카와티(Sukawati) 집안의 문화진흥정책과 발리에 정착한 서구인들의 노력이 더해져 현재 세계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매혹적인 발리를 만들었습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한편에서는 건축, 도시와 관련된 전시도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강다방 게스트하우스는 오래된 주택이기 때문에 단열에 취약합니다. 그래서 별도의 난방 없이도 온도가 유지되는 패시브 하우스를 항상 꿈꿨는데, 진짜 패시브 하우스에는 엄청난 두께의 벽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강다방도 언젠가는 아래와 같은 멋진 건물을 만드는게 꿈입니다.
기념비가 아닌 기념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건축
'세계를 향한 아시아 문화의 창'이란 아시아 문화중심도시의 비전을 구현하기 위해, 광주 도심의 역사적인 현장에 민주평화교류원, 문화정보원, 문화창조원, 예술극장, 어린이문화원 등 5개원으로 구상된 세계 최대 규모의 복합 문화 기능을 담아내는 건축 과정이 시작되었다. 2005년 국제건축가연맹(UIA)이 인증한 국제건축 설계경기를 진행해 새로운 문화발전소에 대한 다양한 건축적 제안을 받았다. 당선작으로 재미 한국 건축가 우규승의 안이 선정되었다. '기억', '시민공원', '열린 마당', '빛의 숲' 등 네 가지 키워드를 통해 5.18 민주화 운동 현장을 보존하고 광주 시민을 위한 도시적 해법을 찾은 설계안이었다. 위로 높이 솟아 자기를 돋보이게 하는 기념비가 아닌 무등산의 풍광과 역사적인 현장의 존엄성을 지키는, 낮지만 열린 자세의 숭엄한 기념비이다.
기억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지어질 대지는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현장인 구 전남도청 일대이다. 그래서 건축가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의 핵심 인프라로서 새로운 유형의 문화시설을 고민하기에 앞서 이 상징적인 장소에 쌓인 기억에 집중해야 했다. 17만여m²에 이르는 대규모 문화시설이 어떻게 장소의 기억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장소의 기억을 세계인 모두가 공유하는 본편적인 기억으로 확장할 수 있을까? 고민 끝에 전체 대지에서 보존 영역을 제외한 나머지 대지를 파낸 뒤 새로운 시설을 지면 아래로 배치했다. 이렇게 인위적이거나 위압적인 구성 없이 구 전남도청과 구 경찰청 건물 등 역사적 현장은 그 자체로 전당의 중심이 된다.
빛의 숲
광주(光州)의 상징적인 이미지는 빛이다. 빛고을의 빛은 건축가에게 전당 디자인에 영감을 주는 원천이자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였다. 어둠과 대비되는 빛의 상징적인 의미도 중요하지만, 자연의 햇빛이 가진 특성을 공간에 적용해 '빛의 숲'을 건축으로 경험하도록 하였다. 말 그대로 빛이 가득한 싱그러운 숲에서 햇빛은 시민공원에 조성된 푸른 숲을 지나 지면 아래 놓인 모든 시설 속으로 침투한다. 낮에는 시설 곳곳에 치밀하게 계획한 빛 우물과 천장을 통해 자연광이 실내로 퍼지고, 밤에는 지하로 향하던 빛이 역전되어 지상으로 향하는 인공 빛에 의해 빛의 숲이 만들어진다.
벽 녹화 모듈 시스템
스페인 건축가 에밀리오 요바가 개발한 벽면 녹화 모듈 시스템입니다. 빛에 반응하는 광촉매타일과 화초로 이루어진 식물 타일의 두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모듈을 자유롭게 조합하여 외피 패턴을 디자인할 수 있습니다. 식물 타일은 벽체 내에 설치된 배수 공급 시스템을 통해 수분과 양분을 공급받습니다. 배수관을 통해 순환하는 물에는 비료와 영양소가 첨가되어 있고, 광촉매 타일에도 비료용 유기질산염을 생성하는 기능이 있어, 지속적인 녹화가 가능합니다.
김한용, 마포아파트, 1960년대
항공 촬영한 서울 마포구 마포아파트
글로컬사이트
이정록의 글로컬사이트 연작 중 완도에 위치한 컨터이너집이다. 운송용 컨테이너를 개조하여 제작한 집으로 전통 양식을 모방한 팔작지붕을 얹고 있다.
