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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물, 에세이] 나의 봄여름가을겨울은 얼마나 왔을까, 자영

강다방 2023. 3. 18. 17:58

 

 

 

 

독립출판물, 에세이
나의 봄여름가을겨울은 얼마나 왔을까, 자영


한 해 한 해 계절이 바뀌고 나이를 먹어가며 느끼고 경험했던 일들을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빗대어 이야기한 책. 이 책의 싲가은 작가의 5살 생일잔치 이야기로 시작된다. 계절이 바뀔 때 읽으면 좋은, 문득 우리는 지금 어떤 계절을 지나고 있는지 되돌아 볼 수 있게 해주는 책.


제목 : 나의 봄여름가을겨울은 얼마나 왔을까
저자 : 자영
펴낸곳 : 인디펍
제본 형식 : 종이책 - 무선제본
쪽수 : 107쪽
크기 : 114x188mm
가격 : 10,000원
발행일 : 2022년 8월 10일
ISBN : 979-11-6756-116-9 (03810)


작가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booklife_young/

 

 

 

 

 

문득 내가 몇 번의 사계절을 겪었는지 생각해본 순간이 있다. 몇 번의 사계절을 겪었으면 내가 이만큼이나 자랐을까. 100번이 넘는 계절이, 100번이 넘는 계절 동안의 기억이 나를 성장하게 했다. 열심히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여름도, 나를 열심히 키우고 있다.

그렇게 100번이 넘는 계절을 겪으면서도 유독 선명하게 기억나는 계절이, 선명하게 기억나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 순간들이 어설프지만 견고하게 모여 지금의 내가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은 지금까지 얼마나 왔을까. 그리고 그 사계절을 건너는 나는 지금 얼마나 와있을까.

 

 

 

 

 

기억의 사계절


- 5살의 생일파티
- 8살의 받아쓰기
- 13살의 쌓기 나무놀이
- 15살의 짝사랑

여름
- 가랑비 오는 7월의 이별
- 7월 중순 한낮의 인천공항
- 미적거림, 이제 안녕

가을
- 소 떼, 그리고 서핑캠프
- 28살의 헤엄, 소개팅보다 기다려지는 것
- 반달곰보다 무서운 지리산 등반기

겨울
- 껴입기는 싫어, 근데 귀마개는 좋아
- 이렇게 아플거면 깨어나지 않고 싶어
- 태권도를 배우면서 다시 건강해질거야
- 겨울만 되면 하는 결심

 

 

 


기억에도 사계절이 있다. 그리고 사계절의 기억도 있다. 우리는 다가오는 사계절을 내리 겪어내며, 억겁의 기억으로 살아간다. 그리고 그 억겁의 기억 속에는 유독 더 선명한 순간들이 있다. 그 순간들은 조금 전했던 말도 희미하게 만들어버리는 정신없는 일상 속 에서 영감을 주기도 하고, 때론 그 한 페이지에 나를 가둬두고 현실로 돌려보내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러한 순간들을 간직하고 싶었다. 새싹이 움을 틔우듯 이런저런 감정이 세상 밖으로 틔워지던 봄, 이별하던 순간들의 여름, 새로운 경험에 꽂혀 주구장창 새로운 것만 찾으며 영근 열매를 얻으려 했던 가을, 그리고 한 해가 가는 게 매번 아쉬워 한껏 고집부리던...


 

 


그리고 알려주고 싶었다. 이 책을 읽는 모두에게도 분명 자신만이 겪은 행복하고도 특별한 기억들이 무수히 넘쳐 흐른다는 것을. 그리고 이 작은 책이 그러한 기억들을 꺼내어 미소를 짓게 한다면 그것만으로 나에겐 이 책을 집필하는 지금 이 여름, 그리고 다가올 여름을 맞이하고 사랑할 좋은 핑계인 것을.

