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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물, 에세이] 싶싶한 하루 보내세요, 권민정 등 5명

강다방 2023. 3. 27. 15:52

 

 

 

 

독립출판물, 에세이
싶싶한 하루 보내세요, 권민정 라일락 박다흰 서예빈 안화용


글쓰기 모임에서 팩소주를 마시고 만든(?) 책. 책 표지처럼 파릇파릇한 평균 나이 32세 언니들의 욕망(?) 에세이다. 책 제목 싶싶한은 하고 싶은 욕망을 의미한다. 욕망이라는 단어가 살짝 자극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내용은 귀엽고 누구나 공감할 내용들이 담겨있다. 아마 비슷한 또래라면 특히 더 공감할 부분이 많을 것 같다.



제목 : 싶싶한 하루 보내세요
저자 : 권민정, 라일락, 박다흰, 서예빈, 안화용
펴낸곳 : 인디펍
제본 형식 : 종이책 - 무선제본
쪽수 : 146쪽
크기 : 128x182mm
가격 : 13,000원
발행일 : 2022년 11월 1일
ISBN : 979-11-6756-143-5 (03810)

 

 

작가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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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instagram.com/book4oto/

 

 

 

 


싶싶한 하루 보내세요
권민정, 라일락, 박다흰, 서예빈, 안화용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 다섯 여자의 욕망 에세이
사과를 삐뚤뺴뚤 깎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

 

 


한 주를 살아내고 수요일 저녁이면 모여 글을 나눴다. 서로의 용기와 유머를 추켜세우고, 한숨과 불안을 가라앉혔다. 그들이 써 온 글을 매주 함께 읽으며, 나는 글이 가진 아름다움이란 수없이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을 새롭게 이해했다.

마지막 모임 날에는 책방에서 팩소주를 마시며 글을 읽었다. 팩소주의 힘이었을까. 얼마 뒤 그들은 함께 책을 만들기로 했다고 소식을 전해왔다. 다섯 사람이 의기투합해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만들기로 했다고. 그때 이미 나는 이 책을 다 읽은 것 같은 기분이 되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사는 기분으로, 그들이 분명 멋진 책을 만들어낼 것을 알았다. 그리고 여름이 끝나갈 무렵, 책이 되기 직전의 원고를 건네받았다.

 

 

 

 

 


책을 읽는 건 정적인 일이지만, 한편으론 무척이나 동적이기도 하다. 읽는 이의 내면이 물결치고 내려앉았다가 천천히 다시 일어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가만히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은 거리의 동상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는 정지된 채로 다시 만들어지고 있다. 그래서 읽는 사람은 끊임없이 다시 태어난다.

내게 이 책을 읽는 건 다섯 사람의 이름으로 다시 살아보는 일이기도 했다. 다섯 개의 삶이 지닌 애틋함과 슬픔, 굴레를 함께 겪는 동시에 명랑함과 환희를 즐겁게 누렸다. 외로움이 씻기는 기분이었다.

 

 

 

 


책을 읽는 당신 역시 어느 날엔 민정으로, 어느 날엔 화용으로 살게 될 것이다. 일락, 예빈, 다흰이 될 것이다. 삶이란 참 슬픈데 웃기고, 알 수 없지만 신나기도 한, 참으로 묘한 것임을 알 게 될 것이다. 우리 모두 그런 요지경 속에 살아가고 있음을.

일락의 글 「글 쓰는 사람의 방향」을 보면 "장강명" 작가는 글쓰기란 자전거 타기를 배우는 것과 다름 없다고 했다” 한다. "처음에는 엉망진창이지만 하루 이틀 쓰다 보면 중심이 잡히고, 앞 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내가 보기에 이 책을 쓴 다섯 명의 작가들은 이미 자전거를 능숙히 타는 사람들이다. 이 책은 다섯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처음 가본 낯선 옆 동네쯤 될 것이다.

이제 그들은 멀리 나아갈 것이다. 자전거를 탄 채로 한 쪽의 끝에서 다른 쪽의 끝까지. 어쩌면 그런 식으로 지구를 한 바퀴 돌고, 아득히 멀어질 때까지. 싶싶한 하루를 보내려 애쓰며 말이다.

안개 속을 헤매며 묵묵히 꿈을 꾸는 사람, 한 번쯤 혼자라고 느껴본 적 있는 사람들과 이 책을 읽고 싶다. 그들 모두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즈음엔 말간 얼굴이 되어 싶싶한 하루...

 

 

 

 


아무것도 하기 싫지만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

각자의 방이 배경인 다섯 개의 모니터 화면. 우리는 그곳에서 만났다. 동네 책방 부비프에서 열리는 온라인 글쓰기 모임이었다. 일주일에 한 편씩 글을 쓰고, 화상으로 만나 글을 나누었다. ‘이런 걸 써도 되는 걸까?', '이렇게 써도 될까?' 걱정하다가 조심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모임에서 서로의 글을 읽고 싶은 마음에, 새벽까지 노트북을 붙들고 글을 썼다.

