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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물, 시집] 조금 나이 많은 시집, 김지원서

강다방 2025. 1. 19. 12:10

 

 

 

 

 

독립출판물, 시집
조금 나이 많은 시집, 김지원서
 

제목 : 조금 나이 많은 시집
저자 : 김지원서
펴낸곳 : 맷집출판사
제본 형식 : 종이책 - 무선제본
쪽수 : 116쪽
크기 : 128x182mm
가격 : 13,500원
발행일 : 2024년 11월 5일
ISBN : 979-11-989472-0-8 (03800)

 

작가 소개에 적힌 영문 이름을 보자마자 매력에 빠진 시집. 부모님 성이 김과 지를 모두 사용했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이 책은 탑골 공원 노인들의 대화를 기록한 시집이다. 자칫 무섭거나 슬프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 때마다 귀여운 비둘기 사진이 나타나 마음의 안정을 지켜준다. 대학생이 본 탑골 공원 노인들의 모습이 궁금하다면, 역사이자 미래이며 현재인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펼쳐보자.

 

 

작가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myway_artistway/
 

출판사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maitgip_press/

 

 

 

 

 

 

김지원서
Application Kim

그림 그리고 글 쓰고 행위를 합니다.
일과 중 누워서 빈둥거리며 보내는 시간이 가장 많아요.
그래도 왜인지 항상 바쁩니다.

Instagram
@myway_artistway

 

 

 

 

 

 

조금 나이 많은 시집의 시들은
탑골 노인들의 솔직한 일상 대화에서부터 탄생하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때에 따라 문법에 어긋난 표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부디 애정 어린 마음으로 읽어주세요.

각 대화의 인칭은 글씨체와 행 나눔으로 구분하여 표현했습니다.

소리를 내어 직접 대화하듯 시집을 읽어보셔도 좋습니다.

 

 

 

 

 

 

'라떼'와 라떼 한 잔



꼰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는
해적
고생을 많이 한 황태
무시하지마
어르신의 욕
마음에 드는 놈이 없어

 

 

 

 

 

 

 

사는 맛


그 사람 딴 건 모르겠는데
거 뭐 강남에 땅 있다는 얘기는 그짓말이야
이야기할 때마다 말이 바뀌는 그거는 그짓말이야

강남에 빌딩 하나 있따고 하다가 두 개 있다가 하다가
강남은 모르겠고 영종도 쪽에 삼십 층 짜리 빌딩이 있따고
하, 참 흐흐

야 그런 맛으로 사는 거여
그짓말 하고 자랑하는 맛으로 사는 거여

 

 

 

 

 

 

두 가지 평행선 대화

야 창덕이 엄마는 어쩜 그렇게 늙었냐?
완전 그냥. 쪼글쪼글
못 본 사이에 뭐가 그렇게 변했대
그간 두 살밖에 더 안 먹었는데

아 근데 창덕이 걔가 사람 참 괜찮더라고

하기야 나이를 많이 먹긴 했지
하이고 고생을 많이 했나

창덕이가 육사 출신이던가?

어휴 어차피 같이 늙는 처지인데

 

 

 

 

 

 

 

할아버지의 양심


여기 할아버지 찍어줘요. 이 할아버지
-
어이 할아버지 아니고 오빠야!

 

 

 

 

 

 

돈 버는 방법


아는 게 많으면 돈을 못 벌어
무대뽀로 들어가야지 돈을 벌지
따질 거 다 따지면은 할 게 없다니까

막 사는 게 돈 버는 방법이야!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는


젊은 시절에는 뭘 해도 됐어
여자도 몇 명 만났어
지금은 얼굴이 다 타버렸지만...

그때 그 시절에만 살지 말아
무슨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야?

 

 

 

 

 

 

해적


내가 부산 해고를 나왔어
해고를 나와가지고
부산 해대를 나왔어
해적이 되고 싶어가지고 해고를 나왔어 허허허

우리 집사람은 아직도 내 원망을 해
당신 성격은 돈 버는 성격은 아니여
자식들 고생시키는 성격이지
이러더라고

그래 내 성격은 해적이 딱 맞아

 

 

 

 

 

 

 

마음에 드는 놈이 없어


그때는 내가 암에 걸리면 돈 백 만원을 줬어
감기에 걸려도 문제가 없었어. 돈을 줘서
왜냐면 나는 국가 유공자이기 때문에
그때는 감기만 거려도 이백만 원 이상씩 타 먹었어
김대중이가 그렇게 했어
근데 또 돈을 퍼부어가지고 아휴...
생각하니까 속이 뒤집어지네

아 그래서 잘했다는거야 못했다는거야?

