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다방 이야기공장/입점 도서 소개

[독립출판물] 자유청춘예금통장, 김채윤, 이현석, 오지혜

강다방 2023. 9. 3. 14:42

 

 

 



독립출판물, 소설, 편지, 에세이 등
자유청춘예금통장, 김채윤, 이현석, 오지혜 
 


듣기만해도 좋은 자유, 청춘, 예금, 통장 단어가 제목에 들어있는 책. 귀여운 통장 속에 3명의 작가 청춘들의 이야기, 편지, 소설, 에세이가 들어있다. 작가와 비슷한 또래 스물아홉, 서른즈음이라... 더욱 공감되었다. 천혜의 자연이 어우러진 제주에서 넘어와서 그런지 새콤달콤, 상큼한 천혜향 같았던 책. 강릉은 제주와 비슷한 점이 많은데, 그래서 더욱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제목 : 자유청춘예금통장
저자 : 김채윤, 이현석, 오지혜
펴낸곳 : Weareparang(위아파랑)
제본 형식 : 종이책 - 기타
쪽수 : 58쪽
크기 : 110x175mm
가격 : 13,000원
발행일 : 2022년 10월 1일
ISBN : 979-11-983229-7-5 (02810)

 

 

출판사 위아파랑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weareparang/

 

 

 

 

예금 종류 : 자유청춘예금통장
통장발행한 날 : 2023년 6월 14일
계좌 개설점 : 파랑협동조합
통장발행점 : 제주점

 

 

 

 

 

이 서적은 청춘을 보내고 있는 청년 3명의 이야기를 편지, 소설,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 쓴 작품이 담겨 있습니다. 본 도서를 다 탐독하고 난 뒤에 당신의 마음 속에 소정의 이자와 먹먹함을 약속합니다. 지나친 독서는 전자금융거래법에 제한받지 않으므로 날 얼마든지 마음대로 해도 좋아...

Prologue

청춘의 정의

제1장. 젊음을 보내며 쓰는 편지
1. 나와 같은 당신에게
2. 부모님의 청춘에게
3. 나를 괴롭혔던 상사에게

제2장. 이번 생은 소설로 써요
1. 캥거루로 살고 싶어
2. 포기하는 연애
3. 바람(Wind), 바람(Wish), 바람 (What the Fxxk)

제3장. 산문한 청춘
1. 청춘의 빚
2. 친구의 결혼식에서
3. 오지 않은 미래를 기다린다는 것에

Epilogue

서로에게 부치는 편지

 

 

 

 

 

청춘은 섬광이다
이현석

어렸을 적 청춘은 영영 타오르는 불길인 줄 알았습니다만, 스스로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크게 타오르다 이내 자신마저 태워버리곤 사그라드는 찰나의 섬광이란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도 뭐, 아직 전소하지는 않았으니 그런대로 선방했다랄까요. 지금은 남아 있는 불씨 하나 허투루 하지 않으려 나름의 최선을 다해 스물아홉 번의 해를 보내고 있습니다.

 

 

 

 

 


제1장. 젊음을 보내며 쓰는 편지

20220822
편지글을 써오라는 미션이 있었다. 지혜작가님은 금방 써내셨고 나도 간만에 옛추억을 떠올리며 글솜씨를 발휘해보았다. 그런데 기획자님이 글을 안써오신게 아닌가? 니가 기획자면 다야?

20220823
처음으로 기획자를 맡으며 알게 되었습니다. 팀원들의 눈총을 받는 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를요. 채윤 님, 지혜 님 죄송합니다. 내일까지 써올게요...

20220910
표지를 보니 옛날 생각이 나네요. 왕년에 러브장 한 번 기깔나게 꾸미던 저였는데, 이제는 사랑보다는 미래가 급한 나이가 되었네요.
그래도 낭만은 잊지 않아 이리 편지를 씁니다. 답장주시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20220915
차장님이 이 책 안 보시겠죠? 보면 좋겠다... 물론 사서...