책방에서 오프라인 모임을 가진 다음 날, 다섯 명의 글을 한 곳에 모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균 나이 31.6세, 다섯 여자의 싶'을 주제로 여덟 가지 키워드를 정했고, 매주 마감과 싸우며 차곡차곡 글을 쌓아나갔다.

 

 

 

 

 

자라나는 새싹들을 대상으로 교육봉사를 했었다.
한참 정규수업에서 '연필을 바르게 쥐고, 쓰기 공책에 (네모 칸이 있는 공책) 글씨를 바르게 쓰기'를 배우고 있던 새싹들은
역시 내가 연필 잡는 법을 신기하게 보았다.

“선생님, 연필을 왜 그렇게 잡아요?"

새싹들에게는 내가 연필 잡는 법을
신기해하거나 이상하다고는 했지만
틀렸다고 면박 주지 않는 다정함이 있었다.

그때는 그들이 학교에서 정확히 무엇을 배우는지 몰랐으므로
단순히 '애들이 눈썰미가 좋구나!' 하고 말아버렸지만,
지금 생각하니 몸소 틀린 예시를 보여준 것 같아 미안하다.

뜻하지 않게 새싹들의 옆에서 마치 인생 2회차의 시간 여행자가
된 것 같은 즐거움을 느끼는 요즘.
적게는 스물여섯 명, 많게는 100여명의 새싹들은...

 

 

 

 

 

일락

나는 특이한 이름을 가졌다. 전쟁통에 많은 아이들이 죽고 느지막이 낳은 막내아들이자 외동아들인 아빠. 할머니는 아빠 역시 아들을 갖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딸이었다. 셋째 딸을 낳은 엄마는 딸의 얼굴을 안 보겠다 했다. 할머니 역시 손녀들의 이름을 지어주던 점집에 가지 않았다. 출생신고가 차일피일 늦어지는 걸 보다 못한 셋째 이모가 회사에서 사전을 펼쳤다. 그리고 국어사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을 내게 붙여 주었다.

이름은 나에게 잘 붙지 않았다.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했고, 어릴 적부터 무리의 중심이 되기보다는 구석진 자리에서 혼자 노는 걸 편해했던 아이는, 독특한 이름 탓에 자주 주목받았다. 아니라고 말하는 걸 어려워하는 아이로 컸고, 그래서 달갑지 않은 주목을 스스로 즐긴다고 여기며 오랜 시간 지내왔다.

 

 

 

 

 

하지만 술과 더 친해져 회사, 방 바깥, 그 어디도 나가지 못하는 아빠를 은행에 부를 순 없는 노릇이었다. 잠시 투정을 부려볼까 했던 마음을 다잡고 은행 직원의 설명을 메모하며 남의 돈을 빌리는 데에 성공했다. 굴욕적인 성공이었다. 은행 직원의 말이 계속 맴돌았다. “학생 혼자 왔어요?" 그래도 머리카락이 좀 길어서인가. 괜찮은 척 은행을 나왔다. 갓 어른이 된 표정을 하고 눈물을 말리고는 엄마에게 전화했다. 무사히 끝냈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그래서인가. 내게 스무 살이란,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나의 초라함을 마주해야 하는 시기의 시작이었다. 대학에서 만난 동기들은 밝고 행복해 보였다. 부모님과 사이도 좋고 학자금 걱정도 없이 지낼 것만 같은 동기들을 보면서 나는 사라지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있지 말아야 할 곳에 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아침이...

 

 

 

 

 

책을 마구 리스트에 넣어둔다. 그리고 마음이 풀리면 책을 잊는다.

나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일까? 사실은 아닌 것 같다. 책을 친구 삼아 고통스러운 시간을 잊어낼 뿐이다. 책이 없어도 괜찮은 사람이 되길 자주 바란다. 읽고 난 책은 집에 두지 말고 중고서점에 꼬박꼬박 내다 팔자고 다짐한다.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쌓인 책들을 보며 한숨 쉰다. 책의 무게를 버텨내는 책상 다리가 안쓰럽다. 더워진 방문을 꼭 닫고 에어컨이 나오는 거실로 나간다. 그렇게 책과의 동거는 계속된다.

 

 

 

 

 

러너들은 이렇게 부른다)를 반복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오랜 기간 좋아하는 것을 꼽자면 나에게 그것은 '달리기'다. 봄이면 벚꽃이 흐드러져서, 가을이면 단풍이 물들어서, 여름이면 밤공기가 좋아서 주로에서 바람을 가른다. 여행을 떠날 때도 마찬가지다. 철썩철썩 파도가 치는 해변가가 있으니까, 흙과 풀 냄새로 가 득한 숲길이 있으니까, 야경이 근사한 도시니까 당연히 달려야 한다는 이유로 캐리어 한 켠에 러닝화를 챙긴다.

미로처럼 복잡하게 얽힌 길이 가득한 세상에도 두 발로 거뜬히 나아갈 수 있는 주로가 있다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나는 달리기를 통해 과거로부터 벗어나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배웠고, 빠르게 달리는 누군가를 뒤쫓는 것이 아닌 나만의 속도를 찾았다. 주로에서 보낸 숱한 시간이 나에게 남긴 메시지는 결국 이 한 마디다.

내가 멈추지 않는다면,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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