제례 <전라남도 화순군 동복 한천마을 장례식>
이승에서 저승으로 넘어가는 의식인 <장례식>은 죽은 자에게 영혼을 담고 있던 육신을 버리는 절차입니다. 죽음은 곧 현실세계와의 이별을 의미합니다.
골목 안 풍경
김기찬의 골목 안 풍경 연작 중, 지붕 위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아이를 찍은 사진이다.
골목대문간에 앉아 웃고 있는 아이들
김기찬은 1970~80년대에 한국의 일상적인 삶의 풍경을 담았던 사진 작가입니다. 그중 이 사진에는 대문간에 앉아 활짝 웃고 있는 아이들의 즐거운 얼굴이 담겼습니다. 김기찬 작가의 사진을 보면 당시 서울에 살았던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일본 느낌 나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내부 도서관. 광주에 살고 있다면 매일 이곳으로 공부하러 올 것 같습니다. 강다방이 사는 곳 주변에도 이런 좋은 시설이 있었다면 좋을텐데... 젊은 청년들이 도시로 나가려고 하는 이유가 이러한 것들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강다방 게스트하우스에서 사고 싶었지만 너무 비싸 사지 못한 콩주머니 의자 빈백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 있었습니다.
도시로 인구가 몰리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닌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사람들은 왜 도시로 향할까요? 사람들은 왜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모이는 걸까요? 지방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내부 구경을 마치고 밖으로 나가려 하는데, 입구에서 짐보관을 안내해주시던 할머니께서 강다방에게 어디서 왔는지 물어보셨습니다. 강원도에서 왔다는 대답에 할머니는 멀리서 왔다며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젤리와 믹스 커피 봉지를 꺼내 주셨습니다. 어렸을 적 시골 할머니네 집에 갔을 때, 할머니가 장농에서 주섬주섬 꺼내주시던 과자가 생각났습니다. 의외의 장소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고나니 마음이 찡했습니다.
여행을 하며 가장 좋았고 기억에 남는 장소는 감탄을 자아내는 멋진 자연 경관도, 유명 건축물이나 유적지도 아닌 좋은 사람들을 만났던 곳인 것 같습니다. 아무리 유명한 관광지나 도시도 그곳에서 만났던 사람들이 별로였다면 별로인 도시로 기억됩니다. 그래서 이번 내일로 여행은 기억이 많이 날 것 같습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이번 내일로 여행 중 가장 소중하고 기억에 남는 공간이었습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밖에 조성해놓은 공원을 구경합니다. 눈 속에 꽃 피운 동백꽃이 인상적입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외관과 공원 역시 멋졌습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정원에는 동백꽃이 펴있었습니다. 눈 속에서도 꽃을 피운 모습이 참 뭉클합니다.
점심으로 뭘 먹을지 고민하다 주변에 있는 볶음밥 집으로 향했습니다. 강다방은 일부러 유명한 맛집을 찾아가기 보다 여행 중 지도에서 근처에 있는 먹을만한 곳을 찾아보는 편입니다. 그래서 선택한 월계수식당.
광주 시민들의 추억이 담겨있다고(?) 들었습니다. 특이하게 월계수식당 볶음밥에는 짜장이 아닌 고추장 비빔장이 나옵니다.
또 다시 나타난 임대 종이. 광주의 중심이자 시내인 금남로에도 임대 종이 붙은 빈 상가가 많았습니다.
다음 도시는 목포로 정했습니다. 광주에서 기차로 목포에 가려면 광주역이 아닌 광주송정역으로가서 열차를 타야 합니다. 광주송정역까지는 지하철을 타고 이동합니다. 강다방 특기는 사람 없을 때 돌아다니기인데, 대전지하철도 그렇고 광주지하철도 모두 사람들이 많이 없었습니다.
광주지하철에서만 볼 수 있는 행운의 자리를 발견했습니다. 괜히 기분이 좋아집니다.
행운의 자리에 앉아보려다가... 너무 관광객 티를 내는게 아닐까 싶어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광주송정역에 도착했습니다. 광주송정역 바로 옆에는 1913송정역시장이 있습니다. 다큐3일 등 프로그램에서 본 적이 있어 광주를 여행할 때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곳입니다.
