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작가, 강릉사투리 시집]
겐금집 맏 메누리, 김동철
강릉 사투리로 만든 시집. 책 왼쪽 면에는 강릉사투리로 적힌 시가 적혀있고, 오른쪽 면에는 표준어로 번역된(?) 시가 적혀있다. 시 내용 안에는 강릉의 지명이 많이 적혀있고, 감나무 등 강릉만의 특색을 느낄 수 있는 단어들이 많이 들어있다. 작가는 강릉 사투리와 관련된 다양한 책을 냈는데, 함께 읽어보면 좋다.
제목 : 겐금집 맏 메누리
저자 : 김동철
발행처 : 성원인쇄문화사
제본 형식 : 종이책 - 무선제본
쪽수 : 104쪽
크기 : 127x205mm
가격 : 10,000원
발행일 : 2022년 2월 10일
ISBN : 979-11-92224-02-2 (03800)
강다방 이야기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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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낙엽은
바람에 갈 길을 잃고
남은 잎새 하나가
나무가지에 매달려 떨고 있다
지난 이야기들을
까맣게 버리고 있다
버린다는 것은
잊는다는 것
잊는다는 것은
하얗게 지워버리는 것
나는 떨어진 잎새를 하나 둘 줍고 있다
고향을 줍고 있다
아리랑을 줍고 있다
1부
고향을 마셨다
똥끔딱개 ... 10
마커 커피 ... 12
새루 맹근 질 ... 14
초 이삼 ... 17
벚꽃축제 ... 18
사투리대회 ... 20
슬날 ... 22
자주와리 사람들 ... 24
겐금집 맏 메누리 ... 26
반제ㅇ이 ... 28
자싯물 ... 30
모시 백힌 자리 ... 32
새 메누리 ... 34
해목 ... 36
흑베리 소 ... 38
귀촌 ... 40
2부
허공에 그림을 그린다
재단 ... 44
오부데ㅇ이 ... 46
옹구장수 ... 48
모게ㅇ이 불 ... 50
외손주 ... 52
낼 가세 ... 54
외손녀 ... 56
보릿고개 ... 58
졸부 ... 60
모자의 대꾸 ... 62
진세ㅇ이 ... 64
마술 ... 66
꼰대 ... 68
까체ㅇ이 밥 ... 70
똥고집 72
등산 ... 74
똥끔딱개*
어릴적 정랑*에는
미롱지루 맹근 달력으 걸어놓았짠쏘
새해에 금빵에서 가지구 온 달력이잔쏘
귀신이 나올까 무서운
구린 향수르 뿌리구 사는 구데기 집에
똥파리들의 소풍날이 걸레 있는데
맨날 한 장씩 뜯어
똥끄므 딱짠쏘
온 집안 소설들이 번걸루
맨날 뜯어 쓰는 바람에
날짜두 맞지 안쿠
한해거 금방 가는 달력이잔쏘
소설들이 한 장씩 뜯어
똥끄므* 따꺼 내삐리구 있짠쏘
세월으 내삐리구 있짠쏘
* 똥닦개(화장지)
* 화장실
* 똥 묻은 항문
화장지
어릴적 화장실에는
미농지로 만든 달력을 걸어놓았다
새해에 보석가게에서 가지고온 달력이다
귀신이 나올까 무서운
구린 향수를 뿌리고 사는 구더기 집에
똥파리들의 소풍날이 걸려있는데
매일 한 장씩 뜯어
똥 묻은 항문을 닦는다
온 집안 식구들이 번갈아가며
매일 뜯어 쓰는 바람에
날짜도 맞지 않고
한해가 금방 가는 달력이다
식구들이 한 장씩 뜯어
항문을 닦아 내 버리고 있다
세월을 내 버리고 있다
마커 커피
인사동 재집 까페에
여레이 몰레가서
마커
커피르 씨겠짠쏘
죈 댁내는
마커커피는 업꾸
모카커피거 있다구 하길래
마커 배꼬브 꺽꾸 웃었짠쏘
강릉 사람드리
까페에서 고하ㅇ으* 마셨짠쏘
몽땅 커피
인사동 기와집 카페에
여럿이 함께 가서
모두
커피를 주문했다
주인아주머니는
마커커피는 없고
모카커피가 있다고 하길래
모두가 숨이 넘어갈듯 웃어댔다
강릉 사람들이
서울 카페에서 고향을 마셨다
겐금집 맏메누리
재집으루 시집오니
좋은 주 알았짠쏘
지사 바우느라
손 끝테ㅇ이는 무리마를 날 없구
장 담굴래
매 때르 해 메길래
소설으 거두느라
고베이 이 피구 쉴 날이 없었짠쏘
옛말이
한 개두 그르지 안찬쏘
가지 많은 낭근 바람 잘날 엄따구
금산 집 맏며느리
기와집으로 시집오니
좋은 줄 알았다.
