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힘
강릉 남쪽으로 아르바이트를 다녀왔다. 출근하는 길, 지도에는 표시되어 있던 집과 마을이 사라져있었다. 마을 한쪽은 화력 발전소로 사용될 크고 높은 굴뚝이 올라가고 있었고, 한편에서는 헌 길을 밀고 넓은 새 길을 내고 있었다. 트럭이 쌩쌩 달리는 공사 중인 길을 걷는데 여러 생각이 들었다. 원래 이곳에 살던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 보상금을 받고 마을을 떠난 사람들은 행복했을까 아니면 자신이 살던 마을을 떠나 슬펐을까? 어떤 마음이 더 컸을까?
적극적인 행동을 하진 않았지만, 평소 나는 화력 발전소를 건설하는데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맑은 공기를 내뿜는 산과 푸른 바다를 가지고 있는 강릉에 화력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강릉시 인구는 20만 명인데, 바다 등을 보기 위해 강릉을 찾는 한 해 관광객은 2,000만 명에 육박한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경제적으로 생각했을 때도 득보다는 실이 많다고 생각했다.
화력 발전소 건설에 찬성하는 입장의 말도 일리가 있다. 전력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고 어딘가에는 발전소를 지어야 한다. 발전소가 운영되며 고용 유발 효과도 발생할 것이다. 일자리가 부족한 강릉 지역에 그것도 누구나 들으면 다 아는 대기업이 들어온다면 지역에도 득이 될 것이다. 강릉시에 가장 많은 세금을 내는 곳이 발전소 공사 현장이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세상이 흑과 백으로 되어있다면 쉬울 텐데, 세상은 흑과 백이라는 두가지 색이 아닌 수많은 색으로 이루어져 있다. 어찌 되었건 발전소는 이제 몇 달 뒤 공사를 끝내고 운행을 시작할 것이고, 짧은 기간이었지만 나는 평생 들어가보지 못했을 기업에서 잠시나마 일 해 볼 수도 있었다. 모기업에 고용된 것도 아닌 하도급 업체에서 그것도 아르바이트 신분으로 일 했지만... 어찌되었건 덕분에 나는 당분간 먹고살 생활비를 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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