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물, 무가지
16p 매거진 (무료 배포)
책은 보통 한 장 한 장 인쇄되는게 아닌 한 면에 8쪽씩, 양면으로 16쪽으로 인쇄되어 재단되는 식으로 만들어진다. 책이 만드어지는 과정을 본따 이름 지어진 16p 매거진은 타블로이드 크기의 종이 한 장을 16페이지로 접어 만든 잡지이다. 익숙하지만 깊이 생각해 보지 못한 일상의 평범한 주제를 다룬다. 전국 독립서점 등에서 무료로 배포 중이다. 16p 10번째 이야기는 특별히 책방지기들이 뽑은 한 해의 책 속 문장과 이야기가 담겨 있다.
16p 매거진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16p.official/
미남컴퍼니 16p 소개 페이지
https://www.minamcompany.com/24
16p 매거진 입고 독립서점 리스트
서울
공간과 몰입, 공상온도, 독서관, 무슨서점, 무아레 서점, 백색소음, 소수책방, 오케이어멘션, 이후북스, 조은이책, 주책필름, 지구불시착, 책가도, 책방 밀물, 프루스트의 서재, 햇살속으로, 헬로인디북스, 무엇보다책방, 책방 시나브로, 아인서점, 스타더스트, 새고서림, 시행과 착오, 스페인책방, 픽셀퍼인치, 우연과감상책방, 책 익다, 세입오브타임, 송정북스
경기
게으른정원, 고메북스, 구월서가, 책방, 뜻밖의여행, 쑬딴스북카페, 아랑책방, 오롯이서재, 오후서재, 웨스트닷, 책발전소 광교, 터무니 책방, 오평, 책방내심, 브로콜리숲책방, 책방 우주소년, 스테디슬로우북스,
강원
강다방 이야기공장, 윤슬서림, 썸원스페이지숲, 코이노니아
충청
해호미, 단양노트점, 책방 궤도, 책방 모랭이숲, 책방 잇다, 두루미책방, 보부아르
대전
오케이슬로리, 한쪽가게
전라
물결서사, 리루서점, 책방심다, 도보책방, 지구별서점, 조림지, 책방 토닥토닥, 다움북클래스, 책마당, 조용한 분홍색, 책방 마리서사
광주
완벽한 오늘, 소년의 서, 책과 위스키 이상
경상
지금 책방
부산
무사이, 북앤스페이스, 크레타, 나락서점, 스테레오북스
대구
무레 책방, 사소한 책방
제주
책방마고, 제주 풀무질, 공항서점, 라바북스, 책방풀씨
여는 글
16p Vol.10은 올해 16p를 응원해주신 서점지기들과, 인터뷰이로 참여한 작가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이번 호는 2024년을 표현하는 올해의 문장을 주제로, 단순한 글귀를 넘어 각자의 삶과 마음에 깊은 여운을 남긴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각자가 선택한 문장이 왜 특별한지, 그 속에 담긴 의미가 우리에게 어떤 울림을 주는지 되새기며, 그 속에 숨겨진 무한한 이야기를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특별히 함께해주신 서점지기들, 소중한 시간을 나눠주신 작가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박수인(16p 에디터)
차례
04 지금책방
05 홀로상점
06 아랑책방
07 책방궤
08 다움클래스
09 공항서점
10 오평
11 책방 시행과 착오
12 오케이 슬로울리
13 웨스트닷
14 우연과감상
15 책방마고
16 느리게 책방
17 사사로운
18 뜻밖의 여행
19 모랭이숲
20 단양 로컬 상점
21 땡땡섬
22 독서관
23 스테디슬로우북스
24 오케이어 맨션
25 한쪽가게
26 책방밀물
27 나락서점
28 책과 위스키 이상
29 조은이책
30 강다방 이야기공장
31 사소한 책방
32 그림 이야기 책방
33 북앤스페이스
34 오후서재
35 픽셀퍼 인치
36 책발전소광교
37 다시서점
38 책방내심
39 사눅책방
40 주책필름
41 마리서사
42 이올시다
43 무슨서점
44 소수책방
45 두루미책방
46 무사이
47 책가도
48 새고서림
49 햇살속으로
50 책과 생활
51 소년의 서
52 마곤달애카
54 오수영
55 김로로
56 에리카
57 정성은
58 김져니
경북 지금책방
'어쩔 수 없다'는 말을 누군가는 포기할 때 내뱉지만, 누군가는 결코 포기할 수 없을 때 내뱉는다. 어떻게든 살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삶을 포기할 것인가. 살아낼 것인가. 나는 인문학 공부의 영역이 여기라고 생각한다. 어떻게든 살아내야 한다. 그것도 '잘' 살아내야 한다는 자각, 삶에 대한 그런 태도, 자세 같은 것 말이다.