1913송정역시장은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와 현대자동차그룹이 함께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젝트를 추진한 곳입니다. 시장에 디자인 요소를 입혀 생기를 불러넣었고 특색있는 청년 상인들을 유치하며 시장 재생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기록되어 있는 곳입니다. 1913송정역시장에는 사투리를 활용한 기념품 전문점, 지역 맥주 등 특색있고 재미있는 곳들이 많습니다.
1913송정역시장
광주 1913 송정역 시장, 월간디자인
mdesign.designhouse.co.kr/article/article_view/104/74497
니랑있응께 시간이 요로코롬 폴--쎄 가부럿네
(너와 있으니 시간이 벌써 가버렸네, 사투리 고백엽서)
우짜면 좋노, 쪼매난기 심장을 때리쌌네
(사투리 고백엽서)
써글놈은 인자 잊아블고 멋진놈 맹글자
(지나간 사람은 이제 잊어버리고 멋진 사람 만나자, 사투리 고백엽서)
와 태어났노 와 억수로 축하한데이
(사투리 고백엽서)
여러분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고백 공격으로 혼내주시기 바랍니다.
사투리 달력
광주 송정역의 제2대합실
입지적 특성을 살려 1913송정역시장이 광주송정역 제2대합실로 활용되도록 국내 최초로 시장 내 야외 쉼터에 실시간 열차시각 전광판을 설치했습니다.
바로 옆에는 무료로 이용 가능한 무인물품 보관함을 두어 이용객들이 시장을 편하게 둘러볼 수 있도록 하였으며, 시장 곳곳 버려진 공간들은 편의시설인 쉼터와 공중화장실 등 시장 이용 고객을 위한 공용 공간으로 조성하였습니다.
시장에서 만난 강아지
경기가 어려워서인지, 추운 날씨 때문인지, 코로나 때문인지 강다방이 1913송정역시장을 방문했을 때는 거리에 사람들이 많지 않았고, 임대나 비어있는 가게들도 많았습니다. 아쉬웠습니다. 여행을 하다보면 한때는 화려하고 북적였을 장소들이 과거의 영광을 잃어버린채 방치되고 있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영원한 것은 없는거지만 인생 참 무상합니다.
광주에 가면 꼭 먹어보고 싶었던 상추튀김입니다. 처음에는 상추에 튀김옷을 입혀 튀겨낸 음식인 줄 알았는데, 튀김을 상추에 싸먹는 음식입니다. 튀김은 오징어나 야채를 튀겼다기보다 튀김반죽에 오징어나 야채 조각을 넣은것에 튀김 덩어리에 가까웠습니다.
사실 상추튀김은 옛날 먹을 것이 없었을 시기, 남은 튀김 재료 짜투리들을 모아 반죽에 튀겨먹었고 느끼함을 달래기 위해 상추에 싸먹었던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음... 강다방은 웬만하면 음식을 남기지 않는데, 상추 튀김에 나온 튀김들은 너무 기름져 음식을 남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상추 튀김을 맛보고 싶으시면, 동네 떡볶이 집에서 튀김을 사다가 상추를 싸먹는게 더 나을 것 같습니다.
상추튀김, 나무위키
namu.wiki/w/%EC%83%81%EC%B6%94%ED%8A%80%EA%B9%80
기차 탑승 시간이 남아 근처 카페에 들어갔습니다. 카페는 가격이 저렴해서 좋았습니다. 또한 2층으로 되어 있어 눈치보지 않고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매장 배경음악이 볼빨간 사춘기 노래들로 구성되어 있어 좋았습니다. 나른한 점심, 따뜻한 햇빛, 무심코 흘러나오는 음악, 커피는 물론 당시의 온도와 습도까지 모두 알맞아 참 행복했습니다. 기차를 기다리는 의도하지 않은, 예상치 못한 붕뜬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카페에서 시간을 떼우다 문득 카카오톡 다른 사람들의 근황 사진을 보게되었습니다. 다들 잘 살고 있는 것 같고 행복해보이는데 나는 뭐하고 있나 잘 살고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여행을 멈추고 남들처럼 정착해서 안정된 삶을 살아야 하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보면 의도치않게 게스트하우스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강릉에서도 그랬고 이곳 광주에서도 의도하지 않았지만 카페에 있으면서 도면을 가지고 게스트하우스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효리네 민박과 스페인 하숙의 영향 때문인지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이미지는 좋은 편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게스트하우스는 생각보다도 더 신경써야 하는 것이 많습니다. 그리고 신경쓰는 만큼 돈은 되지 않는다는 큰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카페는 잠시 머물고 떠나지만, 숙박업은 하룻밤을 머물기 때문에 사람들의 기대치와 눈높이가 훨씬 더 높습니다.
