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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주문진에 왔다. 여관에 달방을 얻었다. 방을 청소하고 짐을 풀었다. 이곳이 내가 한 달 동안 거주할 곳이구나. 공간은 좁고 시설은 낙후되었지만, 나만의 공간이 생겨 뿌듯하다. 그래도 이곳은 예전에 내가 서울에서 잠시 머물렀던 고시원보다는 크다. 지금 내가 있는 이 공간을 수많은 사람들은 거쳐 갔을 것이다. 그 사람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잘살고 있을까?


동네 마트에서 포인트 카드도 만들었다. 수저와 젓가락도 샀다. 오늘 저녁은 간단히 밖에서 사 먹을 거지만, 여관 안에 밥 해먹을 수 있는 부엌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왠지 수저와 젓가락을 사고 싶었다. 의식주(衣食住) 중에서 의(衣), 옷은 이미 입고 있다. 주(住), 당분간 살 공간도 구했다. 이제 남은 건 먹고사는 문제 식(食). 나는 이곳에서 밥 벌어 먹고 살 수 있을까? 그래서 난 수저와 젓가락을 산 건지 모르겠다.


여관 주인 아주머니의 고향은 주문진이 아니라 서울이라고 했다. 내가 왜 고향을 떠나 하필 이곳에 왔냐고 물었더니 도리어 나보고는 왜 주문진에 내려왔냐고 질문 한다. 그리고 내가 이곳에 내려온 것처럼 자신도 이곳에 내려왔다고 대답했다. 세상은 한 마디 말로, 또 한 가지 이유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사실 나는 내 이야기를 남들에게 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내 이야기를 하는 것 보다 남들의 이야기 듣는 걸 더 좋아한다. 그런데 지금이 이 글을 적지 않는다면 앞으로 주문진에서 일어날 일들을 적지 못 할 것 같았다. 게스트하우스를 준비하는 사람이던, 귀촌을 준비하던, 나처럼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던, 이 글이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과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마 나는 매일 글을 쓰지 못 할 것이다. 어쩌면 이번 글은 주문진에서 생활하며 쓰는 처음이자 마지막 글이 될 수도 있다. 첫날의 분위기, 감성에 휩쓸려 이 글을 쓰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시작을 기록하고 싶었다. 내일은 어떤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내가 머무는 여관 달방에도 언젠가 달이 뜨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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