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다방 이야기공장/입점 도서 소개

[편지, 에세이] 우리는 직업이 같고도 달라서, 구지x철수

강다방 2023. 5. 14. 14:22

 

 

 

 

우리는 직업이 같고도 달라서, 구지x철수

학교 선생님들의 은밀한(?) 편지를 모아 만든 책. 직업이 같으면서 다른 선생님들의 개학 전부터 졸업까지 1년간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다가오는 스승의 날, 학교 선생님들의 생활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자!

 

 

제목 : 우리는 직업이 같고도 달라서 - 기간제 교사와 정교사가 나눈 1년의 편지
저자 : 구지, 철수
펴낸곳 : 지읒출판사
제본 형식 : 종이책 - 무선제본
쪽수 : 315쪽
크기 : 126x200mm
가격 : 14,500원
발행일 : 2022년 05월 18일
ISBN : 979-11-978811-0-7 (03800)


 
작가 소셜 미디어 계정
https://www.instagram.com/sameteacher2022/

출판사 소셜 미디어 계정
https://www.instagram.com/jieut_publishing/

 

 

 

 

 


구지

기간제 교사 7년 차, 중간에 1년 강제 공백이 있다. '구지'란 필명은 모계와 부계 쪽 글자 하나씩을 넣어 만들었다. '지구'가 될 뻔도 했으나, 너무 거만해 보여 뒤집었다. 국어교사인데 맞춤법을 잘못 쓴 거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 이름이, 설명이 필요한 제 직업과 닮은 듯 보여 마음에 든다.

철수

18년 차 정교사. 더하기 육아휴직을 3년 했다. '철수'는 전남친 아니고 철수세미의 줄임말이며 학창시절 머리카락이 엄청난 곱슬이어서 생긴 별명. 교사가 되고 보니 국어책에 제일 많이 나오는 이름이 철수라 아이들 기억하기 편하라고 철수샘이 되었다. 부장교사 경력이 쌓이면서 점점 세상과 타협하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도 함께 늘어간다. 자꾸 일을 벌여서 반항의 끈을 놓지 않는 중이다.

 

 

 

 

 

기간제 교사와 정교사가 나눈 1년의 편지

 

 

 

 

 

탈락의 횟수를 세기 시작했습니다. 교원 임용 시험의 실패에 이은 기간제 교사 구직 실패. 학교에서 일하고 싶다는 간절함마저 저를 모른 척 할 때쯤, 어렵게 구한 일자리였어요.

학생들을 만나고 가르치고 함께 배우는 학교는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두려웠어요. 누적된 탈락은 저의 여러 부분을 조금씩 주눅 들게 했습니다. '네가 원서를 백 번 써 봐라, 너를 원하는 학교는 없어.'라고 세상이 말하는 것 같았어요. 두려운 마음을 태평한 척 숨기고 있었지만, 그런 저의 속마음을 시간 강사로 근무하던 첫 학교의 교장 선생님은 이미 알고 계셨어요. 실패가 두려워 아무 것도 못하고 있던 제게, 교장 선생님은 인근 중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를 구하고 있으니 이력서를 내 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시간 강사를 하는 동안 학생들과 만든 책자 두 권을 꼭 들고 면접을 보러 가라고...

 

 

 

 

 

학교라는 공간은 여러모로 특이하다. 매년 담당 업무가 달라진다는 사실이 그렇지. 특히 학교에서 부장은 승진의 개념이 아니라는 것, 나이에 관계 없이 떠맡기도 한다는 것, 한 번 부장이라고 영원한 부장은 아니라는 것이 일반 회사와 다른 점이야. 매년 자리의 변동이 자유로운 편이라 그만큼 교사들 사이에 위계가 없어. 그 사실이 평등하게 여겨지다가도, 가끔 불합리하다는 생각도 들어.

예를 들어 이런 일이 생기잖아. 일을 제대로 못해서 민폐를 끼치는 사람이 어떤 불이익을 받기보다는 오히려 편한 보직을 받게 되는 일. 그래서 학교를 편하게 다니며 최소한의 일만 하고 나는 그런 게 불편한데, 또 학교 동료들은 이해를 잘 해주는 것 같아. 이것도 학교의 특이한 점이지. 그렇지만...

 

 

 

 

 


결혼은 했냐, 왜 대학을 오래 다녔냐, 임용고시에 집중할 때를 어쩌다 놓쳤느냐? 등의 질문을 받았습니다. 배려를 잃은 질문에도 끝까지 웃으며 답변했어요. 모든 순서가 끝나고 낯선 학교의 교문을 빠져나오면, 제 기분은 끝 간 데 없이 가라앉습니다. '떨어지면 연락이 가지 않는 것 정도는 알고 있죠?'라며 웃는 면접관 앞에서 기분을 숨기기 위해, 내일의 마음을 끌어 써버렸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도 '국어 교사로 이것만큼은 선생님이 제일 잘한다고 인정받을 수 있는 영역 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한 학교에서 올해 근무를 하게 된 것이 만족스럽습니다.

 

 

 

 

4월은 중간고사 진도를 바쁘게 나가는 날이었습니다. 3학년 국어 선생님은 저 포함 두 명입니다. 한 분의 국어 선생님은 문학 단원을, 저는 문법 단원을 맡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어제 배운 개념도 오늘이면 새롭게 낯설어했어요. 같은 사람인데 옷을 달리 입으면 감쪽같이 못 알아보는 낯가림 심한 어린 고양이들 같이요. 작년에 다룬 개념이니까, 확인만 하겠다고 시작한 내용을 한 시간 내도록 복습하기도 했습니다.