게스트하우스를 꿈꾸시는 분이 있다면, 여행을 좋아해야하고 주 고객층인 2030과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젊은 분들은 게스트하우스 창업이나 운영을 추천하지만, 개인적으로 은퇴 후 안정적인 수입을 얻기 위해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시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여행을 다니며 수많은 공간을 방문하면서 매력적인 공간은 무엇이 다를까 고민했습니다. 결국 매력적인 공간은 매력적인 사람이 있는 공간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렇다면 매력적인 사람은 어떻게 될 수 있을까요? 매력적인 사람이 되는 것은 참 어렵습니다.
자신만의 색을 가져 멋졌던 화분. 이제 다시 기차 타러 광주송정역으로 향합니다.
광주송정역에서 아주 우연히 강다방 게스트하우스에 머무셨던 손님을 마주쳤습니다. 서로 우연히 그 시간에 그 장소에 있었다니 참 신기합니다. 세상 참 좁습니다. 그러니 죄 짓고 살면 안 되겠습니다... 기차 시간 때문에 손님과 짧은 수다를 마치고 플랫폼으로 내려갑니다.
광주송정역에서 탑승한 목포행 ITX 새마을은 생각보다 훨씬 더 사람이 없어(?!)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영문 역 이름(Illo)이 신기하고 재밌어 찍은 일로
목포역에 도착했습니다. 목포역 통로는 철로 위로 설계되어 있어 유리창 너머로 철로와 기차를 구경할 수 있습니다.
목포역에서는 내일로 여행자들을 위해 숙박업소 1만원 할인은 물론, 지역화폐인 남도패스 1만원 구매시 1만원을 추가로 충전해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개이득입니다. 내일로를 여행하는 분들이 있다면 각 역마다 숨어있는 혜택들을 잘 찾아 여행하시길 바랍니다. 강다방 게스트하우스 역시 강다방 숙박 후, 강릉역에 방문하면 강원도내에서 사용가능한 강원상품권 1만원권으로 환급해주는 혜택이 있습니다.
목포 길거리에서 만난 강아지. 바람에 날린 털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느낌적인 목포의 골목 풍경.
목포에서 선택한 게스트하우스는 수다방입니다. 주변에 있는 다른 게스트하우스도 고려했지만, 결국 강다방과 이름이 비슷한 수다방 게스트하우스를 선택했습니다. 수다방 역시 내일로 여행자에게 1만원을 환급해주는 혜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다만, 국민은행이 아니면 이체 수수료를 제하고 환급해줍니다.
수다방의 침대는 강다방에 있는 철재로 조립해서 만든 침대와 달리 나무로 만든 고정형 침대라 삐그덕거리는 소리나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더불어 개인 침대마다 커튼이 달려있어 보다 프라이버시를 유지하기 좋았습니다. 침대마다 콘센트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강다방도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며 침대에 개인 커튼을 달까 고민한 적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신 손님들 중에는 프라이버시를 위해 침대에 커튼을 다는게 어떻겠냐고 조언해주신 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개인 커튼이 있으면 손님들간의 교류가 줄어들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교류하기 위해 이용하는 게스트하우스에 커튼이 있다면 그 본질과 맞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불편할 수 있지만 조금이라도 더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간을 공유하길 바랬습니다. 서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조금더 서로에게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람들 도서관이나 카페에서 공부를 하고 작업을 하는 이유처럼 혼자이지만 혼자이지 않은 공간을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아기자기한 모습의 수다방 게스트하우스 내부
수다방에는 허리가 유연한 강아지 귀리도 있습니다.
사실 목포에 간 이유는 가보고 싶은 관광지가 있어서라기보다 친구가 있어서였습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친구가 일하는 공장공장에 방문했습니다. 공장공장은 말도 안 되지만 해보고 싶은 일을 계속 하는 실험주의자 양성 스타트업으로, 목포를 기반으로 <괜찮아마을>, <익스퍼루트>, <한량유치원> 등을 운영하고 있는 곳입니다.
공장공장 홈페이지
공장공장에서 받은 방문 기념 선물. 지역 주민들만 안다는 목포의 숨겨진 전망대로 향했습니다.