 

 

 

 

 

 

죄인

제가 세 살 윕니다

그러세요? 그렇게 안 보입니다

구십이 넘었습니다. 제가

그러세요?

보통 집사람이 더 오래 사는데 저는 제가 더 오래 살았어요
제가 참 죄인입니다

 

 

 

 

 

 

 

그냥 살아


나는 아플 때가 됐지
나이가 구십이 넘었는데

죽을 때가 됐어

사람은 멀리서 보면 다 거기서 거기야
아주 없으면 그런대로 살면 되고
사는 게 뭐 있나

오래 살아봤자 좋은 게 없어
그런대로 만족하며 살아
그게 현명해

 

 

 

 

 

 

 

노인과 관련된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아주 오랫동안 했다.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작업을 해야 할지, 어떤 방향으로 풀어나갈지, 왜 꼭 이 주제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은지에 대한 이유를 정확히 설명할 수 없으나 단지 언젠가 노인과 관련된 작업을 꼭 해야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이유를 굳이 찾자면 나의 조부모님 덕분인 것 같다.

나는 어릴 적 외할머니 손에 자랐다.
평소 잠들기 전 할머니는 내 옆에 나란히 누워 옛날이야기를 해주셨다. 산에서 호랑이를 만난 적이 있다는 증조할아버지의 이야기를 해주셨고, 소꿉친구와 "내일 또 보자"라는 인사를 마지막으로 새벽에 짐을 챙겨 남쪽으로 피난 왔다는 이야기도 해주셨다.

6.25 전쟁 당시 13살이었다는 할머니에게 듣는 전쟁 이야기는 너무나 생생했다.

저녁에 밤거리를 다니면 발에 걸리는 것이 모두 사람 시체인...

 

 

 

 

 

 

 

나는 그게 굉장히 아쉽고 슬프게 느껴졌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동시대에 살고 있는 노인들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고 생각했다. 가능한 범위 내에서 동시대 노인들이 나누는 대화, 입는 옷, 먹는 음식 등등 내가 직접 경험하고 관찰해 기록해 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그렇지만 내가 그들의 삶에 직접적으로 개입한다거나, 억지로 세대 간의 화합을 만들어 내는 긍정적 효과까지 기대한 것은 아니다. 그저 관찰하며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동시대 노인들의 모습 그대로를 기록하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따고 생각했다.

그렇게 2024년 3월부터 매주 탑골 공원에 가기 시작했다.

 

 

 

 

 

 

 

처음 탑골에 갔던 날, 내가 노인 분들의 모습을 생생하고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을지, 과연 내가 이 속에서 자연스럽게 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을 많이 했다. 정돈되지 않은 탑골 거리 일대에서 뿜어져 나오는 야생의 분위기에 압도당했기 때문이다. 거리는 더럽고 노숙자들이 많았다. 대낮에 술병을 끌어안고 길바닥에서 주무시는 노인 분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거리의 사진을 찍는 것조차 눈치가 보여서 찰칵 소리가 나지 않는 카메라 어플을 다운받아 몰래몰래 거리 풍경 사진을 찍었다. 내가 평소에 길가에서 흔히 보던 노인들의 모습...

 

 

 

 

 

 

 

 

근처 돼지국밥집에서 혼자 밥을 먹고 있었다. 그러던 중 옆 테이블에서 식사하시던 어르신 두 분이 나누는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흘려듣게 되었다.

두 분은 소주를 한 잔씩 걸치며 걸걸하게 나라 욕을 하셨고 돈이야기를 하며 미래를 걱정하기도 하셨다. 옛날 일을 회상하며 친구의 욕을 하다가 손자 손녀 이야기를 하며 얼굴에 얇게 미소를 띠기도 했다.

