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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물, 에세이 소설] 꽃이 온 마음, 조민경

강다방 2023. 3. 25. 15:35

 

 

 


독립출판물, 에세이 소설
꽃이 온 마음 - 꽃말이 담긴 30가지 이야기, 조민경


사계절별로 피는 꽃들의 꽃말과 관련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책 뒷부분에는 꽃을 소재로 한 짧은 소설들도 담겨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꽃들이 새롭게 보인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시처럼 흔하고 평범해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주변의 것들이 사실은 모두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라는 걸 느끼게 해준다. 우리들도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제목 : 꽃이 온 마음 - 꽃말이 담긴 30가지 이야기
저자 : 조민경
펴낸곳 : 인디펍
제본 형식 : 종이책 - 무선제본
쪽수 : 195쪽
크기 : 115x185mm
가격 : 11,000원
발행일 : 2022년 4월 15일
ISBN : 979-11-6756-101-5 (03810)


작가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dalrainbow/

 

 

 

 

 

꽃이 온 마음
꽃말이 담긴 30가지 이야기
글/그림 조민경

 

 

 

 

 

결국은 꽃과 사람 그리고 마음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이 책을 펼치는 누군가의 마음에 한 송이의 꽃이라도 내려앉기를 바랍니다.

 

 

 

 

 

제비꽃은 강하고 명석합니다.

야리야리하게 보이지만 이래 봬도 야생화입니다. 생명력이 강하고 번식력도 좋습니다. 제비꽃은 벌이 없어도 자립적인 방법으로 씨를 만듭니다.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삶을 개척합니다. 자신의 운명이 남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도록 꿋꿋하게 나아가는 강인함이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제비꽃은 명석하기까지 합니다. 제비꽃은 씨방을 툭 터뜨려 씨를 날아가게 합니다. 하지만 번식을 위해 멀리 씨를 보낼 만큼의 힘은 부족합니다. 그래서 제비꽃은 다른 방법을 생각해냈습니다. 제비꽃 종자에는 '엘라이오솜'이라는 젤리 같은 물질이 붙어 있는데 이것이 개미의 먹이...

 

 

 

 

 

위틈 사이에 보란 듯이 피어있고, 꽃밭의 불청객처럼 이곳저곳에 자라고 있는 민들레를 꽃보다는 잡초에 가깝게 생각했습니다.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어 귀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민들레는 너무나도 매력적인 꽃이었습니다.

우리 눈에 보이는 민들레는 작고 수수해 보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땅속의 민들레 뿌리는 길면 약 1미터가량의 길이에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합니다. 빙하처럼 민들레는 자신의 일각만 보여주 고 있습니다. 민들레 뿌리는 영양분을 찾아 아주 깊숙이 땅속을 파고듭니다. 흙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뻗어 나갑니다. 그래서 민들레는 뽑으려고 해도 잘 뽑히지 않습니다. 민들레는 눈에 띌 만큼 예쁘지도 않고 향긋한 향기도 없는 수수한 모습...

 

 

 

 

 

괴로움 때문인지 금방 시들어버립니다. 사랑했던 바람의 신을 따라 가버리는 것일까요? 봄바람이 불 때 피어나 바람과 함께 사라져 버리는 아네모네, 그 아름다움을 좀 더 볼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 할 때 마음은 무너집니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했지만 함께 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을 때의 고통은 말할 수 없게 큽니다. 하지만 나는 아네모네에게 사랑을 이루지 못했다고 너무 슬퍼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미완의 사랑이야말로 절정의 사랑을 영원히...

 

 

 

 

 

효능이 어마어마합니다. 매일 마시고 싶은 욕구가 솟구칩니다. 예쁜 꽃이 이런 효능도 가지고 있다니, 우리가 모를 뿐 모든 생명에는 귀한 능력이 있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일흔에 가까워진 엄마와 마흔이 된 딸은 서로의 건강을 염려합니다. 나는 다시 한 모금을 마시며 아프지 말고 행복 하자고 마음속으로 말해봅니다.

맨드라미는 생김새가 참 독특합니다. 닭의 볏을 닮았다고 계관화라고도 불리지만 내 눈에는 플라멩코 춤을 추는 여인으로 보입니다. 맨드라미 꽃차를 또 한 모금 마시자 나는 어느새 스페인 세비아 골목의 작은 극장 안에 앉아있습니다. 깜깜한 무대 위 핀조명 아래 빨간색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보입니다. 기타 연주가 시작되자 여인은...

 

 

 

 

 

난 언제나 주연이었어요

가끔 우울한 감정이 나를 덮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내 존재가 하찮게 느껴져 인생이라는 그림 속에 소실점이 되어버리는 느낌입니다. 내가 원했던 나의 모습과 점점 멀어져서 결국 점이 되어버릴 것 같을 때 나는 우울이라는 심연에서 허 우적거립니다. 모든 사람이 참여하는 인생이라는 연극에서 내가 주연이라고 생각했는데 문득 주연 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도 우울해집니다. 내 역할이 너무 작고 초라하게 느껴져 당장 주연을 시켜달라고 누군가에게 떼를 쓰고 싶습니다.

 

 

 

 

 

멀리 우리가 도달할 수 없는 곳이 우주가 아니라 바로 가까이, 우리가 사는 이곳 역시 우주라고 말해주고 있습니다.

한때 나는 슬프고 괴로울 때마다 나를 광활한 우주 속의 미물로 바라보며 나의 고통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치부해 버린 적이 있었습니다. 처음 그 방법은 고통을 지우는데 꽤 효과적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방법은 나 자신을 가치 없는 존재로 만들었습니다. 슬픔과 괴로움도 다시 샘솟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반대로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우주 속 모래알 같은 존재가 아니라 나 역시 질서와 조화로 이루어진 우주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곳에서 나를 맞아주는 것은 동백나무입니다. 가지에 달린 진한 녹색 잎과 붉은색 꽃이 서로를 돋보이게 합니다. 반들반들 윤기가 흐르는 잎은 햇빛을 반사시켜 붉은 동백 꽃잎을 고혹적으로 만듭니다. 보는 이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이 붉은빛은 신비롭기까지 합니다.

동백꽃은 향기가 없습니다. 그래서 곤충이 찾아 오지 않습니다. 오직 붉은빛으로 새를 유인합니다. 동백꽃에게 붉은빛은 생명과도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동백꽃의 붉은색에는 삶의 힘겨움이 느껴지고 동백꽃 안에는 절절한 사연들이 담겨 있 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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