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하우스 자리를 계약 했다. 이곳저곳 손봐야 하는 곳들이 많아 입주하려면 아직도 몇 주 더 있어야 하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이 울렁인다.
집을 구하는 지난 몇 개월 동안 마치 취업준비생이 된 느낌이었다. 게스트하우스를 할 수 있는 집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설사 몇몇 자리가 나와도 그곳은 내가 들어갈 수 없는 곳들이었다. 그러한 일들이 반복되니 어느 순간 나 자신도 모르게 집 구하기를 포기해버렸었다.
예전 취업준비생일 때도 그랬다. 불합격과 좌절은 어느새 일상이 되었다. 매일 쓰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는 어느 순간부터 쓰는 횟수가 적어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그러한 상황은 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 때는 그러한 시간이 무의미하고 가치 없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면 그때의 경험이 지금의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준 것 같다. 아마 그러한 상황을 겪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집 구하기를, 게스트하우스를 조금 더 빨리 포기해버렸을지 모른다. 뭐 지나간 과거에 대한 자기 위로일지도 모르겠다.
나이를 먹으면서 '젊어서 사서 고생하자'는 마음은 이제 '사서 고생하지는 말자, 안 그래도 고생할 일 많다'로 바뀌었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그 때 취업을 준비하던, 좌절이 일상이 되었든 그 순간은 내 인생의 가장 빛나는 시절 중 하나였을지 모르겠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고. 어쨌든 이제 다시 고생 시작이다. 그래도 모텔 달방을 떠날 수 있다. 이제 밥은 마음껏 해먹을 수 있다.
집을 계약한 건 몇 주 전이다. 그리고 집을 계약한 날 나는 이 글을 썼다. 그런데 차마 이 글을 쉽게 올릴 수 없었다. 잘 할 수 있을거라는 확신이 없어서였을까? 몇 번의 고민과 몇 번의 수정 끝에 2017년이 가기 전, 이 글을 올린다. 잘 할 수 있을까? 나는 왜 게스트하우스를 하려고 하는걸까? 수많은 질문 가운데, 변화는 있어도 변함은 없었으면 좋겠다. 내 스스로에게 건투를 빌고 싶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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