짧은 대화를 엿들은 것이었지만, 그 순간 그들의 일상이 눈 앞에 그려지면서 생판 남인 옆 테이블 할아버지들과 부쩍 가까워진 듯한 기분을 느꼈다.

누군가를 가장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평소에 하는 이야기를 잘 듣는 것만큼 확실한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 이후로 나와 전혀 다른 나이, 성별, 성격, 경험 등을 가지고 있는 탑골이 노인들을 이해하기 위하여 탑골에서 들리는 이야기들을 귀 기울여 듣고 포착하여 기록하기 시작했다.

 

 

 

 

 

 

노인들이 따분하게 정치 이야기를 하고, 길거리에서 욕설을 크게 하는 모습, 계속 돈 얘기하는 모습에 눈길이 찌푸려지기도 하지만, 그건 그들의 삶과 여러 가지 정책, 또는 경제적인 부분이 우리보다 훨씬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어서가 아닐까. 어떻게 보면 당연한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흔쾌히 밥을 대접해 주신 어르신은 이곳의 어른들이 젊은 사람들에게 적대적이지 않다며 탑골을 많이 알려달라고 나에게 부탁하셨다. 탑골의 여름은 특히나 싱그럽다고 탑골의 여름을 꼭 담아달라는 말도 하셨다. 자기가 없을 때도 모르는 것이 있으면 편하게 들어와서 물어보라며 식당 이모에게 나를 소개까지 해주셨다.

 

 

 

 

 

 

 

 

몰래몰래 탑골 사진을 찍던 나를 보고는 본인을 멋지게 찍어 달라시던 아주머니와 할아버지.

"골목 찍지 말고 여기 이 할아버지 찍어요~"라는 아주머니의 말에 달려가 할아버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브이 포즈를 취하는 와중에 할아버지가 아니라 오빠라고 불러달라던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양심 -P.22>은 이 대화에서 나오게 된 웃음기 넘치는 시이다.

탑골 공원엔 좋은 분들이 많다. 내가 느끼기론 다들 좋으시다.

우리 엄마는 가끔 나를 보고 탑골에 가서 뭐 함부로 받아...

 

 

 

 

 

 

탑골에도 무서운 구역이 있긴 하다.

공원 쪽이 아니라 송해 거리 근처는 조금 주의할 필요가 있다. 불법 게임방과 숙박 시설이 많기 때문이다. 이 근방에는 불법 전단지들도 많이 붙여져 있다. 내가 탑골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부분이 바로 이런 것들이었다.

외부인들이 탑골에 와서 이런 불편한 인식을 만들어 버린다. 그래서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제목으로 작은 프로젝트 작업을 진행했다.

<좋은 게 좋은 거지> 프로젝트는 불법 광고물 위에 내가 앞서 작업했던 시들을 스티커로 뽑아서 덮어버리는 작어있었다.

 

 

 

 

 

 

 

뭐 붙이는거야?
- 시요!

아, 시야?
읽어보고 싶은데 글씨가 작다. 작아서 안보여 난. 하하
- 다음엔 더 크게 써서 붙일게요.

그래 다음에 더 크게 

 

 

 

 

 

 

탑골 공원 정자에서 기둥에 기대어 쉬고 있으면 재미난 이야기들을 많이 들을 수 있다. 이곳에서 탄생한 시들은 대부분 귀엽고 따뜻하다.

보통 정자에서는 박스나 신문지를 방석 삼아 앉아 황태를 씹으며 도란도란 말씀을 나눈다. <고생을 많이 한 황태 -P.46>도 이곳에서 탄생한 시다. 황태가 고생을 많이 해서 더 비싸고 맛있다는 이야기를 전해듣는데 왜인지 황태와 어르신들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아직 대학생이라고 했더니 학교를 물어보셔서 서울여대에 다닌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손자분이 육사 출신이라며 가까워서 좋다고 더 기뻐하셨다.

이런 기가 막힌 우연이 또 없다.

나와 이야기 나누기 전에는 친구분들과 돈 없다~ 돈 없다 노래를 부르시더니, 나보고는 늙어서 돈 쓸 곳도 없다며 커피 사주겠다고 하시는 걸 겨우 말렸다.

마음이 안 찡할 수가 없다.

 

 

 

 

 

 

 

 

우리는 역사이자 당신의 미래이며 현재에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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