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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주문진으로 돌아가는 시내버스

강다방 2018. 5. 21. 14:12

 

 

 

늦은 밤 주문진으로 돌아가는 시내버스

 

강릉에서 약속 모임을 가진 뒤, 주문진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밤 10시가 넘은 늦은 시간에도 버스 안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늦은 밤 서울에서 인천으로 향하는 사람 가득한 지하철, 버스가 떠올랐다.

 

서울에서 친구들을 만나거나 모임을 가지면 서울 사람들은 인천 또는 경기도에 사는 사람들에게 서울까지 오는데 얼마나 오래 걸리냐, 오는 데 힘들지 않느냐는 물음을 받는다. 1시간만 넘어가도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는 서울 사람들과 달리 인천과 경기, 수도권 사람들은 출퇴근, 통학, 친구와의 약속을 위해 매일 1-2시간이 되는 거리를 이동한다. (경기도에 살면 인생의 20%를 지하철에서 보낸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리고 이곳 강릉에서도 서울에서 받았던 질문처럼 주문진에 산다고 이야기하면 서울 사람들이 물어보는 것과 똑같이 강릉 시내까지 오는데 얼마나 걸리냐, 오는데 힘들지는 않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주문진은 강릉시에 속한 주문진읍으로 강릉시에 속하지만 강릉 시내와 거리가 있고 도시 자체 규모가 있기 때문에 생활권이 강릉시내와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 실제 주문진 사람들은 자신들을 강릉 사람이라고 이야기하지 않고 주문진 사람이라고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다. 강릉과 주문진의 관계는 인천시 강화군, 제주도 서귀포시처럼 같은 행정 구역에는 포함되나 별도의 생활관을 가지고 있는 지역들과 비슷하지 않나 싶다.


다만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수도권과 달리 주문진은 나날이 쇠락하고 있다. 1995년 26,580명이었던 주문진읍의 인구는 2010년 17,620명으로 줄어들었다. (통계청 인구총조사, 강원도 총조사인구 총괄) 과거 주문진에는 영화관이 3개나 있었으나 지금은  모두 사라졌다. 2018년 현재 주문진에는 이비인후과, 안과 병원이 없어 해당 병원에 가기 위해서는 강릉 시내로 나가야 한다. 과거 주문진에서 살았던 많은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아, 문화와 교육 시설을 찾아 강릉 시내나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이사했다.

 

그래도 아직 주문진의 정체성은 서울에 종속된 인천이나 경기도 도시들보다 좀 더 뚜렷하게 남아있는 것 같다. 서울이 급성장하던 80-90년대 정체성이 남아있는 인천과 수원과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도시 간의 관계, 도시의 발전과 쇠퇴, 인구 이동, 도시 재생 등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강릉과 주문진은 흥미로운 곳일 것 같다. 그러니 주문진 강다방 게스트하우스에 올 이유가 이렇게 하나 더 생겼다! (강다방 홍보 글로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찡끗!)

 

이야기가 조금 세긴 했는데, 주문진에는 인천이 발전하면서 잃어버린 마이너한 감성이 아직 남아있어 좋다. 지금은 많이 사라진, 늦은 밤 특유의 냄새가 나던 1호선 전철 안의 분위기처럼 말이다. 주문진은 앞으로 기세를 바꿔 성장할 수도 있고 아니면 지금처럼 계속 쇠락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개발되고 발전하고 성장하더라도 지금의 주문진다움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주문진으로 돌아가는 늦은 밤 버스 안에서 문득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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