 

 

 

 


봄에는 온 세상이 분주하다. 새싹이 올라올 준비를 하고, 학생들은 새 학기를 시작하고, 가벼운 옷을 꺼내며 옷장 정리를 시작하고, 뭐든 시작하기에 따뜻해진 날씨는 마음마저 괜히 들뜨게 한다. 봄은 그렇다.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봄이 아닐지라도, 봄을 기다리지 않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만큼 봄은, 이름조차도 봄인 봄은 많이 좋다. 봄이 그렇게도 좋으냐고 묻는 노래도 있는데, 나는 봄이 그렇게도 좋다. 내가 태어난 계절이기도 하고, 어떤 일의 성공과 실패를 논하기에 아직 이른 시기이기 때문이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시작하기에 가장 알맞은 계절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푸릇푸릇하게 피어나는 계절. 그래서 봄에는 지금 나의 시작이 된 어린 시절의 기억을 담아보려 한다.

 

 

 

 

 


이렇게 말하면 좀 재수 없을 수도 있는데, 지금까지 나는 사실 뭐든 꽤 보통은 하는 사람에 속했다. 공부도 잘했고, 그리고 열심히 했고, 어딜 가도 뭔가가 부족해서 나머지 수업을 듣는 학생은 아니었다. 초등학생 땐 더 그랬다. 받아쓰기 하나 틀렸다고 눈물이 고이던 학생이었는데 나머지를 한다고? 용납할 수 없었다.

그런데 하게 된 것이다. 그만큼 나는 공간지각능력이 없었다. 그래도 받아쓰기 하나 틀렸다고 울던 8살 이었던 시기는 지났었나 보다. 부끄러운 감정보다는 나머지 수업을 받는 나 자신이 재밌었던 걸 보면...

 

 

 

 

 

사실 조금은 슬픈 것 같아, 근데 괜찮아!' 하고 이별의 슬픔을 2시간 만에 인정한 것이다. 그때의 나, 그 당시의 바람, 그때 내리던 비의 감촉, 세기, 친구에게 이별의 순간을 고하던 그때의 내 표정 등 이 모든 게 선명하다. 온몸으로 이별을 체감하고 있었던 거겠지.

이때의 이별은 정말 가랑비와 같았다. 흑색과 먹색으로 이루어진 먹구름이 조금씩 하늘을 덮는다. 주변이 어두워지기 시작하고, 비가 조금씩 내린다. 처음 비를 맞을 땐, 톡 그리고 톡 그리고 그리고 톡 내리는 비에, 이 정도면 맞고 가도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톡 내리는 비를 맞고 있으면, 어느새 다 젖어버린 나를 발견한다. 헤어짐도 똑같다. 헤어짐의 예감이...

 

 

 

 

 

나에게 겨울은 어려운 계절이다. 겨울은 해가 변하는 계절이다. 겨울엔 하늘의 해도 급격히 짧아지고, 한 해가 저물고 새로운 해가 온다. 이처럼 내가 의도하지 않은 변화가 일어나는 계절이다. 나는 의도치 않은 변화를 어려워하는 사람이다. 변화를 받아들이는 게 어려운 만큼 몸이 아프고, 마음이 아프다. 모든 게 안온한 마무리라고 하더라도, 정들었던 무언가와 헤어지는 건 나에게 몹시 어렵고 슬픈 게 분명하다. 일단 한 해간 나를 한 마디로 표현해주던 나이와도 헤어져야 한다. 아쉽지만 나는 그 나이의 나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다. 어떻게 보면 이 책도, 돌아갈 수 없는 그때의 나에게 바치는 헌사와 같다.

변화를 온 마음으로 환영하지 않아서 그럴까...

 

 

 

 

 

태권도 수업 첫날, 도복을 갈아입고 무려 새하얀 띠를 허리에 두르고 쭈뼛쭈뼛 도장에 들어서던 날이 생생하다(몇 달 안 되어서 그럴 수도 있다).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거진 나보다 다 어려 보이는 관원들을 보는 그 기분은 오묘했다. 나도 이제 어느 집단에서는 가장 연장자가 될 수 있다는 게 실감이 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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