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에세이] 80년대생들의 유서
- 80년대생 14명의 인터뷰와 유서, 홍글
1980년생 14명을 선정해 인터뷰와 죽음을 가정하고 쓴 유서를 실은 책. 실제 유서가 아닌 가상의 유서를 엮어 만들었다. 책 시작에 적혀있는 것처럼 우리는 모두 시한부 인생이다. 이 책을 통해 남아있는 삶을 더욱 소중히 여겼으면 한다.
제목 : 80년대생들의 유서
저자 : 홍글
발행처 : 구르북스
제본 형식 : 종이책 - 무선제본
쪽수 : 268쪽
크기 : 130x200mm
가격 : 18,000원
발행일 : 2021년 5월 28일
ISBN : 979-11-974619-0-3 (03330)
강다방 이야기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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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글
https://www.instagram.com/hong.geul/
글 ·디자인 홍글 (@hong.geul)
인생에 끝이 있기에 오늘이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제게 주어진 하루를 씩씩하게 살아나가고 싶습니다.
프롤로그
우리는 모두 시한부 인생
차례
프롤로그 :
우리는 모두 시한부 인생 - 2
1장 독백 :
퇴근길 전쟁의 패잔병 - 12
태어난 김에 사는 인생 - 16
장례비는 평균 천만 원 - 20
인생 2막 - 24
주 3일 근무 - 30
생전장례식 - 34
2장 대화
들어가면서 - 40
1번 #프리랜서 #팟캐스트 #취향 #트렌드 #임신중 - 42
2번 #의사 #기획자 #N잡러 - 60
3번 #성악 #과외선생님 #난치병판정 - 74
4번 #30대 #싱글 #패션트렌드 #맥주 - 92
5번 #화가 #작가 #영화감독 #공황장애 - 108
6번 #퀴어 #성폭력가해자 #일상 - 122
7번 #워킹홀리데이 #두바이 호텔 #미얀마호스텔 #지금은제주 - 136
8번 #디지털마케팅 #웹툰 #엄마 #다이어트 - 154
9번 #문헌정보학 #도서관 #NGO #지금은개발자 - 174
10번 #우울증 #극작과 #사회공포증 #성인ADHD #우울증잡지 - 190
11번 #행정고시 #트레이너 #진통제 #류머티즘관절염 - 202
12번 #디자이너 #창업 #동대문 #유기견 #비건 - 216
13번 #성폭력피해자 #NGO #제작자 #평화와사랑 - 234
14번 #디자이너 #훌라 #하와이 - 246
80년대생 14명의 인터뷰와 유서
이 장에는 1980~1989년에 태어나고 자란 80년대생들 14명의 인터뷰와 손으로 쓴 유서를 담았습니다. 이 책에 실린 유서 는 인생의 끝을 가정해보고 작성한 것으로, 죽음이 임박한 상황에서 쓰인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참여자는 지인, 지인의 지인, SNS 이웃 등 제 주변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삶과 죽음에 관해 이야기 나눠보고픈 사람들로 선정했습니다. 어떤 사람이든 자기 몫만큼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집단으로 뭉뚱그리지 않고 개개인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평범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는...
"우리 사회에서 우울증, 공황장애를 고백하면 낙오자로 여기잖아요. 우울감을 드러내면 부정적인 사람으로 여기잖아요. 근데 생각해보면 그냥 희로애락의 감정 중에 하나인 것이잖아요.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 슬픔이가 있어야 기쁨이도 있는 것처럼 말이에요. 오히려 슬픔을 감추는 사람에게는 슬픔이 한 번에 몰아서 온다고 생각해요."
20~30대에 했던 선택 중 후회됐던 게 있다면요?
조급함에 너무 빨리 꿈을 정했던 걸 후회해요. 중2 때부터 저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거든요. 친구들이 문과, 이과 고민할 때 저는 고민을 많이 안 했어요. 무조건 '내 꿈은 디자이너야'라고 했는데 제가 디자이너의 삶을 잘 알고 디자이너의 세계를 열심히 공부해서가 아니라, 내 꿈이 확고한 상태가 좋았었던 것 같아요. 남들이 주저할 때 나는 확실한 꿈이 있다는 게 스스로 뿌듯했던 거 같아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정작 내 적성이나 성향을 돌아보지 못했어요. 직업이 꿈이라고 포장하지만 사실 직업이 뭐 해 먹고살고 싶냐는 거잖아요. 그리고 사실 사회에 나오면 그 일의 특성보다도 어떤 조직에 소속되어 그 일을 수행하느냐가 더 중요하잖아요. 디자이너도 어디에 소속되어 디자인하느냐에 따라 업무가 많이 달라지듯이요.
