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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관련 도서, 에세이] 블루베일의 시간, KBS 블루베일의 시간 제작팀

강다방 2022. 11. 6. 15:53

 

 

 

 

[강릉 관련 도서, 에세이] 블루베일의 시간

KBS 블루베일의 시간 제작팀

 

 

강릉 서부시장 뒤편 골목 속에 숨어있는 갈바리의원 이야기. 근처를 지나다닐 때마다 저 집은 뭔가 궁금했는데, 우리나라 최초의 호스피스(죽음이 가까운 환자를 입원시켜 위안과 안락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특수 병원) 시설이었다. KBS 다큐멘터리 <블루베일의 시간>와 함께 보면 더욱 좋은 책.

 


제목 : 블루베일의 시간
저자 : KBS 블루베일의 시간 제작팀
발행처 : 북폴리오
제본 형식 : 종이책 - 무선제본
쪽수 : 308쪽
크기 : 145x210mm
가격 : 14,000원
발행일 : 2015년 5월 8일
ISBN : 978-89-378-3762-3 (03810)

 

 

 

 

 

 

 

 

 

"무슨 일로 오셨어요?”

그렇게 갈바리의원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갈바리의원은 한국 최초, 동양 최초 호스피스 시설이다. 50년 전 한국에 진출한 마리아의작은 자매회'에서 세운 것이다. 임종자의 벗이라고 불리는 마리아의작은자매회는 특유의 하늘색 베일로 인해 '블루베일' 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죽음에 대해 공부하고 싶어서요..."

수녀님들이 난색을 표했다. 수도자들이 공중파에 나오는 것 자체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게다가 임종을 앞둔 환자와 가족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었다. 인연이 되려고 그랬는지, 전화에 대한 몹쓸 공포증으로 인해 직접 찾아가 얼굴을 들이민 나에게 수녀님들은 예의 바르다며 호감을 보이셨다. 그렇게 해서
일단 봉사활동을 허락받았다.

8월 중순, 짐을 싸서 강릉으로 갔다. 병원 옆에 방을 구하고 본격적인 '봉사활동'에 들어갔다. 첫날 배정된 곳은 주방이었다...

 

 

 

 

 

20년 전 처음 임종을 지켜 드릴 때 막달레나 수녀는 가시는 분의 손을 잡고 하느님께 기도했다. 편안히 인도해 주시라고, 세월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죽음을 기꺼이 맞는 사람은 없다. 누구든 마지막을 미루고 싶어 한다. 지금은 그저 함께해 달라고 기도한다. 막달레나 수녀도 그 자리에 함께 있을 뿐이다. 죽음의 순간에는 누가 누구를 돌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죽음은 산 자의 것이다. 죽은 자는 죽음을 얘기하지 않는다. 산 자만이 다른 이의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숙제에 골몰한다. 시간이 지나면 어떤 애통한 죽음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러다가 마침내 그도 죽은 자가 된다. 아름다운 죽음이란 말을 막달레나 수녀는 좋아하지 않는다. “당신은 아름답게 죽었습니까?"라고 물어볼 사람도, 대답할 수 있는 사람도 없다. 다만 이렇게 말할 수는 있다.

"임종의 자리가 평화로웠습니까? 만일 그 자리에 평화가 있었다면 아름다운 것입니다.”

 

 

 

 

 

마음에 걸리는 건 없어요. 하나 있다면, 병원에 안 다니 것. 내 건강에 자만하고 교만했던 것. 어떻게 보면 죽음에 대한 공포인지도 모르겠어요. 앞으로 1년 남았다는데, 똑같이 살 것 같아요. 이 생활을 반복하면서. 이 몸을 가지고 뭘 어떻게 하겠어요. 할 수 있는 게 없는 걸... 3~4년 후에도 내가 살아 있다면 약 먹고 치료받고 있을 거예요.

살아온 걸 뒤돌아보면 나를 위해서 살아 본 적이 없어요. 놀러도 안 가보고 구경도 안 다니고 좋은 음식과 좋은 옷, 이런 것 할 수 있었는데 안 했어요. 시간을 다 그렇게 흘려보냈던 것 같아요. 왜 그랬냐고요...? 천년만년 살 것 같았나 보죠... 미룬 거죠. 지금은 혼자 아무것도 못 하는데.... 다른 사람들 위해서는 많이 했던 것 같아요. 후회는 안 돼요. 더 많이 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생각하죠. 지금 와서는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만약 젊은 시절로 돌아간다면 봉사를 좀 많이 하고 싶어요. 돌아보니까 게 아무것도 없어요. 뭔가 남기고 싶어요. 그래서 조금 아쉬운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기왕 죽음을 받아들여 한다면 후회하지는 않을 거예요. 누구나 언젠가는 다 가는 길이니까...