 

 

 

 

 

어쩌면 바짓가랑이 물고 늘어지듯 스물아홉 끝자락을 움켜쥔 자신에 대한 연민일 수도 있고요. 청년 세대로 사는 모든 이에게 묻는 안부 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니 먼저 인사할게요. 당신은 안녕한가요.

저는 요즘 늙어감을 걱정합니다. 아직 무엇 하나 이룬 게 없는데 서른이 다가오고 있어서요. 물론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지만 속으론 하루하루 벌서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실은 어렸을 땐 평범하게 사는게 참 쉬운 일인 줄 알았습니다만, 이제야 평범의 범주 안에 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문턱을 넘어야 하는지가 실감납니다.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지만, 그럼에도 사회가 요구하는 보통의 기준이란 번듯한 직장과 성공, 연애와 결혼 같은 것이니까요. 그리고 저는 이 중에서 어떤 것도 가지지 못했습니다. 정말 우습지 않나요.

그러나 마냥 우울하지는 않습니다. 슬픔은 끝내 아무것도 해결해 주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일단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충만하게 하는 것들로 인생을 꾸리다 보면 언젠가 나름 봐줄 만한 무엇인가가 되어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기대 말입니다.

그러니 당신도 가슴 벅찬 것들로 삶을 채워나가는 사람이었으면 합니다. 무엇이든 해야 하는 생존주의 시대에 대한 불안과 염려는 조금 내려놓고, 자신과 자기 주변을 모자람 없이 다정하게 대할 수 있는 그런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먼 미래가 아닌 당장의 오늘을 행복하게 사는 인간이기를 바라며, 어제보다 한층 단단한 하루를 살아 내기를 소망합니다. 끝으로, 부디 사그라지지 않고 오래도록 타오르는 젊음이길 응원하며, 모두에게 언제고 따듯한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것이 나와 같은 당신에게 건네는 마지막 당부입니다.

2022년, 스물아홉의 여름을 맞아, 이현석 드림.

 

 

 

 

 

그때 당신은 어린 시절 하고 싶은 걸 일찌감치 포기해야만 했던 나날을 고백하였습니다. 저는 당신의 눈에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리고 자식인 우리가 있어 돌아갈 수 있대도 돌아가지 못할 당신의 청춘을 기리는 그리움을 보았습니다. 그 날 저는 홀로 세상을 견디며 청춘을 지새웠던 당신을 엿본 듯하여 대신 훌쩍였습니다. 저는 저의 삶을 사랑하고, 당신도 아마 당신의 삶을 사랑했을 겁니다. 그런데 저와 같은 또래의 당신. 당신은 어떻게 그리 무거운 책 임을 몇 십 년 동안 감내할 수 있었을까요? 어설픈 위로를 떠올리 자면, 아마 우리들은 배워야 할 것들이 달랐을지도 모릅니다. 이번 인생에서 당신들은 의무와 책임을, 저는 자유를.

당신들을 두고 저는 제 삶을 찾아 외딴섬으로 헤엄쳐갔습니다. 딸의 빈자리를 당신들이 무엇으로 채울까 걱정하면서. 제가 떠나던 날, 전화 너머 "딸을 잃어버린 것 같다" 울먹이던 목소리를 기억합니다 그 울먹임을...

 

 

 

 

 

하지만 누구도 탓할 순 없었다. 그녀는 사랑을 원했고, 성훈은 현실을 택했다. 단지 그뿐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니 민희는 좀 전까지 미웠던 그가 조금은 이해되기까지 했다. 성훈에게 막무가내로 사랑을 갈구한 그녀였지만, 실은 시작과 함께 끝이 보이는 관계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연애에는 가혹한 계산과 조건이 붙기 마련이므로, 아마 민희가 성훈을 만났다면 벌써부터 그의 가난을 원망했을 것이다. 그려지지 않는 미래를 상상하며 우울했을 것이다. 그리고 차츰 불만이 쌓여 싸우는 일이 잦아졌을 것이다. 그러다 결국, 궁색한 서로를 견디지 못해 헤어졌을 것이다. 그러자 그녀는 오히려 맺어지지 못한 것이 다행이라는 묘한 안도감이 들었다.

