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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물, 에세이] 빌어먹을 로맨틱한 토마토달걀볶음, 황효

강다방 2024. 12. 21. 12:41

 

 

 

 

 

독립출판물, 에세이
빌어먹을 로맨틱한 토마토달걀볶음

 

제목 : 빌어먹을 로맨틱한 토마토달걀볶음
저자 : 황효
펴낸곳 : 새벽감성
제본 형식 : 종이책 - 무선제본
쪽수 : 125쪽
크기 : 128x182mm
가격 : 13,000원
발행일 : 2024년 6월 24일
ISBN : 979-11-90604-55-0 (03810)

 

파란만장 작가의 중국 여행기,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여권 재발급 일기이다. 여행 중 여권을 분실하는 것 자체도 상상하기 싫은데, 작가는 무려 공공기관이 영업하지 않는 명절 연휴 기간 여권을 분실하게 된다! 과연 작가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을까? (돌아왔으니 책을 냈겠지만...?)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책을 만든 작가의 이야기가, 여러분에게 기회와 가능성으로 다가가길 바란다.

 

 

작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wan_hy0

작가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hwan_hy0/

 

 

 

 

 

 


황효

어느 날 출퇴근하는 시간을 여행이라 생각했더니 세상이 색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하늘 위로 향한 환풍기가 코끼리 코처럼 보이고, 빗방울에 파르르 떨리는 봄 꽃잎이 조잘대는 유치원생으로 보였다.

하루 한가지씩, 일상 속 보물을 찾아 카메라에 담고 캔버스에 옮기며 글로 기록한다. 여행이 아닌 순간에도 일상 속 보물을 찾아내기 위해 매일 여행을 떠난다.

 

 

 

 

 

 

댁네, 여권은 안녕하신가요?

 

 

 

 

 

 


목차
■■■■■ 프롤로그_로맨틱한 상하이 - 4

■□□□□ 여권 분실
여권이 없어졌다 - 12
너는 내 운명 - 15
삶의 기본 요소 - 18
생존 게임, 실제 상황 - 20
한인 타운-23
내 목소리가 들리니 - 26
아는 여자 - 28
거꾸로 글자 - 31
나를 잊지 말아요 - 33
비밀번호 486-36
날 닮은 너 - 39
꼬깃꼬깃 쌈짓돈 - 41

 

 

 

 

 

 


여권이 없어졌다

여권이 없어졌다. 새벽부터 부지런히 움직여 중국 땅을 밟은 지 두 시간 만에 발생한, 믿고 싶지 않은 상황이었다. 명절 잔소리를 피하고자 떠나온 상하이에서 자칫 잘못하면 기나긴 나날을 체류해야 할 지도 모른다. 이곳에 오기 위해 가 볼 곳과 먹거리, 기념품 등 정보를 수집하며 과도한 업무도 긍정적으로 버텨냈는데, 그동안 참고 견딘 시간이 배신 당한 것 같았다. 어디서 어떻게 여권이 없어진 건지 호텔 체크인할 때까지 있었던 여권의 행방을 거꾸로 따라가야 했다.

 

 

 

 

 

 


"숙박 연장이 불가합니다.” 묵고 있는 호텔에 숙박 연장을 요청했는데 거부되었다. 추가 기간에 머물 숙박객의 여권을 제시해야 하는데, 실물 여권이 없어서 거부되었다. 얼마나 더 있어야 할지 모르는데 현금도 부족하고 이거야말로 별일이었다.

영사관에 전화를 걸어 떨리는 목소리로 담당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앞으로 처리해야 할 사항이나 숙소, 그리고 현금인출 등에 대해 자문이 필요했다. 담당자는 오늘 출근자가 한 명인데 와야겠다면 1시간 내로 오라고 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퉁명스러운 목소리에 예감이 좋지 않았다.

 

 

 

 

 

 


국내 은행이 현지화하다가 인터페이스 구성에 문제가 발생했나보다 여섯 자리 비밀번호라니 말도 안 되지,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밖으로 나와 중국은행 ATM기기를 찾아갔다. 같은 인출 절차로 비밀번호 단계에서 똑같이 6자리를 입력하라고 요구했다. 6개의 숫자를 제대로 누르지 않고 다음 절차를 진행하라고 버튼을 눌렀을까 봐 숫자 단추를 누르고 화면에 비밀번호 칸이 까맣게 채워지는지 확인했다.

고심하며 시도하는 동안 비밀번호 오류 횟수가 5회 초과했다. ATM기 지점이 바뀜에 따라 발생한 오류 횟수도 초기화된다면 5번의 기회를 얻었을 텐데. 누적된 비밀번호 오류 횟수로 인해 카드 사용 중지되었다.

남은 위안으로 교통비와 식사 그리고 서류 비용을 지급하려니, 현금이 부족하다. 본격적인 긴축 재정이 시작되었다.

 

 

 

 

 

 

 


"한국인은 가둬 놓고, 밥이랑 김치만 주겠어!"라고 어느 글에 달린 댓글이 생각난다. 한식 보기 힘든 해외에서 기본 반상을 잠자리까지 제공하며 차려준다면 어디로 가면 되냐고 물어보고 싶은 댓글이었다. 힘의 원천이 되는 밥은 세끼 식사 중에서도 아침 식사가 끼치는 영향력이 가장 크다. 점심은 대충 먹고 저녁은 안 먹어도 되지만 아침만큼은 꼭 챙겨 먹고 다녀야 한다는 건 한인 민박도 동일했다.