 

 

 

..

 

나는 주문진에서 태어나 주문진으로 시집갔어요. 마흔 넘어서 어판장에 나갔어요. 바다에서 배가 들어오면 생선을 떼다 팔았어요. 하루에 팔 만큼만 조금씩 가져와서 다 팔고 그랬지. 안 먹어 본 생선이 없어요. 생선이란 생선은 다 먹었어요. 처음에 남편 혼자 나가고 나는 10년 동안 뒷바라지만 했지. 그런데 사람들이 내가 안 나가면 심심하대. 같은 말인데도 우습게 한다고, 나는 무심코 얘기하는데 그게 우습대. 이젠 힘이 다 떨어져서 우리 애들하고나 웃고 그러지요. 어판장에서는 내가 일등으로 팔았어요. 하루에 30~40만 원씩 벌었어요. 주말에 더 벌고, 1년 넘게 안 해서 다 잊어버렸네. 희한하게 손님들이 붙더라고, 별로 요란하게 하지도 않는데 손님이 저기까지 가다가도 다시 와서 사고 그랬어요. 고등어, 가자미 같은 걸 팔았어요. 재밌어. 돈 많이 모았냐고? 번 만큼 쓰니까.... 하루만 집에서 쉬려고 해도 눈앞에 돈이 선해서 못 쉬어, 쉬고 싶을 때도 못 쉬고... 너무 억울해서 눈물이 나요. 돈 버느라고 발버둥 쳤어요. 몸 생각 안 한 게 제일...

 

 

 

 

 

사망 선고를 해야 할 때, 어떤 심정이 되시는지...?

저는 사망 선고라는 생각을 하지 않아요. 그냥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임종하시는 그분들은 정말 고단하고 힘든 삶을 살아오셨잖아요. 태어나는 자리가 굉장히 축복받고 축하받는 자리인 것과 똑같이, 마지막 인생의 무대를 내려가는 자리 또한 축복받는 거룩한 자리라고 생각해요. 그분이 살아온 인생을 박수쳐드리면서 정말 고생하셨다고, 수고하셨다고, 이제 편안해지시라고, 인사를 드립니다. 그래서 저는 사망 선고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사람의 죽음이라는 것을 의료진 입장에서
어떻게 바라보시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어렵네요. 죽음이 무엇인지 잘 모르기도 하고요. 학자가 아니라서 철학적인 견해 같은 건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그냥 제가 환자를 보면서 느낀 점을 말씀드릴게요. 죽음을 삶과 떨어뜨려서 생각하면 두렵고 어둡게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삶의 끝자락에...

 

 

 

 

 

가장 아름다웠던 것은 이것입니다. 가족과 자제분들이 막 울기는 해요. 슬프기는 하지만, 그래도 마지막 순간까지 이야기를 나누시다 아버지가 가야 할 때가 되었음을 알고 그 순간을 잘 받아들이셨던 것 같습니다. 떠나시는 분도 때가 되었음을 알고, 남은 가족들도 기꺼이 보내 드리는 것이 아름다운 것 같아요.

막달레나 수녀

죽음이 아름다운 이유를 굳이 찾는다면
어떤 말씀을 해주실지 궁금합니다.

죽음은 이승에서 다시는 만날 수 없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 같아요. 그 아쉬움과 그리움이 없다면 죽음이 아름답다고까지 말할 수는 없을 거예요. 그분이 더 이루고자 했지만 미처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해서 내가 느끼는 아쉬움, 더 잘해 드리지 못한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겠죠. 봉사를 못해서, 기부를 못하고 이 세상을 떠나가서 아쉽다고 얘기하시는 분들도 간혹 있습니다. 그런 아쉬움...

 

 

 

 

 

슬프지 않은 건 아니에요. 저는 제 동생이 떠났을 때 막 울었어요. 얼마나 소리 내어 울었는지 몰라요. 그러고 나니까 마음속에서 뭐가 하나 빠져나간 것 같더라고요.

