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 출판사 창업 운영/취미는 없고 특기는 돈 안 되는 일

내 이웃의 집은 어디인가

강다방 2019. 5. 27. 20:34

 

 

 

 

 

내 이웃의 집은 어디인가

 

 

집 1. 

 

게스트하우스를 하기 위해 집을 보러 갔는데 집에 주인과 집에 들어가기 원하는 할머니가 이미 도착해있었다. 나의 등장에 집 주인의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번졌고 집을 보던 할머니는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할머니는 다급한 목소리로 당장 계약금을 보내주겠다고 집 주인에게 이야기했다. 

 

사실 그 집에 들어설 때 부터 그 집은 게스트하우스 자리로 적합한 집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집에 들어가면 누군가의 보금자리를 빼앗게 되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집을 나오며 할머니에게 조용히 저는 다른 집 볼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고 이야기 했다. 비록 나의 보금자리는 못 되어주지만 부디 누군가의 따뜻한 보금자리가 되기를 바랬다. 

 

 

 

집 2. 

 

동네 마트 전봇대에 전단지가 붙여진 집이었다. 특이하게 연락처에 휴대폰 번호가 아닌 유선 전화번호가 적혀있었다. 비 오는 밤 집을 보러 갔는데 집에는 할머니 혼자 계셨다. 

 

화장실과 씻는 곳이 이 집 밖에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허가 건물이었다. 그래서 이 집도 안 되겠구나 싶어 집을 나오려는데 할머니가 계속 말을 거셨다. 저녁은 먹었는지, 저녁 안 먹었으면 밥이라도 먹고가라고... 결혼은 했냐고, 자기 자식들은 몇 명있는데 어디에 살고 있다고 이야기하셨다. 누군가 자신을 찾아온게 더욱 반가우신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거절을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할머니는 결혼 안 한 사람이 혼자 살기에는 조금 그렇긴 하다며 먼저 이야기를 꺼내셨다. 그리고 나중에 결혼하고 색시 생기면 꼭 다시 오라고 이야기 해주셨다. 집을 구하지는 못 했지만, 주문진에서 게스트하우스 자리를 찾으며 가장 따뜻함을 느꼈던 순간이었다. 

 

 

 

집 3. 

 

달방으로 묵고 있는 여관 앞 빈 창고에 매매 종이가 붙어있었다. 창고 주인은 숙소 근처에 살고 있었고, 창고 매매 가격은 역시 내가 사기에 비쌌다.  주인은 전화 목소리를 통해 내가 젊다는 걸 알았고 돈이 많이 없을거라 유추했다며 나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집이 있었다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다른 집으로 데려갔다. 

 

아파트 지하였다. 창문이 하나도 없어 햇볕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집. 휴대폰으로 불을 켜지 않으면 이동조차 하지 못하는 먼지 쌓인 집을 추천했다. 집 아니 여관으로 돌아가는 길 서러웠다. 

 

 

 

집 4. 

 

동네 부동산에 방문했다. 게스트하우스에 알맞는 건물이 있다고 했다. 건물은 여관, 민박으로 운영되는 건물이었다. 부동산 사장은 건물이 저렴하게 나와 자신이 건물을 구입했다고 이야기했다. 부동산 사장은 여관, 민박이 싫어 어떻게 하면 이 건물을 게스트하우스로 바꿀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었다고 이야기 했다. 그리고 자신은 부동산을 하고 있으니 내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해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했다. 

 

건물을 보며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할 때, 부족한 부분들을 이야기 했다. 그리고 몇몇 부분은 부동산 사장이 리모델링을 진행하기로 했다. 리모델링이 끝나면 내가 건물에 들어가는 것으로 서로 이야기가 되었다. 

 

그러나 공사가 끝나고 내가 들어가기로 한 날이 지나도 연락은 오지 않았다. 진행 상황을 묻는 나의 전화에 기다려달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소식이 궁금해진 나는 다시 그 장소를 찾았다. 그런데 건물은 계속 공사 중이었다. 건물의 지분을 소유한 또 다른 주인과 합의가 되지 않아 연락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다만 주문진에서 일자리를 구해 임시로 묵을 곳을 찾는 나에게 몇 일 뒤면 방 하나의 공사가 끝나니 그 방에 머무르라는 이야기를 했다. 

 

몇 일 뒤 짐을 들고 주문진으로 돌아왔을 때, 내가 들어가기로 한 방은 계속 공사중이였다. 아침부터 부동산 사장과 몇 차례 통화 시도를 해보았으나 통화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 밤, 겨우 부동산 사장과 연락이 되었다. 건물 주인은 내가 들어가기로 한 날이 오늘인지 몰랐다는 이야기만 되풀이 했다.

 

 

 

게스트하우스 하기 전까지, 집이 있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학교가 끝나면 돌아갈 집이 있었고, 퇴근 후에는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집이 언제나 있었다. 그래서 그동안 나는 집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지금 나의 집은 어떤 모습일까, 내가 아닌 다른 이웃들의 집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3가지 의식주(衣食住)중 가장 마지막에 있고 가장 비싼 것.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집은 사람이 살고 있을 때가 가장 아름답다는 점이다. 집이 크건 작건 좋건 나쁘건, 사람들이 살면서 좋고 나쁜 추억을 남길 때 집을 제 기능을 하는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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