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진, 정지연
누군가가 많은 사람들과 부딪치고 상처받으며 인간관계에 지쳐 최대한 사람과의 접촉이 없는 직업이 무엇일까를 알아보다가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것이 바로 등대지기였단다. 그래서 등대지기가 되기 위해 이런저런 준비를 하다가 문득 깨달았단다. 깜깜한 망망대해에서 한 줄기 빛으로 사람을 살리는 일이 바로 등대지기였음을. 사람이 싫어서 하려던 일이 사람을 구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다시 사람들 속으로 스며들었다고...
주문진 등대. 100년 동안 그곳을 거친 등대지기의 삶을 잠시 생각해본다. 외롭고 지루하고 쓸쓸했을 시간들을 희망의 불빛으로 버티고 버텨내며, 떄로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때로는 사명감으로 얼마나 힘들었을까…. 집에서 20분 거리의 주문진 등대마을. 50년 가까이 익숙한 육지의 삶과는 전혀 다른 너무나도 생경한 풍경이었다.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산 능성을 따라 어떻게든 바다가 보이는 방향으로 집을 지으려고 애쓴 흔적들이 느껴졌다. 그들에게서 바다는 단순히 먹을 것을 주고, 밥벌이가 되어주는 것뿐만이 아닌 그들의 삶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빈 고무다라를 들고 해뜨기 전 여명을 보면서 일터로 나갔다가 두둑해진 전대주머니와 함께 차오른 보름달을 보며 고된 하루의 시름을 달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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