처음 맞이한 아침상은 뜨끈한 밥과 숙주나물무침, 말캉한 주홍빛 총각김치, 토마토 달걀 볶음으로 차려졌다. 맛이 꽤 들어 물컹해졌어도 식탁에서 올라온 김치 한 접시가 반가웠고, 토마토와 달걀로 만든 요리는 의심할 여지 없이...

 

 

 

 

 

 

감격의 호응에 힘입은 주인 언니의 경쾌한 칼질 소리로 주방의 아침이 깨어났다. 다음 날 아침 메뉴는 편으로 썬 토마토가 올라가 있는 토마토 달걀국으로 중국식 냉면과 비슷한 모양이었다. 그다음 날은 토마토 달걀 볶음면이었는데 밀가루 대신 두부로 만든 면이라 소화에 부담되지 않고 포만감이 지속됐다. 그렇게 다음 날은 토마토 달걀찜, 토마토 달걀 볶음, 토마토 달걀덮밥, 토마토 달걀 비빔면, 토마토 달걀 국수, 토마토 달걀볶음밥, 토마토, 달걀, 토마토, 달걀. 상상할 수 없는 음식의 주재료로 토마토와 달걀이 들어 간 메뉴가 체크아웃하는 날까지 제공됐다.

영화 <올드보이> 중국판이 만들어진다면 군만두가 아닌 토마토 달걀 볶음이 나와야 현실고증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숙박 초반에는 아침으로 접하던 토마토 달걀 요리는 나중에 저녁으로도 제공되었다. 메뉴가 달라도 조리법이 볶거나 끓이거나 찌는 것으로 열이 가해지는 방법만 다를 뿐이지, 익힌 토마토와 달걀의 한 그릇이었다...

 

 

 

 

 

 


친해질수록 서로 간의 안전 거리는 지켜져야 한다. 지난 인생과 마음 속에 품은 이야기를 보여 준 주인 언니와 친밀감이 형성되어 버렸다.

그녀는 내가 야근하며 회사 생활하는 것을 본인 일인 양 안쓰러워했고 직장보다 가정을 이뤄 안정된 삶을 살길 권유했다. 출입국 사무소에서 돌아온 모습이 처량해 보였는지 상하이 남성과 연을 맺으면 낭만적인 삶을 누릴 수 있을 거라고, 한국으로 가는 것보다 중국에 생활 터전을 꾸리는게 인생 역전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명절 잔소리를 피해 여행 왔다가 가정을 꾸려야 한다는 압박 면접의 장이 열렸다.

 

 

 

 

 

 

인파 사이에서 몸이 휘청거렸다. 주인 언니와 아들을 잃어버릴까 봐 언니 뒤에 꼭 붙어 걸었다. 주인 언니에게 집중해야 하는 시선이 그녀의 어깨너머 아장아장 걷는 아기의 뒤태에 꽂혔다.

우주복 패딩을 입은 아가의 엉덩이에 두 개의 모닝빵이 빼꼼히 나와 있었다. 끝 겨울과 초봄사이, 찬 바람이 아가 엉덩이를 찰싹 때릴 것 같은데, 남자아이나 여자아이 할거 없이 아가들의 바지 엉덩이 부분이 반달 모양으로 뚫려 있었다. 이 바지는 아이들의 배변 훈련을 위해 입히는 카이당쿠(일명 개구멍바지, 짜개 바지라 불리는 중국의 아기 바지)이다. 토실한 엉덩이가 귀엽지만, 밖에서 드러낸 모습에...

 

 

 

 

 

 


에필로그_빌어먹을 갈대의 마음

로맨틱한 상하이는 한순간에 빌어먹을 도시가 되었다. 집에 돌아갈 수 없고 어딘가 머무를 수도 없고, 생존하기 위한 방법을 스스로 모색해야 했다. 대륙의 매력이 부질없게 느껴졌다. 영사관에 연락하면 어떤 거부터 해야 하는지 가이드라인이라도 받을 줄 알았다. 여권 분실자가 해야 할 것과 영사관이 도와줄 수 있는 것을 알려줬다면 마음을 의지하고 중국 공공기관을 찾아다녔을 것이다. 에어비앤비가 상용화되지 않은 시절에 여행객이 한인 타운에서 민박집을 찾 는 건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는 것만큼 어려웠다.

지인의 연결로 다행히 숙소를 구했지만, 결혼 잔소리를 피할 수 없었다. 며칠 더 머물렀으면 맞선까지 봤을 수도...

 

 

 

 

 

 

 

어느 전시장에서 작품 설명을 끝맺으며 도슨트가 이야기한 내용이 있다.

"굴곡이 많은 작가가 전시합니다. 일이 안 풀린다 싶으면 바꿔서 생각해 보세요. 거장이 될 기회입니다.”

무언가 일이 안 풀리고 막힌 것 같다면, 기회의 순간일 수 있다. 서류 접수조차 안 되고 상황이 얼어붙은 것 같던 그 나날들이 이렇게 이야기로 풀려 책 한 권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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