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코로나와 집

강다방 2021. 1. 17.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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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Mick Haupt on Unsplash

 

 

코로나와 집

 

 

언젠가 게스트하우스에 온 손님과 코로나에 대해 이야기했다. 손님은 왜 사람들이 집에 안 있고 밖으로 나가는지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자신도 처음에는 사람들이 왜 말을 안 듣는지 이해가 안 됐는데, 어느 순간 그 사람들이 이해됐다고 이야기했다.

햇빛조차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반지하 단칸방에서 하루종일 웅크리고 있는 것보다 차라리 야외로 나가는데 더 나은 행동이 아니겠냐고 이야기했다.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옥탑방에 계속 있는 것보다 위험하지만 밖을 돌아다니는 게 건강한 행동일지도 모른다.

잠시 고시원에 살았던 적이 있다. 방 안에 화장실이 있으면 가격이 더 비쌌다. 그래서 공용 화장실을 사용하는 방에 묵었다. 공용 화장실 겸 샤워장에는 나쁜 냄새를 덮기 싸구려 방향제를 비치해놓았다. 그런데 그 냄새가 너무 진했다. 화장실 냄새와 섞여 오히려 안 좋은 냄새가 났다. 아직도 그 화장실을 떠올리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몸속에 기억되는 냄새가 떠올라 얼굴이 찌푸려진다.

여관 달방에서 몇 달 살았던 적도 있다. 겨울이 시작되는 계절이었는데, 창문이 나무로 되어있어 찬 바람이 들어왔다. 으슬으슬하게 밤을 지내고 아침에 일어나 씻는데 뜨거운 물이 잘 나오지 않았다. 미지근한 물로 몸을 떨며 샤워를 했다. 처음에는 옛날 느낌 나는 화장실 바닥 타일이 신기하고 예쁘게 느껴졌는데, 이제는 그 화장실 바닥 타일을 우연히 만나게 되면 그 때 기억이 떠올라 숨이 막힌다.

과거에는 다들 그렇게 살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시대는 바뀌었다. 예전에는 모두가 함께 가난하고 어려웠다면, 이제는 빈부격차와 소셜 미디어의 발달로 모두가 가난하고 어렵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절대 빈곤은 벗어났지만, 상대적 박탈감은 더 커져가고 있다. 사람들은 보기 좋은 화려한 모습만 소셜 미디어에 올리고, 그래서 우리의 현실은 더욱 초라해보인다.

세상은 더 살기 좋아졌다. 한강을 따라 우리는 기적을 만들어냈고, 서울은 이제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하여도 꿀리지 않는 도시가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은 볕이 들어오지 않는 집에 살고 있다. 날씨가 추워지면 수도가 어는 집에 살고 있다. 코로나로 많은 업종의 영업을 금지했지만, 목욕탕 영업을 금지하지 못한 건 그만큼 열악한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더욱 슬픈건 이제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거다. 그래서 요즘 사람들은 미래를 생각하기보다 현재를 즐기는 건지도 모르겠다. 옛날 사람들은 절대 이해하지 못 하는, 한 끼 밥을 포기하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가고, 자신이 머물 집이 있음에도 가끔 호텔에서 하루를 묵는 것인지 모른다.

재난이 닥쳐오면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가 드러난다. 과거 유럽에서 전염병이 유행했을 때 열악한 주거 환경은 전염병 확산의 주요 원인이 되었다. 정부와 의료계는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집에 머물러달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 집은 코로나를 피해 쉴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 아니라 잠시 버텨내는, 언제든 떠나고 싶은 공간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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