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 출판사 창업 운영/독립서점 출판사 창업 일기

[서점으로+] 서점의 끝맺음

강다방 2023. 8. 23. 14:28

 

 

 

사진: UnsplashPatrick Perkins

 

 

 

Q.12 윤슬서림의 질문

각자 서점의 끝맺음은 어떤 모습일까요? 별빛아래 책다방 사장님은 서점 이후 이야기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A.12 강다방 이야기공장의 답변

앵커 :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강다방 이야기공장이 영업 종료를 앞두고 있습니다. 현장에 나가있는 상현구 기자 연결해보겠습니다. 상현구 기자.”

상현구 기자 : “네 여기는 강다방 이야기공장 앞 입니다. 보시다시피 강다방 이야기공장의 영업 종료를 아쉬워하는 많은 사람들로 주변 거리가 가득차있습니다. 몇몇 사람들은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고 실신하기까지 합니다. 한편에는 그 동안 강다방이 영업을 해줘 고마웠다는 현수막을 든 사람들도 거리를 행진하고 있습니다. 현장에는 세계적인 걸그룹 GTS의 공연도 준비되어 있는데요, 잠시 GTS의 리더 별양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상현구 기자 : "별양 안녕하세요. 먼저 세계 최초 빌보드 30주 연속 1위 축하드립니다."

별양 : 안녕하세요! GTS의 별양입니다. 와우! 축하 감사드립니다. 뾰로롱!

상현구 기자 : "강다방 이야기공장과의 인연이 있다고 들었는데요. 어떤 인연이 있으신가요?"

별양 : "GTS가 무명 시절이었을 때, 저는 홀로 강릉을 여행한 적이 있어요. 그 때 기차 시간이 남아 주변을 둘러보던 중, 강다방 이야기공장을 발견했어요. 당시 아티스트로서의 미래에 대해 고민이 많았는데 강다방에서 본 책들이 큰 위로와 힘이 되었습니다.”

“우와!~ GTS!” “GTS!” (주변에 사람들이 함성을 지른다)

“그리고 사실 부끄러운 이야기이긴한데... 책을 보던 중 갑자기 배가 살살 아파 강다방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했어요. 그런데 왠걸 변기가 막혀버린거예요. 기차 시간은 다가오지, 변기는 뚫릴 생각을 안 하지... 기차 출발 시간을 5분 남겨놓고 저는 막힌 변기를 놔두고도 강다방에서 도망쳤답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 제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부끄러운거예요. 책방에 몇 시간 넘게 있었으면서 책 한 권 구매하지 않았는데 책방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그게 힘들었겠구나, 더구나 화장실은 막아놓았지... 그래서 앞으로 이렇게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어요! 그 뒤로 저는 책방에 가면 멋진 공간을 운영하는 분들에 대한 고마움의 의미로 책 한 권씩을 꼭 구매하게 되었답니다. 카페에 가면 적어도 음료 한 잔은 구매하고 공간을 이용하는 게 예의잖아요. 그런데 책방은 누구에게나 열린 문화 공간이라는 이유로 여러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어쨌든 강다방 이야기공장을 다녀간 뒤, 저는 책방을 사랑하게 되었고 책방에 다니며 봤던 책들이 결국은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띠링“
[알림] 속보, GTS 별양 독립서점 화장실 변기 막아놓고 도망쳐...

상현구 기자 : "오우 별양, 강다방과 관련된 엄청난 이야기를 가지고 계셨군요. 저도 별양처럼 퇴근 길, 동네 책방에 들려 책 한 권을 구매해봐야겠습니다. 별양 인터뷰 감사드립니다.”

앵커 : “네 강다방 이야기공장 현장 잘 봤습니다. 잠시 후 광고 후에, 책방 윤슬아래 참깨다방 대표님과 처음에는 글쓰기 모임으로 시작해 지금은 게스트하우스, 책방, 공연, 문화기획사가 된 복합문화공간 반물결의 대표님을 모시고 강다방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강다방 이야기공장 영업 종료 특별 방송, 잠시 뒤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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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상윤이에게

안녕 상윤아 내가 내 자신에게 편지를 쓰는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오랜만에 쓰는 편지가 조금은 쑥스럽기도하고 부끄럽기도 하네. 군대에서 전역 할 때도 지금처럼 편지를 썼었지. 전역하고 군사우편으로 느리게 도착한 편지는 불의의 사고(?)로 부모님이 먼저 읽게 되어 부끄러웠어. 생각해보니 그 때도 지금과 같은 겨울이었네.

군대를 전역하고 난 뒤, 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그 동안은 내가 군대에 있었기 때문에 아무것도 못 했다고 생각했었거든. 근데 전역을 하고 복학을 학교를 다니는데, 그 동안 내가 못 했던 것들은 사실 군대에 있었기 때문에 못 한게 아니라는걸 알게 되었어.

전역을 하면 사야지 마음 먹었던게 있었어. 그런데 넌 결국 그걸 사지 않았어. 빠듯했지만 산다면 살 수도 있었을텐데, 너는 그걸 모아뒀다 나중에 워킹홀리데이 가는데 사용해. 그 당시에는 그 무언가를 사지 않은 내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너는 참 어른스러웠고 생각이 깊었고 대견한 아이였어. 그러니 이제는 그 때의 너를 너무 슬퍼하거나 미워하지 않았으면 해.

그 동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본가에 다녀왔어. 맛있는 것도 먹고 평소에는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타지 않았던 버스 대신 기차도 탔어. 돈이 아까워 좀 고민하긴 했지만 미술관에 가서 전시도 봤어. 일상에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도 많이 보고 왔구나. 짧으면 짧고 길면 긴 시간 동안 회사 다니느라 고생 많았어. 새로운 시작이 항상 순탄하지만은 않겠지만 상윤이 너는 지금껏 그래왔듯 잘 해낼거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너의 도전을, 너의 용기를, 너의 시도를 응원할게.

난 아직도 어린아이 같고, 세상물정 모르는 초보인데 나에게 남은 수명도 많으면 3분의 2, 짧으면 절반밖에 남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어쩌면 그보다 훨씬 더 짧을 수도 있고. 부모님과 볼 수 있는 날은 그보다 훨씬 더 짧을 거야. 슬프지만 우리에게는 끝이 있기 때문에 우리의 삶이 더욱 아름답고 가치있는게 아닐까 싶어. 잘 되고 못 되는 건 결국 운이 아닐까 싶으니 우리는 그저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고 항상 행복하려 노력하면 그걸로 충분한 게 아닐까 싶다.

이 편지를 너는 1년 뒤에 읽게 될 거야. 1년 뒤 너는, 강다방 이야기공장은 좀 어떠니? 최악의 경우에는 불의의 사고를 당해 1년 뒤 이 편지를 못 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 그래도 삶이 끝나는 날까지 너는 최선을 다할 것이고 나는 그런 너의 모습을 자랑스러워 할 거야. 1년 뒤면 강다방 이야기공장은 이제 좀 유명해졌을까? 손님은 늘었을까? 당장 내일 뭐 먹을지, 비어가는 통장을 그 때는 그나마 좀 덜 걱정할 수 있을까?

너는 지금까지 잘 했고, 잘하고 있고, 잘 해낼거야. 어떠한 인생을 살던 난 너를 응원할게. 우리 인생 화이팅!



2022년 1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강다방 이야기공장을 막 시작한 시기,
눈이 내려 걱정했는데 예상보다 눈이 많이 쌓이지 않아
순조롭게 제설을 마친 강다방 이야기공장에서
상윤이가 상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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