『묵묵』 32p, 고병권(돌베개, 2018)
책 제목부터 '묵묵'이라는 단어가 참 좋았다. 묵묵하게 걸어온 시간의 흔적 같아서, 때론 묵직하게 울려퍼지도록 전하는 메시지 같아서. '묵묵'은 말할 수 없는 존재와 목소리 없는 존재에 대해 말하고 있다. 다양한 '침묵의 빈자리'에 목소리를 내어주는 고병권 작가님의 묵직한 문장은 자꾸만 귀 기울일수록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진다. 꾸준히 할 수 있는 일, 묵묵히 해 온 시간의 힘을 빌려 오늘도 어제와 같이 살아가는 내가 옳은 것이 옳은 것으로 맞는지 문제를 풀어내듯 그 문제들을 생각하게 된다. 문제를 푸는 쪽은 언제나 문제를 내는 쪽보다 긴 시간이 필요하고 어렵다. 자기 자신을 위해 살기를 바란다면 또 한 사람을 위해 살아야 한다. 연대함은 묵묵부답이 아니라 묵묵하게 계속해서 함께 응답해야 하며 우리가 우리이기에 묵인할 수 없다는 건 분명한 삶이다. 누군가의 생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내자고 내미는 손 같아서 이 문장에서 오래 머문 이유다.
지금책방 | 김미연
경기 아랑책방
우리는 정면만 보도록 눈 옆에
가리개를 붙이고 달리는 경주마처럼
앞만 향해 달릴 필요가 없다.
『작은 책방 꾸리는 법』 150p, 윤성근(유유, 2019)
책방 출입구 앞에 적어 둔 문장입니다. 인터넷으로 1초 만에 도서를 구매할 수 있는 이 시대에 일부러 작은 책방까지 시간 내어 찾아주시는 분들의 마음이 이와 같지 않을까요?
아랑책방 | 박현아
제주 공항서점
이유라는건 뭔가를 하지 않으려고 할 때 필요한 것이다.
뭔가를 하는 데에는 큰 이유가 필요하지 않고,
사실 이유가 전혀 없을 수도 있다.
『에세이의 준비』 28p, 강보원(민음사, 2024)
공항서점은 지난 일 년 동안 계속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무언가를 끊임없이 시도한 것 같아요. 특별한 이유나 거창한 목표를 두고 달려온 것이 아니라 시도하고 도전한 결과물만을 희미하게 상상하며 달려왔습니다. 우리는 가끔 도전하거나 용기를 낼 때 뚜렷한 이유를 찾아 헤매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이유가 그 도전을 더 합당하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용기나 도전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이며 단지 이유가 있으니까'로 설명되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년에도 공항서점은 여러 가지 도전을 이어갈 예정인데요. 16p, 그리고 독자님들은 어떤 도전과 용기를 갖고 새로운 해를 맞이할지 궁금해 지네요.
공항서점 | 장아라
서울 책방 시행과 착오
서점 없는 동네는 동네라고도 할 수 없지.
『섬에 있는 서점』 244p, 가브리엘 제빈(문학동네, 2017)
어릴 적 나고 자란 동네에 서점을 차렸습니다. 책 속 한 문장처럼 서점 하나 없는 동네였거든요. 한 해를 반추하기엔, 이곳에 책방을 연 지 사계절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앞으로 동네 분들의 사랑을 받는 동네 책방이 될 수 있도록 애써보려고 합니다.
책방 시행착오 | 이현지
충남 느리게 책방
젊었을 때는 지지부진한 일상을 유지하면서
인생에서 중대한 뭔가를 빠뜨렸거나 어딘가에 더 중요한 인생의 알갱이가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으로 갈등한 시기도 있었다. 하나 중대한 것은 바로 그 일상을 잘 유지하는 것임을 알게 됐다. 일상이 깨어져봐야 아무 일 없이 일상을 잘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게 된다.
