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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한달살이 그리고 제주다움


제주 한달살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여행이라는 마법은 풀렸다. 여행이 끝 난 뒤 돌아온 일상은 그대로였다. 여행이 만들어 냈던 마법은 모두 사라졌고 나는 다시 누추한 현실과 마주하게 되었다.


일상과 떨어진 곳에서 나는 다양한 사람들과 만났고 이야기했다. 자전거를 타고 제주도를 여행하는 자매, 젊은 사람들과 이야기하기 위해 일부러 게스트하우스에 묵었던 부부, 육지에서 제주로 넘어와 버스 기사를 하는 아저씨, 세계여행 중 제주에서 몇 달 동안 생활하고 있는 누나, 제주를 사랑해 그 모습을 남긴 사진과 글로 남긴 지금은 세상에 없는 사진작가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그들을 통해 더 넓은 세상을 만날 수 있었다.


우리는 흔히 제주를 생각하면 푸른 바다, 휴양지의 여유로움을 떠올린다. 욜로(YOLO, 인생은 한 번 뿐이다는 뜻)를 외치며 많은 이들은 육지를 떠나 제주를 향한다. 하지만 제주는 사실 여유, 평화로움과는 거리가 멀다. 제주는 과거 가난하고 척박한, 소외당한 땅이었다. 조선시대 제주는 대역죄인을 유배 보내는 변방의 섬이었다. 관리들의 수탈이 심해져 제주 사람들의 육지 이주가 많아지자 조정에서는 제주 사람들의 육지 진입을 금지하는 출륙금지령을 내리기까지 한다. 척박한 땅 때문에 사람들은 바다로 나갔다. 그리고 몇몇은 돌아오지 않았다. 바다에서 돌아오지 않는 남자들을 대신해 여자들은 해녀가 되어 생계를 이어가야 했다.


제주 지명 곳곳에는 척박한 제주 사람들의 삶이 담겨있다.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스타벅스가 위치한, 올레길 1코스가 끝나는 지점까만  광치기 해변은 바다에서 죽은 어부들이 해변으로 떠밀려와 관에 묻어줬다는 관치기에서 유래되었다. 마라도와 산방산이 가까운 모슬포는 바람이 세게 불어 사람 살 곳이 못된다는 못살포의 뜻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제주도의 푸른 바다, 아름답게 쌇인 돌담, 녹색 빛깔의 오름에는 제주 사람들의 삶과 애환, 고단함이 담겨 있다.


제주 사람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꾸는 걸 포기하지 않았다. 제주 사람들은 환상의 섬 이어도를 꿈꾸며 거친 바다에 나갔고,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한 서천동산을 꿈꾸며 척박한 오름을 올랐다. 그래서 제주다움, 제주스러움을 한 단어로 나타낸다면 삶에 대한 치열함이 아닐까 생각한다. 제주 사람들은 척박하고 가난한 환경 속에서도 살아가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제주도에서 생활하며 나는 치열하게 삶을 살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치열함이란 무엇이었을까... 제주를 여행하며 문득 다시 치열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 한달살이는 끝났다. 여행이 만들어 냈던 마법은 모두 사라졌다. 여행이 끝 난 뒤 돌아온 일상은 그대로였다. 여행을 떠나기 전과 여행을 마친 지금 바뀐 것은 거의 없다. 하지만 내 마음속 한편에는 제주 사람들이 그랬듯 치열하게 살 수 있는 힘이 생긴 것 같다. 한달동안의 제주살이를 통해 배운 제주다움, 제주스러움은 내가 살아가는데 큰 힘과 경험이 되리라 믿는다.






“제주의 노인들은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자기 몫의 삶에 치열하다. 자식들에게 의지하지 않고 자기 몫의 양식은 스스로 해결하는 노인들을 통해 나는 해답을 찾곤 했다. 노인들은 나에게 답을 가르쳐주었다. 내가 만난 노인들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크든 작든 한 덩어리의 한을 간직하고 있지만, 묵묵하게 자기 몫의 삶에 열중한다. 온갖 두려움과 불안, 유혹 따위를 극복하고 삶에 열중하는 섬의 노인들은 나의 이정표였다.


- 김영갑, 그 섬에 내가 있었네 중”



“우리는 항상 유토피아적 삶을 꿈꾸듯 제주인들은 수천 년 동안 상상의 섬 이어도를 꿈꾸어 왔다. 제주를 지켜온 이 땅의 토박이들은, 그 꿈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일상과 삶에 절약, 성실, 절제, 인내, 양보가 보태져야 함을 행동으로 내게 가르쳐 주었다. 꿈은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결코 아니다. 아무리 세상이 변하고 발전한다 하더라도 나(제주다움) 을 지키지 못한다면 꿈은, 영원히 꿈에 머문다. 제주인들처럼 먼저 행동으로 실천할 때 이어도의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 김영갑, 제주 김영갑갤러리 두모악에 적힌 문구 중”



“고흐는 치열했지만 자신을 찾지 못해 자살 했고 김영갑은 치열했기에 제 구도를 통해 자신을 찾았고 그러기에 가장 행복했다.


- 김영갑갤러리 무인다방 방명록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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