 

 

 

 


그래서 고향에 돌아온 지 몇 개월 되지 않아 부모님 곁을 다시 떠났다. 고향과 서울을 거친 나는 아주 연고지 없는 곳으로 떠나고 싶었다. 그래서 제주로 향했다. 섬이라는 특성. 섬은 얼마나 고고하고 독립적인가. 부처님께서도 죽기 직전 섬에 관한 유언을 남기시지 않았나. 자도명, 법도명(自島明, 法島明). 세상 다른 것에 의지하지 말고, 오직 스스로와 진리만을 섬으로 삼고 밝아지라는 가르침이었다. 나는 그 말씀이야말로 참된 자유의 비밀을 알려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떠났다. 스스로를 섬으로 삼고 진리를 섬으로 삼으며 참된 자유를 향유하고자, 제주로!

무엇보다 늘 작가가 되기를 꿈꿨던 내게 제주는 예술가들의 고향처럼 보였다. 천혜의 자연이 어우러져서 천혜향이 나듯이, 나 또한 천혜의 자연 사이에서 하늘의 은혜 같은 글귀를 쓸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대학 시절 장학금과 단기 계약직 월급으로 모았던 2천 만원...

 

 

 

 

 

일을 하지 않던 나는 낮이면 집 안에 홀로 남아 거실이 온전히 나의 것인 양 누비었다. 심심한 날에는 삼양이나 이호테우 등 시내 근처의 바다를 보러갔다. 바다야말로 내가 찾고자 했던 자유를 가장 정확히 반영하는 듯 했다. 바다를 보며 글을 쓰는 나의 삶은 퍽 자유롭고 싱싱했다.

하지만 자유와 불안은 떼어내기 어렵다는 사실도 그즈음부터 절절이 느꼈다. 매달 월세와 생활비로 100만원이 금방 나갔다. 통장의 앞자리 수가 나날이 바뀌어갔다. 그럴수록 나의 자유에 대한 예찬이 현실의 벽에 부딪혀 비관과 자조로 변할 날이 그리 멀지 않게 느껴졌다. 별로 없는 자금마저 동난다면, 또래들이 경력 쌓기 바쁘던 그 시기에 출판하지도 못할 글만 써대던 나는 애매한 성인이 되어 고향으로 비참하게 돌아가겠지? 작가의 버릇대로 최악의 시나리오가 줄줄이 떠올랐다. 나는 더 이상 바다를 보고도 즐거워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당장 내가 구할 수 있는 일자리를 구했다. 좋은 대학을 졸업해도 실무 경험이...

 

 

 

 


비록 손님은 수화기 너머에 있지만, 바로 옆에 있는 이 속 좁은 년의 머리통은 내리쳐도 되지 않을까? 하지만 그러면 나는 퇴사를 당할 것이고, 직업을 잃는다면 대출 심사에서 떨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나의 집은 날아가고, 나는 콜센터에 들어오기 전 느꼈던 불안을 해결하지 못한 채 또 다른 직장을 찾아나서야 한다. 즉, 이 모든 재미없는 과정을 한 번 더 반복해야 한다. 생각이 여기에까지 미치자 나는 결국 손님에게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죄송합니다.

이겼다는 생각에 의기양양해진 상대의 목소리는 몇 배로 나를 비참하게 하였다. 생애 처음으로 상황에 몰려 나의 자존심을 완전히 내려놨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자존심을 포기한 대가로 내가 얻은 건 바로 자유였다. 그리고 전세 대출을 낀 넓은 평수의 나의 집. 제주도에서 쟁취해낸 나의 공간. 4년을 계약한 보금자리는 매달 최소 한의 이자만을 요구할 테니, 나는 노동시간을 줄이고 나의 글작업 에 전념할 수 있을 터였다. 청춘을 팔아 돈을 벌었던 시절을 넘어서, 자존심을 팔아...

 

 

 

 

강다방 이야기공장
강원도 강릉시 용지로 162 (옥천동 3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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