『즐거운 어른』 35p, 이옥선(이야기장수, 2024)
2024년 한 해, 다른 해와 다르게 긴 방학 없이 책방 운영을 해나갔습니다. 그러다 9월 몸에 이상신호가 와서 책방을 며칠 쉬어가게 됐어요. 원래도 제가 저질 체력(?)이었는데 제 예상과 다르게 더 저질 체력이었더라고요. 그렇게 쉬다 보니 책방 운영을 하는 데 있어서 건강이 받쳐주어야 그 일상을 잘 유지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이 문장처럼 일상의 소중함, 중요함을 새삼 일깨워 주는 일이었죠 그래서 지금 생활하면서 제게 가장 중요한 문장은 건강을 위해 무리하지 않기예요. 앞으로도 마음에 잘 새기며 귀한 일상을 유지해 나갈 생각입니다.
느리게 책방 | 김지혜
경기 뜻밖의 여행
속이 썩어야 세상에 관대해질 수 있었다. 산다는 건 결국 속이 썩는 것이고 얼마간 세상을 살고 난 후엔 절로 속이 썩어 내성이 생기면서 의젓해지는 법이라고 배추적을 먹는 사람들은 의심 없이 믿었던 것 같다.
『외로운 사람끼리 배추적을 먹었다』 17p, 김서령(푸른역사, 2019)
자신만의 사막을 건너다보면, 또 자신만의 오아시스를 만난다고 하지요. 마음 넉넉한 어른되기가 만만치 않음을 알기에, 열심히 읽고, 공감하고, 나누는 요즘입니다. 여전히 부족하지만, 책방 독자들의 응원과 지지, 나눔 속에서 조금씩 영글어가는 책방지기가 되고 싶네요.
뜻밖의 여행 | 이은형
충남 모랭이숲
인생은 길을 보여주기 위해 길을 잃게 한다.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181p, 류시화(수오서재, 2023)
여전히 서툰 2년 차, 어렵고 힘들었던 순간도 많았지만, 그럴 때마다 이 문장이 저를 나아가게 했습니다. 길을 잃는 것이 두려운 사람은 머무르는 것만 할 수 있다는 걸 배운 한 해였습니다. 내가 원하던 길이 썩 좋지 않을 때도 있었고, 내가 원하지 않던 길이 나를 행복하게 하기도 했습니다. 삶은 변덕쟁이라서, 앞으로 어떤 길을 걸을지 모르겠으나 저는 나아가고 싶습니다. 많은 사람과 책을 만나고, 책과 함께하는 사람으로서 나와 모랭이숲의 이야기를 전하고, 길을 잃더라도 우연히 마주한 즐거움에 기뻐하며 삶을 여행하고 싶습니다. 내가 길을 잃게 한 삶에게, 힘들었고 행복했던 순간에게, 꿋꿋이 발걸음을 내디딘 나에게, 내 곁에서 발맞춰 걸어준 이들에게 깊은 감사와 사랑을!
모랭이숲 | 이혜승
서울 오케이어 맨션
이곳에 오면 사람들의 응원이 있으니까요.
『건축가의 공간 일기』 129p, 조성익(북스톤, 2024)
오케이어 맨션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한숨을 달래기 위해, 누군가는 작은 영감을 찾기 위해, 또 누군가는 말없이 머무르기 위해 찾아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서로를 잘 알지 못하는 이들 사이에서 묘한 기운이 생겨납니다. 책을 고르는 손길 너머로, 커피를 마시는 잔잔한 시선 속에서, 사람들은 어느새 서로에게 응원이 됩니다. “이곳에 오면 사람들의 응원이 있으니까요." 이 문장은 마치 서점의 풍경 속에 숨겨진 대사를 꺼내 놓은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올해 오케이어 맨션을 가장 닮은 문장으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오케이어 맨션 | 김은경
서울 책방밀물
그러니까 요구할 것은 익숙해지지 않는 것,
섣불리 규정하고 넘겨짚고 유형화하고 관성에 넘어지지 않는 것. 벼르고 깨어 있는 것. 집중하는 것. 참여에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것. 고독을 견디는 힘을 기르는 것. 모든 것을 지금 처음 접하는 것처럼 대하는 것.
