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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물, 에세이] 내리는 비에게 떠나온 구름의 안부를 묻는 건

강다방 2024. 5. 29. 15:20

 

 

 

 

 

독립출판물, 에세이
내리는 비에게 떠나온 구름의 안부를 묻는 건, 호담

 

제목 : 내리는 비에게 떠나온 구름의 안부를 묻는 건
저자 : 호담
펴낸곳 : 가난한 시간들
제본 형식 : 종이책 - 사철양장제본
쪽수 : 136쪽
크기 : 120x180mm
가격 : 12,000원
발행일 : 2024년 1월 26일
ISBN : 979-11-966945-4-8 (03810)

 

 

작가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scenemood/

 

 

 

 

 

 

1부 얼룩짐

22 인사
23 놓쳐버린 것
24 만월
26 다짐
27 걱정
28 열정
29 선물
30 휴일
31 모자
33 늪
35 산골
36 가로등
38 이상비행
39 목마름
40 생장점
42 잊혀지는 것
44 노화

 

 

 

 

 

 

세상에 더는 낭만이 남아 있지 않다며,
마른 제 살을 뜯어
새어 나오는 피를 훔쳐 마시던 너는

수없이 무너지는 것들
하루하루 사라지는 것들
그 사이를 오가는 밤의 심부름꾼

그렇게 밤을 곁에서 모신 대가로 얻어 낸 몇 가지 문장들
셈 없이 이루만져 얼룩지고만 문장들

 

 

 

 

 

 

이상비행

그간 알고 지내던 사람들과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간다는 사실은 집과 멀어진 거리감만큼이나 나를 외롭게 했다. 애를 써도 닿을 수 없는 시간 속에서 누군지 모를 이름들을 그리워하며, 드문드문 오가는 연락 사이 나는 누군가의 과거에 있다가 또 미래로 옮겨 다니기를 반복할 뿐이었다. 이리저리 뛰다 보면, 그 사이 어느 곳에 우리 잠시나마 닿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이처럼 우리 떨어져 있는 이 물리적 거리가 실체를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의 차이를 만들어 낸다는 사실은 언제나 슬프게 다가온다. 당신과 같은 시간에 머무르기 위해 앞섬과 거스름을 반복하는, 제 수명을 깎아 만든 이 모습은 과연 누구를 위함인가.


 

 

 

 

 

범우주적인 사랑

그것이 결코 제게 올 수 없음을 알기에
저는 오늘도 사랑 이야기를 읽고 이별 노래를 들어요

붙잡을 수 있는 사랑을 말하고
보이지 않는 사랑을 믿었던 우리는
애당초 함께할 수 없었음을

오늘도 내리는 비에게
떠나온 구름의 안부를 묻는 건

저 아직 다 떨어지지 못한 탓입니다

 

 

 

 

 

 

사실을 당장 굳어진 가슴에 미약한 위로로 삼는다.

내리는 비가 두 뺨을 스친다. 흐르는 빗물 사이 숨어든 당신은 구름의 모양으로 왔다가 어느새 눈물이 되어 사라져 간다. 쉼 없이 나를 들추던 햇살이 잠시 저 구름 두에 몸을 숨길 때, 나는 당신과 보다 가까웠을까.

오늘도 내리는 비에게 떠나온 구름의 안부를 묻는 건, 나 아직 다 떨어져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서로 알고 지낸 것이 못해도 이십 년이 넘었으니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이 모르는 것만큼이나 많겠다. 그런 네가 그 단순하고 뻔한 질문을 입 밖으로 내뱉기까지 얼마의 고민이 필요했을지 감히 가늠하기 어렵다. 나의 어떤 대답도 너에게 닿아 녹아들지 못할 것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다. 단지 친구라는 단어로 서로를 묶기에는 우린 너무 커버렸고 꽤 다른 삶을 살고 있으니.

조심스레 꿈을 물었던 그 질문의 무게에 맞춰 가볍지 않은 말을 전하고 싶었다. 그날 나는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지만 그때 전하지 못했던 대답, 나의 꿈을 종이 위 검은 활자 뒤에 숨어 조심스레 이야기해 본다.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을 한 번 더 살아냈을 때, '나'라는  사람을 소개하는데 있어 부끄럽지 않고 싶어'

 

 

 

 

 

 

비겁한 마음

함께 보내는 저녁이면 우리는 서로를 색으로 비유하는 일이 많았다. 어느 날은 노란색이었다가 또 어느 날은 초록색이 되기도 했다. 그렇게 마주한 시간 아래 남은 서로의 모습을 색에 담아 하루를 정리하고는 했다.

누군가를 색에 빗대어 표현하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었다. 학창 시절 도서관에서 종종 심리학과 관련된 책을 꺼내어 읽고는 했는데 그중 어느 색채 심리학을 다룬 책에서 각각의 색상의 특징을 사람에게 빗대어 표현하는 글귀를 읽은 적이 있다. 그때부터였다. 내가 무슨 색으로 비치고 싶은지 고민해 보게 된 건.

 

 

 

 

 

 

 

 

잘 버려진 마음은 품은 이의 가슴에도 생채기를 내니까.
시린 겨울을 견뎌낸 시간에 비해 곧 찾아올 봄은 잠시 뿐이란 걸 모르지 않아요.
울렁이는 마음 추슬러 한 걸음씩 다리 놓아 도착한 이곳에 서로를 향한 미소를 묻어요.
어쩌면 우린, 다시 같은 얼굴로 웃을 수 없도록 조금씩 늙어가는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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