3개월간의 휴직 기간 내내 고민하다가 복직하지 않고 퇴사를 했다. 나를 아프게 만드는 환경으로는 돌아가지 않기로 했다. 퇴사 후에도 한동안 그냥 푹 쉬었으면 좋았으련만 조급함이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이러다 영영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고 영원히 우울증 환자로 낙인찍히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앞으로도 이렇게 힘들 거라면 왜 살아야 하는지 이유를 찾고 싶었다. 이유를 찾지 못하는 거라면 애초에 살아가는 것의 이유란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쯤 법륜 스님의 말씀을 듣게 되었다.
스님이 말씀하시길,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는 이유가 없기 때문에 왜 살아야 하는지 이유를 찾으려 하면 찾지 못할 게 분명하다고 하셨다. 살아야 할 이유를 못 찾게 되면 결국 죽을 이유를 찾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들으니 나는 나의 성과와 존재의 가치를 동일시하면서 무언가 이루지 못하면 쓸모없는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길가에 풀이 자라듯, 사람도 그렇게 태어나서 존재할 뿐인데,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의미라는 것을 잊고 있었던 건 아닐까. 무의식중에 인생을 승패로 인식하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물론 이루고자 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목표를 이루는 것을 실패했다고 해서 살아갈 가치...
살아 있는 한 존재하는 것에 실패할 수는 없다. 목표가 있다면 좋겠지만 없어도 괜찮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태어난 김에 사는 인생인데 얼마나 아등바등하며 살아왔나 싶다.
아무리 힘들어도 우울감에 빠져 나 자신을 잃어가지 않는다. 방법을 계속해서 찾아가는 것, 그것이 곧 자기를 지키는 일이다. (중략) 영화 <마션>에서 화성에 홀로 남겨진 우주 비행사 마크 와트니는 자신이 ‘왜’ 화성에 남겨졌는지에 대해 집착하며 우울해지기보다 자신이 화성에서 '어떻게 생존할지에 더 집중했다. 그렇게 화성에서 감자 농사를 짓고 하루하루를 견뎌 내면서 마침 내 지구로 귀환한다. 그의 말은 곧 내가 나에게 그리고 고통을 겪고 있는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와도 같다.
- 97p,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임세원, 알키출판사
신경정신과 임세원 선생님의 책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를 읽으면서 줄 친 부분이다. 책을 읽고 '왜' 살아야 하는지 물어보았지만 역시나 할 말이 없다. 앞서 말한 것처럼 '왜' 사냐는 말은 존재의 가치에 관해 묻는 것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너는 왜 존재하느냐 묻는 것과 같다. 사람이 물건도 아니고 태어나야 할 이유를 가지고 태어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면 태어난 김에 사는 인생이...
치료를 받아도 언제 재발할까 불안에 떨며 살아요. 그리고 재발하면 마음이 꺾여버려서 더 힘들어하더라고요. 게다가 치료하는 게 그냥 살다가 죽는 것보다 훨씬 비싸서 오히려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민폐가 돼요. 그래서 암 치료보다는 오히려 어떤 상황에서 연명치료를 포기할지 생각해보게 돼요. 예를 들면 저는 치매에 걸리면 연명치료를 포기하고 싶어요. 제 몸을 제대로 못 가누고 누군가 기저귀를 갈아줘야 한다든지 하는 상황이 오면 살아가는 게 의미가 없을 것 같아요.
의사의 입장에서 죽음에 관해 질문한다면 어떤 질문을 하고 싶어요?
가령 치매에 걸리면 시간, 장소, 사람 순으로 기억을 잃어버린다고 해요. 무엇을 잃어버릴 때 죽는 것과 다름없을까 생각해보게 돼요. 시간만 잃어버려도 죽음을 선택할 수 있을까. 집을 못 찾기 시작하면 죽음을 선택할까? 이런 것에 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은 있어요?
제가 진짜 많이 했던 말 중에 하나가 나는 지금 죽어도 크게 이상할 게 없다는 말이더라고요. '죽는 게 무서울 거다, 두려울 거다' 같은 말을 안 하고 살았거든요.
너무 힘들어서 죽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봤지만요. 언제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냥 이렇게 살다가도 무슨 일이 나에게 어떻게 일어나게 될 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어떻게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생각하게 됐던 계기가 몇 번 있었어요.
대학교 때 자살을 선택한 친구가 있었어요. 대학교 3학년 때 되게 친하게 지내던 친구였는데, 죽기 이틀 전까지도 통화...
또 한 가지, 내 가치관에 맞고 나를 인정해주는 데서 일하다보니까 제가 저 자신과 이 호스텔을 동일하게 생각하게 되는 거예요. 자꾸 저의 가치를 호스텔에서 찾으려고 하게 되더라고요. 매출이 줄어든다거나 방문자들의 평가가 안 좋으면 너무 괴롭고 팀원들이 나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사람들로 보였어요. 한번은 매출이 떨어져서 인원 삭감을 해야 했는데, 그렇게 사이가 좋았떤 사람들이 하나의 인력, 부품, 숫자로 보이더라고요. 내가 도대체 뭘 하느 ㄴ것인가 싶고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이 많이 들었어요. 그 후로 매출이 떨어지면 고정비인 인건비를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저 자신이 싫더라고요.