국어의 묘미는 문학이라고도 하지만 저는 문법을 가르치는 시간이 정말 좋아요. 외국어를 처음 배우는 학생들의 눈빛이 이럴까 싶은 기분을 느끼곤 하거든요. 곧장 따라와 주는 학생은 기특하고, 헤매지만 끙끙대며 노력하는 학생은 대견하며, 계속 처음으로 돌아가 질문하는 학생은 어떻게든 알게 해주고 싶어요. 문법을 가르치는 동안은 강의식 수업으로, 아이들...

 

 

 

 

 


저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너무 좋아서 반 친구들과 꽤 먼 거리를 걸어 선생님 댁을 무턱대고 찾아간 적이 있어요. 약속하지 않은 방문이었고 선생님은 댁에 안 계셨습니다. 대신 선생님의 아버지께서 저희에게 주스 한 잔씩 주시면서 땀을 식히고 쉬었다 갈 수 있게 해주셨어요. 지금 돌이켜 보면 선생님이 좋다는 이유로, 주말에 친구들이 모여 약속도 하지 않은 채 선생님 댁을 찾아갈 생각을 했다는 게 참 어처구니없는 행동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으로는 얼마나 좋았으면 그랬을까 싶기도 하고요. 우리 반 아이들은 그 정도의 마음은 아닌 것 같긴 한데, 그래도 귀여워요. 오늘도 오후가 되면 저들끼리 모여 놀다 전화하지 않을까? 하는 기 대를 하기도 해요. 편지를 쓰다 보니 제 주말도 마냥 고요하지만은 않네요. 

 

 

 

 

 

예전에 철수샘과 한 학교에서 근무할 때, 평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던 적이 있어요. 그때 철수샘이 저에게 '네가 가르친 학생 중에서 한 명도 만점이 없으면 학생의 문제가 아니라, 네가 고민해 봐야 한다.'는 내용의 말을 해준 적이 있었습니다. 기억하시나요? 그 말이 아직도 고사 기간이 되면 생각나요 학생들에게 좌절이 아니라,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고, 이번 결과가 다음 시험에 좀 더 노력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시험문제를 내고 싶어요. 그런 날이 오겠죠?

오늘은 기말고사의 여파로 자꾸 눕게 되어 편지가 짧습니 다. 늘 철수샘의 편지가 길어 민망하기도 하지만, 오늘의 저는 여기까지인가 봅니다. 건강한 주말 보내세요!

2021년 7월 10일
고사에 의연해지고픈 구지 드림

 

 

 

 

 


그걸 바로 잡는 과정에서 그 사람이 어떤 방향으로 마음을 쓰는지를 알게 되는 것 같아요. 그때 드러나는 마음의 결이 철수샘과 유사할 때를, 저는 좋아합니다. 미안해하는 철수샘의 마음이 해당 학생과 학부모에게 느껴졌을 거라 믿어요. 처음에는 당혹스러우셨겠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철수샘의 마음씀을 느끼고 다 풀어졌을 것 같아요.

학교에서 우리가 교과 지식을 가르치는 일만 하지 않듯, 학생들도 우리에게서 그 외의 면들도 배워간다고 생각해요. 학생을 대하는 태도, 수업에 임하는 자세 등 많은 것들을요. 저는 학생들에게 교과 외에 무엇을 남겨주고 있을까요? 욕심을 내본다면, 학생들이 제게서 얻어가는 것에는 좋은 점이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보통 일 년 남짓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다 떠나게 됩니다. 길고도 짧은 시간이라 할 수 있지만 일 년의 만남으로도 서로에게 짙게 남은 학생들이 있어요. 그들이 저를 찾아 근무 중인 학교를 방문하면 누군가가 알려주곤 해요.

“선생님, 제자가 찾아왔어요."

 

 

 

 

 

 


2022년, 1월 첫 주면 처음으로 제반 아이들을 제 손으로 졸업을 시키게 됩니다. 울 것 같은데 우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좀 부끄러워요. 저, 잘 참을 수 있겠죠? 저는 생각보다 애들 앞에서 눈물을 잘 참더라고요. 요즘 마음이 말랑말랑해서 누가 누르기만 해도 우는데, 애들 앞에서는 안 그래요. 꾹 하고 잘 참는 저는, 어른인가 봐요.

학생들에게 기우는 마음을 누군가는 사랑이라고 하고 누군가는 연민이라고 하는데, 연민을 사랑으로 착각하지 말라는 말도 들었거든요. 그런데 저는 다 사랑 같아요. 애잔하고...

 

 

 

 

 

 


누군가 너와 내가 나눈 편지를 읽는 동안, 네 말대로 우리 모두는 학교 말고도 여러 일터에서 일 외에도 마음 쓰고 살아가고 있다는 공통점을 발견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책을 내기로 결심한 큰 이유는 직업이 같고도 달라서 겪는 기쁨과 슬픔, 불편함과 외로움을 겪느라 지쳐본 모든 이에게 이 편지가 닿아서, 웅크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그에게 우정 어린 손길을 건네고 싶었기 때문이니까.

구지야, 편지로 너의 세상을 보여주고 내 세상에 귀 기울여줘서 고마워. 내가 조심스레 내민 손을 네가 덥석 잡았던 우리의 '첫'을 다시 생각하며.

철수

 

 

 

 

 

강다방 이야기공장
강원도 강릉시 용지로 162 (옥천동 305-1)

이야기를 팝니다
강릉의 이야기를 담은 작은 독립서점, 헌책방, 출판사, 편지, 기념품 가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