목포의 바다는 강릉의 바다와는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강릉 바다는 탁 트여있다면, 목포 바다는 섬들이 있어 좀 더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느낌이었습니다. 목포의 바다를 보고 난 뒤 다시 숙소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습니다.
강다방이 느낀 목포 구도심은 주문진과 강릉 시내의 중간처럼 느껴졌습니다. 웬만한 브랜드나 프렌차이즈 매장도 있어 살기에도 좋아보였습니다. 주문진과 비교하여 거리에 돌아다니는 젊은 사람들과 학생들이 있어 건물과 도시는 쇠락했지만 활력이 느껴졌습니다. 오래된 건물 사이사이에 젊은 사람들이 운영하는 소규모 트렌디한 가게들도 많아 좋았습니다. 다만 목포 역시 슬프게도 다른 지방 도시와 마찬가지로 빈 상가들이 많았습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같은 방을 사용하는 여행자, 친구 셋이서 현지인이 추천하는 오거리 식당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습니다. 생선 정식을 주문했는데 기본 반찬으로 굴무침이 나와 신기했습니다. 가격은 1인당 1만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식당 앞 강아지. 목포 아랫동네 진도에서 온 것 같습니다. 나만 강아지 없어...
저녁을 먹은 뒤, 근처 카페로 향했습니다.
게스트하우스의 매력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점입니다. 마침 같은 방을 사용하는 여행자는 동물원에서 동물들을 관리하는 사육사였습니다. 사육사는 어떠한 생각을하고 어떠한 삶을 사는지 들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여행 중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나와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 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살아온 것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있다니 참 신기합니다.
밤이 되자 텅빈 길거리. 화려한 조명이 있지만 황량하고 쓸쓸한 분위기가 납니다. 거리의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람인 것 같습니다.
게스트하우스로 가는 길, 뒷동산에 조명이 켜져있습니다. 드라마에 나오는 풍경 같습니다.
수다방 게스트하우스는 근처에 명지라는 카페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게스트하우스에 들어가기 전 잠시 카페에 들려 마치지 못한 수다를 떨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일찍 부산으로 가는 기차를 타야했습니다. 그래서 오늘밤이 목포에서의 마지막이었습니다. 그냥 잠들기가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 추천해주신 뒷 산을 올라갔습니다.
"엄마는 우리가 성공할때 까지 절대 돌아오지 말라고 했어요"
성공하지 않아도 잘 살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이야기가 있는 유달산 둘레길, 유달산 이야기
목포의 상징으로 높이는 228.3m, 백두대간과 호남정맥으로 이어지는 영산기맥의 시작점이자 종착지이다. 유달산의 이름은 옛 문헌에 대부분 놋쇠 유(鍮)로 등장하지만, 구한말에 선비 유(儒)로 바뀌었다. 조선시대 산 정상 부근에 봉수대가 있었고, 이순신 장군의 전설이 서린 노적봉 등 많은 문화유적이 산재해 있다. 유달산은 신선이 춤을 추는 듯한 모양을 갖추고 있고, 바닷가에 위치하며, 영혼이 거쳐 가는 곳이라 하여 일찍부터 사람들이 우러러 보았다.
옛날부터 사람이 죽으면 영혼이 유달산 일등바위에서 심판을 받은 뒤 이등바위로 옮겨져 대기하다 극락세계로 가게 되면 3마리의 학이나 고하도 용머리의 용에 실려 떠나고, 용궁으로 가게 되면 거북섬으로 가 거북이 등에 실려 떠난다는 전설이 있다.
유달산에서 야경을 보고 있는데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근처에서 술 한 잔을 더 하기로 했습니다.
이곳은 책장에 있는 책을 눌러야 숨겨져있는 문이 열립니다. 신기했습니다.
목포의상실은 낮에는 의상을 대여해주는 목포 의상실로, 밤에는 술을 파는 바 목포의 상실로 변합니다. 한 공간을 이렇게 사용할 수 있다니 참 기발합니다. 메뉴판도 재밌습니다. 가녀린 소녀를 연상시키는 일명 금잔디 사장님은 별명과는 다르게 덩치있고 포스있는 남자 사장님이셨습니다. 이런 예상치 못한 즐거움(?)이 참 좋습니다.
3일차 내일로는 신기하고 재미난 것들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빨빨거리며 돌아다녔던 내일로 3일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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