『소설가의 귓속말』 136p, 이승우(은행나무, 2020)
새것 또는 새로운 것에 집착하며 한 해를 시작했습니다. 영감이나 감동은 모두 '외부', 특히 '새로운 것'에서 나온다고 믿고 있었던 것 같아요. 이번 여름, 이승우 작가의 소설가의 귓속말을 만난 이후로 삶의 방식에 조금씩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이미 내가 가지고 있는 내면의 어떤 것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삶의 태도를 가지려 노력하고 있어요. 이 문장으로부터 불러일으켜진 덕분에 '내면의 촉촉함을 불러일으키는 작은 기쁨'에 대해 써 내려간 밀물만의 매거진도 만들 수도 있었습니다. 밀물에게는 이 책과 문장이 이번 한해 가장 의미 있고 감사한 문장이에요.
책방밀물 | 정다현
강원 강다방 이야기공장
우리는 모두 문학입니다.
문학은 결코 죽지 않습니다.
『걸리버 유람기』 131p, 김연수(대한출판문화협회, 2024)
다가오는 12월, 강다방 이야기공장은 3년 차를 지나 4년 차로 접어듭니다. 2년은 버틸 수 있을까 걱정하며 시작했는데 어느덧 4년 차가 되다니 많은 분의 사랑과 관심을 받은 것 같아 감사할 따름입니다. 국내 출판계에는 2024년 주목할 만한 사건들이 많았습니다. 정부의 지역 서점 예산 삭감,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강다방 이야기공장의 점심시간 도입 등 때론 기쁘고 슬픈소식이 우리에게 전해졌습니다. 2024년은 저 역시 책방을 운영하며 희로애락을 경험한 한 해였습니다. 한 해를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 저는 왜 책방을 시작했는지 그리고 왜...
부산 북앤스페이스
바닥에 작은 구멍이 뚫린 냄비에 물을 붓는 것과 같은 허망한 일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도, 적어도 노력을 했다는 사실은 남는다.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대부분 눈에는 보이지 않는 어떤 것.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문학사상, 2016)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독립 서점을 운영하는 일은 분명 눈에 띄는 성과를 지향하는 일은 아닐 것. 그러나 독서라는 행위를 특별하게 만들기 위한 나의 노력은 분명히 남아 소중한 일이 될 것이기.
북앤스페이스 | 이민혜
경기 책발전소광교
원에는 출구가 없지만, 나선에는 출구가 있다. 직선으로 걷는 것보다는 확실히 느릴 것이다. 하지만 직선으로 걷지 않았기에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었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많은 일을 경험하고, 더 많은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어떤 것도 후회하지 않고 대부분의 것들에 만족한다. 분명히 잘못되었던 일들에 대해서는 체념한다.
『오늘도 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 한수희(터틀넥프레스, 2023)
신년 계획을 세울 때는 늘 머릿속에 직선을 그리고는 하는데요. 한 해를 돌아보면 걸어온 발걸음은 늘 나선의 모양이더라고요. 저 말고도 모든 분이 그럴 테니 올해 그린 나선, 앞으로 그릴 모든 나선들에 무한한 응원을 보냅니다.
책발전소광교 | 김민주
경기 책방내심
행복의 핵심을 사진 한 장에 담는다면 어떤 모습일까? 이 책의 내용과 지금까지의 다양한 연구 결과들을 총체적으로 생각했을 때, 그것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는 장면이다. 문명에 묻혀 살지만, 우리의 원시적인 뇌가 여전히 가장 흥분하며 즐거워하는 것은 만족 바로 이 두 가지다. 음식, 그리고 사람.
『행복의 기원』 195p, 서은국(21세기북스, 2017)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 살기 위해 행복을 느낀다는 이 책의 메시지를 함께 공유하고 싶어요. 지금 살아있는 우리, 행복을 조금 더 가볍게 받아들이고, 행복한 순간을 촘촘히 만들어 갈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책방내심 | 김정희
서울 소수책방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없으면 저것이 없다. 이것이 생하므로 저것이 생하고, 이것이 멸하므로 저것이 멸한다.