제사 차리느라
손끝이 물마를 날 없고
장 담그고
매 때 해 먹일래
가족 거두느라
무릎 펴고 쉴 날이 없다
옛말이
한 개도 그르지 않다
가지 많은 나무는 바람 잘날 없다고
슬빔두 대정정
추석빔두 대정정
내거 좋아하는 개눈까리두 대정정
어머ㅇ이는
뽀뿌라마치*르 지나
대정정으루 장보러 댕기잔쏘
시방두 장보러 대정정으로 가잔쏘
강릉의 눈물의 강 대정정이잔쏘
* 대정정(大正町) : 일본인 들이 모여 살던 마을로 강릉이 읍으로 승격 될 때 명치가 죽고 대정시대가 열리자 이를 기념하고자 명명한 일본인들의 집단마을 이름이다. 그 당시 중앙시장이었다.
* 미루나무가 여러 그루가 있던 거리(일본어)
졸부
꼬라지라구 매른두 없떤 기
구렁진 땅에 아파트거 들어와
벼락부자거 되더니
몸떼ㅇ이에 명품으 걸치구
꼴까브 떨잔쏘
농고 머글 쭈르 모르구
모가지에 심으주미
자랑지르 해대미
돈으루 할 수 있능기라믄
되구말구 해 대잔쏘
하구 댕기는 치다구니 마다
오랍드레 심당구르 들이구 있짠쏘
졸부
행색이 형편없던 사람이
골짜기 땅에 아파트가 들어와
벼락부자가 되더니
명품으로 치장을 하고
꼴값을 한다
나누어 먹을 줄 모르면서
목에 힘을 주고
자랑을 하고 다니며
돈으로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해 치운다.
하는 짓거리 마다
이웃에 상처를 주고 있다
김동철 시인 사투리 시집
겐금집 맏메누리 시 해설
해학적 표현이 극점에 도달하는 파토스
심은섭, 시인 · 문학평론가 · 가톨릭관동대학 교수
견자의 시인
러시아의 소설가이면서 시인이었던 투르게네프는 "시는 신의 목소리다"라고 정의 했다. 시가 지니는 메시아적인 역할의 본질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시인의 시적표현 한 구절일지라도 성경 한 구절의 가치를 지닌다는 것과 같은 뜻으로 해석된다. 그렇게 본다면 시인은 독자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만드는 조력자로서의 사회적 역할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현대인들이 지니고 있는 미래의 불안감을 해소시켜 줄 수 있는 혜안 제시가 시인 본래의 목적이며 사회적 역할로 인식된다. 따라서 시인의 시 한 편이, 또는 시 한 구절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으며, 그럼으로써 시를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시인의 마음에서 발현되는 감정이 단순히 기록에만 그치는 시는 시의 소비자들에게 오래도록 애송되기란 매우 희박한 일이다. 특별한 의미를 전달하려는 시작(詩作)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오래도록 애송될 가능이 농후하다. 완성도가 높은 시는 짧거나 긴 형식, 건조하거나 촉촉한 내용, 또는 표현의 화려함 여부가 기준이 될 수 없다. 남들이 갖지 못하는 독특한 체험이나 경험, 다시 말해서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미지의 세계, 혹은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고, 그 발견된 세계를 시적으로 의미하는 견자(見者)만이 가능하다.
저항하거나 반항하지 않는다. 그 비판을 스스로 체화하게 만든다. 또 그 비판이 스며드는 종착점은 폐부 중심부에 닻을 내릴 정 도이다.
한 권의 시집 발간은 많은 시간이 필요하며, 시인의 정신을 낡아지게 만든다. 사유의 깊이가 깊은 시일수록 시인의 정신은 더 낡아지게 한다. 그러나 시집 출판으로 시인의 정신은 낡아가고 고통의 연속이지만 독자들에게는 젊은 정신이 깃들게 한다. 생의 고통과 죽음의 불안으로부터 해방시켜준다. 그래서 시인은 언어와의 싸움으로 자신은 낡아 가지만 젊어지는 독자들을 보며 힘이 생긴다.
김동철 시인도 사투리 시집 한권 상재를 하며 정신도 육신도 많이 낡아졌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시인의 정신과 육신이 낡아지는 것과 독자들의 정신과 육신이 젊어지는 것은 반비례한다. 그것이 김동철 시인이 또 시를 써야 하는 이유다. 언어와의 싸움 끝에 탄생하는 시집 『겐금집 맏메누리』가 코로나19로 어두워진 세상 사람들의 삶에 한 자루의 촛불이 되리라는 기대를 하며 시 해설을 줄인다.
-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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