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1 별빛아래 책다방의 질문
🙋🏻 수많은 작은 서점들이 문을 열고 또 문을 닫고 있어요. 저 또한 수익에 대한 고민을 하다 문을 닫게 되었는데, 자꾸만 언젠가는 다시 책방을 열고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런 저에게, 그리고 저와 비슷한 "전"책방사장님들께 조언을 해주신다면?
A.11 강다방 이야기공장의 답변
먼저 질문이 너무 어렵습니다! 강다방은 이제 고작 책방을 운영한 지 1년을 넘어 겨우 2년 차를 지나고 있습니다. 저보다 먼저 책방을 시작했던 선배님들께 고작 1년 차 책방지기가 뭐라 조언을 드릴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다시 책방을 운영하시게 되면 이전 경험을 통해 강다방이나 전에 운영했던 책방보다 더 잘 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한 번 사는 인생 하고 싶은 건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우리 인생은 우리들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하기 싫은 걸 하며 스트레스 받을 바에 하고 싶은 걸 하며 스트레스 받는게(?) 더 나은 선택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차피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 잘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지만, 운이 좋으면 대박이 날 수도 있겠죠. 그러니 ‘별빛아래 책다방’의 멋진 부활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것과 책방을 운영하는 것은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과 맛집을 직접 운영하는 것처럼 다르다는 걸 책방 1년 차가 되어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책을 좋아한다면 책방에 얽매여 있기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책방에서 책을 구매하거나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데 더욱 즐겁고 행복한 일이겠구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작은 서점들이 생겼지만 결국 문을 닫는 건 책을 좋아함에도 공간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 수익을 벌지 못하기 때문이겠죠.
책방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매출이 발생해야 하고, 매출이 발생하려면 사람들이 책을 사면 됩니다. 사람들이 책을 사게 하려면 사람들이 살만한 책을 책방에 가져다 놓으면 됩니다. 간단하죠. 그런데 강다방을 포함하여 많은 독립서점들은 잘 팔리는 책을 가져다 놓는 게 아니라 책방지기들이 좋아하는 책을 주로 가져다 놓습니다. 또한 책이 10권 팔리면 10권만 주문하는 게 아니라 새로 나온 책이나 재밌어 보이는 책을 2-3권 추가해 12권, 13권을 주문합니다. 그러니 자연히(?)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책방을 문화 공간으로 생각하지만, 결국 책방의 본질은 소매업이고 유통업이 아닌가 싶습니다. 책방은 다른 자영업과 마찬가지로 결국 시장 논리에 의해 생사가 결정됩니다. 그래서 요즘 들어 팔리는 책과 좋아하는 책, 팔린 책과 판매할 책,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의 균형을 잘 맞추는게 중요하구나 느끼고 있습니다. 책방을 하며 이전 보다는 현실적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이라는 땅에 발을 딛고 이상을 꿈꾸는 법을 배우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전 책방 사장님들과 저를 포함하여 현재 책방을 운영하는 분들이 부디 맛있는 음식 먹는 즐거움을 잊지 않고, 그 음식을 요리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대접하는 기쁨을 잃어버리지 않고, 요리한 음식을 팔아 밥벌이도 훌륭히 해내시길, 주인도 고객도 모두가 행복한 책 맛집이 될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독립서점 출판사 창업 운영 > 독립서점 출판사 창업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점으로+] 에필로그 (1) | 2024.01.04 |
---|---|
[서점으로+] 서점의 끝맺음 (0) | 2023.08.23 |
[서점으로+] 책방지기들이 생각하는 서점·책방 (0) | 2023.08.06 |
[서점으로+] 1년 후 이야기 (0) | 2023.08.03 |
[서점으로] 각자 기억에 남았던 여행 또는 바라는 여행에 대해 궁금합니다 (0) | 2023.07.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