슬픈 일을 당했을 때는 충분히 슬퍼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병이 되지 않아요. 주위에서 마음껏 울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어떤 분들은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소리 내어 못 운 것이 굉장히 후회스럽다는 말을 하세요. 울지 말라고 해서 못 울었다는 분도 많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마음속에 있는 슬픔을 남김없이 밖으로 표현하는 것이 좋습니다. 울고 싶은 만큼 울게 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 이별을 준비하면서는 서로에게 꼭 하고 싶었던 말을 하고, 때론 상처가 될지도 모르지만 가슴속에 담아 두었던 아쉬운 이야기도 꺼내고, 욕도 하고 싶으면 좀 하고, 모든 것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좋겠어요. 그 시간은 솔직한 것이 가장 좋아요. 가장 겸손해졌을 때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잖아요. 그 순간에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어요. 마음이 열려 있잖아요.

스텔라 수녀

 

 

 

 

 

죽음을 앎으로써 내 생명의 본질도 이해하게 내 생명의 본질도 이해하게 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도 배우게 되죠. 그렇게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삶을 살아야 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죽음과 맞닥뜨렸을 때 아름다운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게 아닐 겁니다. 성장 과정에서부터 죽음에 대해 배우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부정적인 관념보다는 좀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죽음을 나의 한 부분이라고 인정하면서, 살아 있는 동안 최대한 행복하게 즐기려는 자세로 살아야 합니다. 또한 사람으로서 누릴 수 있는 자유와 기쁨, 보람, 이런 모든 것을 누리고 잘 살았을 때 죽음을 아름답게 준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행복하게 살 때만 행복한 죽음이 찾아와 주는 것입니다. 삶의 연속이 죽음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많이들 알고 계실 텐데, 요
한 바오로 2세께서 돌아가실 때 주위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나는 행복합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행복하십시오”란 말씀을 남기셨지...

 

 

 

 

 

암 말기나 희귀병을 선고받는 경우엔 정말 충격적일 것 아니에요? 조금의 빛도 들어오지 않는 방에 갇혀 있는 기분일
것 아니에요? 제3자의 충고는 아무 소용 없을 것 같아요. 말이 필요 없죠.

그런데 제 경험상 이것만은 말씀드릴 수 있어요. 잘 사는 사람은 잘 죽습니다. 확실히 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 평소 긍정적인
사고를 하시는 분이나 활기차게 지내는 분들은 막상 그런 상황이 닥쳐도 비교적 잘 넘기시더라고요. 내가 지금까지 다섯 개를 할 수 있었는데, 이렇게 되면 그래도 하나는 할 수 있지 않을까? 다행히 숨은 쉴 수 있지 않을까, 당장 여기서 숨이 멈춘 게 아니니까. 내가 생각은 할 수 있지 않나? 이런 식으로 매번 긍정적인 사고로 바꾸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오늘을 잘 살아야겠구나, 그 생각을 항상 해요.

밤에 잔다는 것은 오늘을 마감하는 거잖아요. 어떤 면에서는 죽는다고 볼 수도 있죠. 내일은 새로운 삶이죠. 우리는 항상 오늘을 살지요. 오늘을 살면서 동시에 내일에 도달할 수는 없죠. 지금...

 

 

 

 

 

후회 없는 마지막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이 순간의
삶을 소중하게 여기라는 말씀으로 받아들이면 될까요?

삶은 결코 다른 사람의 것을 흉내 낼 수 없습니다. 최대한 자유를 누리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하면서 이 세상에서 정말 가치 있는 것이 뭔지 분별할 줄 아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뜻있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나만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행복할 수 있도록 살아가는 것, 이것이 삶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럴 때 진정한 인간의 자유와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작년에 어떤 좋은 글을 만났어요. '삶을 숙제처럼 살지 말고 축제처럼 살자.' 매일 아침 일어나면서 오늘을 '숙제처럼'이 아니라 '축제처럼' 살자고 되새깁니다. 이 말을 떠올리면서 오늘도 그런 날이 되도록 노력한다면 삶을 좋은 자세로, 예쁜 모습으로 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만나는 분들께 때때로 질문을 던지곤 합니다. "나는 몇 살 쯤 죽게 될 것 같은가?”, “죽는다면 무슨 병으로 어떻게 죽을 것 같은가?”, “죽게 된다면 내가 풀어야 될 숙제가 있는가?", "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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