『중아함경』, 김윤수(운주사, 2019)
책방을 오픈하면 사람이 이상해집니다. 왜냐하면, 처음에는 책이 좋아서 가볍게 시작하지만 갈수록 이상한 사명감이 생기거든요. 가끔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언젠가 우리나라에 책방이 단 한 군데도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그리고 또 다른 생각을 해봅니다. '커피숍보다 책방이 더 많은 나라가 된다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종이책에 대한 집착이 어쩌면 헤어진 연인을 붙잡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래도 어쩌면 종이책을 파는 책방이 있으니깐, 종이책을 읽어주는 독자가 생겨나는 것은 아닐까요. 종이책을 읽는 독자분들이 계셔서 책방이 생겨나는 것처럼요. 중아함경에 나온 저 문구처럼요. 책방지기들은 애초에 열렬한 독자였습니다. 책방을 하면서도 언젠가 책방을 닫을 때가 올 수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그럴 때면 꼭 다짐합니다. 책에 대한 열렬한 마음은, 책방이 닫게 되더라도 닫지 않겠다고요
소수책방 | 김문
서울 새고서림
수많은 돌아하는 것들이 순식간에 꿀이 둘이 올랐다. 달력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차가운 냉소보다는 올해도 탈 없이 살아냈다는 최소한의 위안이 필요했을지도.
『조용한 하루』 155p, 오수영(고어라운드, 2023)
2024년은 일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새로운 시도를 해보며 앞만 보고 달려온 해였던 것 같습니다. 물론 새로운 시도가 성공의 단맛도 실패의 쓴맛도 안겨다 준 건 사실이에요 그럴 때마다 내가 너무 자만했던 건 아닌지 잘못된 판단을 했던 건 아닌지 스스로를 자책하고는 합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여전히 새고서림은 열려 있고 좋아하는 일은 계속하고 있더라고요. 저와 같은 분이 계시다면 올해도 탈 없이 살아냈다는 최소한의 위안을 드리고 싶어 이 문장을 소개해 봅니다.
새고서림 | 최수민
부산 마곤달애카
2022년의 시작을 앞두고 행복 저금통을 알게 됐다. 돼지저금통에 동전을 모으듯, 행복 저금통에는 행복을 모으는 것이다. 1년 동안 크고 작은 행복을 만나면 종이에 적은 뒤 저금하고 한 해가 끝났을 때 하나씩 꺼내서 다시 한번 행복을 만끽하면 된다. 참신하고 짜릿한 개념이었다. 우선 저금통으로 쓸 유리병과 앞으로의 행복을 모을 마음가짐이면 충분했다.
『오늘도 거절을 못했습니다』, 이지현(북어라운드, 2023)
올해 책방을 운영하면서 이제껏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행복을 많이 알게
되었어요. 사람을 대하는 것에 겁을 참 많이 먹었던 저였는데 올해 다정한 분들을
많이 만나 뵙게 되어 저의 행복 저금통은 아주 통통해졌답니다.
마곤달애카 | 서점지기
오수영
조금 덜 아픈 것이 조금 더 아픈 것을 돌본다는 것. 조금 더 아픈 것이 조금 덜 아픈 것을 살게 한다는 것.
『새벽과 음악』 134p, 이제니(시간의흐름, 2024)
올여름 드디어 오래 몸담았던 직장을 그만뒀다. 퇴사를 결심하기까지 십 년이 걸렸고, 그동안 너무 많은 고민으로 몸과 마음을 크게 앓았다. 그래서 나보다 마음이 단단한 사람들에게 의지하며 용기를 얻었고, 때로는 나보다 마음이 연약한 사람들의 하소연을 들으며 남몰래 위안으로 삼았다. 한때는 오직 내 힘으로 용감하게 새로운 삶을 선택했다고 믿었는데, 알고 보면 나는 그들 모두의 기운으로 간신히 한 걸음 더 내디뎠을 뿐이었다. 이제니 시인의 문장에서 그들의 얼굴이 먼저 떠오른 걸 보면 결국 그들이 나를 살게 한 사람들인가 보다.
16p Vol.5 작가 | 오수영
김져니
자신이 사는 곳을 떠나고자 하는 자는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민음사, 2021)
우리는 삶 속에서 가벼움과 무거움을, 기쁨과 슬픔을, 칭찬과 비판을 경험하며 자신의 존재를 느낍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행복을 찾아갑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당신의 세계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입니다.
16p Vol.9 작가 | 김져니
강다방 이야기공장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 용지로 162 (옥천동 305-1)
이야기가 있는 독립서점 & 지역 전문 편집샵 🏠
이야기를 팝니다. 지역과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연결합니다 🌊
강릉역 도보 5분 거리 위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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