죽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요?
저는 삶이 중요하면 죽음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삶이 끝나면 죽음이 오는 게 아니라 죽음이 삶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죽음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면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그러면 우리가 좀 더 가볍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때로는 제가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흰 면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이제 내일이 없는 내가 이야기를 삼다.
기쁜 일보다 억울한 일이
웃는 일보다 서글픈 일이
걸어온 길보다 가지 않을 길이
더 먼저 떠오른다.
더 빨리 지금과 같이 살면 좋았을 걸.
똑같은 노력을 할수 있다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볼 걸
내가 알고 싶은 일을 공부해 볼 걸
더 인간적으로 모든 사람들을 대해 볼 걸
이제서야 삶의 즐거움을 안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마무리가 되려니 참 야속하기도 하다.
삶에 맛이 더해지는 순간을 기다렸는데, 나의 맛은 여기까지구나.
나의 삶에서 오롯이 나의 의지가 닮긴 선택은 얼마나 될까 생각하니,
남은 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선명하다.
나의 삶의 마지막을 함께 해주에 고마워.
우연에서 출발한 우리의 인연을 포기하지 않고 지켜주어 고마워.
나의 선택을 편견없이 들어주어 고마워.
모든 것이 처음인 나의 풋내기 같은 선택들을 언제나 긍정해주어 고마워
나와 인생을 함께 하기로 한 것도.
그리고 우리 사랑의 결실인 리보를 풀어준 것도 고마워.
책 읽다가 봤던 내용인데 어떤 그림을 보고 누군가 저거 엉망진창이라고 이야기했대요. 그걸 듣고 그 그림을 그렸던 화가가 "엉망진창인 게 도대체 뭔데? 네가 100% 엉망진창인 걸 여기에 그려봐."라고 이야기를 했대요. 저는 그 이야기가 너무 있었거든요. 엉망진창이라는 게 정의할 수 없고 사람마다 생각하는 게 다 다르잖아요. 그 글을 읽으면서 왠지 마음이 편안했어요. 그래서 엉망진창으로 써보고 싶어요.
더 하고 싶은 말 있어요?
점점 행복이란 게 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최근에는 먹고 싶은 거 요리해 먹고 설거지하고 청소한 후에 방에서 쉬면 좋아요. 그냥 그런 상태가 좋은데 그게 행복인지는 모르겠어요. 보통 우울하다고 하면 항상 극복해야 하고 떨쳐내야 하 는 거라고 생각하잖아요. 근데 내가 나에게 '좀 멈춰봐, 뒤도 좀 돌아봐, 다르게 살아봐' 하고 이야기하는 걸 수도 있다고 느껴요. 여태까지와는 또 다르게 살아보라고 말하는 거 같아요.
항상 행복할 순 없잖아요. 자기 감정이 어떤 상태인지 끊임없이 정의하려고 하는 게 말이 안 되는 거 같아요. 사람들 사이에 있어야 하고, 여행을 꼭 가야 하고... 너무 그런 거에...
나름 대로 할 거 다 해보고 살았다고 생각하다. 그러나 인생의 과업이라 생각했던 것들의 목전에서 늘 실패하고 좌절한 것이 매우 아쉽다.
그렇게 실패가 쌓이고 나이를 먹으며 평범한 한 사람으로 유지하기 힘든 삶을 살았던 것을 보니 어차피 이렇게 될 것이었으면 하고 싶은 거 다하고 살았으면 어팠을까 하는 생각도 듣다.
내 인생은 항상 실패와 후회만 가득했다고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니 참 많은 사랑을 받으며 살아왔다는 것을 느낀다.
후회 그리고 아쉬움뿐이지만 이미 끝난 생. 더 이상 미련은 없으리
죽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사람은 언제든 죽을 수 있 다는 생각 말이에요. 인생이 내가 계획한 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요. 계획했다고 해도 언제든 내 삶이 끝 날 수 있잖아요. 그런 생각이 항상 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죽음에 대해서 안 좋은 쪽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언제든 죽을 수 있는 삶이기 때문에 후회 없이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행정고시 #트레이너 #진통제 #류머티즘관절염
"지금은 '1인분만 하고 싶다. 그 1인분이 참 힘들구나'하는 생각을 많이 해요.:
나를 보내며, 또 그들의 일생에서 한 번 밖에 없을 특별하면서 특별하지 않은 하루를 보내며 느끼는 저마다의 감정, 생각, 느낌을 이 공간에 흘러 보내길 바랐어요. 나는 그것만으로도 행복할 테니까요. 그리고 그대가 내 곁에 있어줄 테니까. 너무 많이 울지 말아요, 내 사랑. 모두들,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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