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0 강다방 이야기공장의 질문
여러분이 생각하는 서점·책방이란 무엇인가요? 강다방 이야기공장은 올해 초 지역서점 인증제를 신청했는데 여러 이유로 지역서점으로 인정 받지 못했습니다. 재신청을 통해 현재 지역서점으로 인증받긴 했는데, 지나고보니 그 과정을 통해 서점·책방이란 무엇일까, 강다방은 진짜 서점인가 고민해볼 수 있었습니다. 책방지기님들이 생각하는 서점·책방이란 어떤 곳인가요? 여러분이 추구하고 꿈꾸는 서점·책방의 모습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A.10 강다방 이야기공장
안녕하세요.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은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고 있는한 여름입니다. 다들 여름 잘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 뉴스를 보니 어제 강릉 최고 기온은 38.4도로 기상 관측 사상 두 번째로 더운 날이었습니다. 이 글을 쓰며 작년에 썼던 글을 되돌아보았는데, 그 당시의 느낌과 고민 생각들이 떠올랐습니다. 글은 현재와 과거, 미래를 이어준다는게 참 신기합니다. 내년에도 이맘때쯤 돌아보면 무더웠던 지금 이 순간이 떠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책방은 책이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한 말이겠죠. 그런데 책이 있다고 모두 책방인 것인지, 책만 팔아야 진짜 책방인가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전에서 책방(冊房)이라는 단어를 찾아보면, '책을 갖추어 놓고 팔거나 사는 가게'라고 정의됩니다. 종종 책방 대신 서점(書店)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서점은 규모가 큰 느낌이라 서점보다는 책방이라는 단어를 더 좋아합니다.
요즘에는 책만 파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 책과 함께 커피 등의 음료를 판매하기도하고 문구류를 함께 판매하거나 공간을 대여해주고 행사를 진행하는 곳도 있습니다. 책만 팔아서는 돈이 되지 않고 공간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고, 책을 읽더라도 사서 읽지 않고 도서관에서 빌려봅니다. 책을 사더라도 오프라인 서점이 아닌 할인이 되는 온라인 서점에서 구매하고, 오프라인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더라도 넓고 책 종류 많은 대형 서점에서 책을 삽니다. 이렇게 보니 책방의 미래가 암울하긴 합니다.
하지만 이상하게 최근 독립서점의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2022년 ‘동네서점’에서 발행하는 ’2022년 동네서점 트렌드 보고서‘에 의하면 2015년 97곳이었던 독립서점 숫자는 2019년 551곳으로 늘어났고 2022년에는 815곳으로 더 늘어났습니다. 코로나의 유행으로 많은 곳들이 문을 닫았지만 독립서점의 유행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책방을 운영하면서 신기하고 감사한 것 중 하나가 사람들이 책의 종류도 많지 않고, 작고 불편하고, 할인도 되지 않는 독립서점에서 책을 구해주신다는 것입니다. 책을 읽지 않고 사지 않는 시대이지만, 많은 분들이 독립서점을 방문해주셔서 강다방 이야기공장을 비롯한 많은 서점들이 오늘도 운영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다만 독립서점의 기준은 아직 명확하지 않고 사람에 따라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인터넷 서점이나 대형 체인 서점에서 판매하지 않는 책을 팔아야 독립서점이다 이야기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독립출판물과 기성출판물 구분 없이 책방을 운영하는 책방지기의 취향에 맞게 책을 선별하고 구비해뒀다면 독립서점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책을 판매하고 읽는 곳이 아닌 관광지처럼 변한 독립서점을 비꼬기도 하며, 카페 한편에 책을 놓은 북카페는 독립서점이 아니라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강다방 이야기공장은 올 해초 강원도에서 진행한 지역서점 인증 서점을 신청했으나 책방 같이 생기지 않았고, 하는 일이 너무 많다며 지역서점으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강다방을 한 단어로 소개해야 할 때, 독립서점이라고 이야기하는 저로서는 당시 결과가 꽤나 충격이었습니다. 저는 강다방 이야기공장을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 독립서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에게는 독립서점으로 생각되지 않을 수 있구나 알게되었습니다.
강다방 이야기공장에서는 책 이외에도 많은 것들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책만 팔아서는 돈을 벌 수 없을거라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강다방은 많은 여행자들이 거쳐가는 강릉역과 가깝다는 이점이 있는데, 이러한 강점을 살려 여행자들을 위한 강릉 기념품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기념품을 보러 책방에 들어왔다가 책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책을 한 번이라도 보고 간다면 나중에 책과의 거리가 가까워지지 않을까 희망회로를 돌리고 있기도 합니다.
책과 상품 외에도 1년 후 천천히 가는 편지와 모르는 사람에게 쓰는 익명 편지 펜팔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책은 작가가 쓴 이야기가 독자에게 일방향으로 전달되는데, 강다방에 오신 분들 모두가 독자이자 스스로 글을 쓰는 작가라는 걸 알려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책방에서 책을 가장 많이 사시는 분들은 서점지기, 작가이기도 합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책방지기, 작가가 된다면 책만 팔아서 책방은 운영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엄청난 계획도 숨어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꼭 종이 형태의 책이 아니여도 다양한 상품들에는 그 안에 이야기가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이야기들을 정리하고 기록하면 그것도 형태는 조금 다르지만 하나의 책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강다방 이야기공장의 이름에는 책방이나 서점 대신 이야기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최근 이 책에서 편지를 주고 받는 책방 한 곳에서 그 동안 판매하던 음료를 없앤 소식을 들었습니다. 비싼 돈을 주고 구매한 커피머신을 없애고 그 자리를 책으로 채운 것을 보고 한 번 더 충격을 받았고 그 용기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쉽게도 강다방에게는 그런 용기가 아직 없습니다.
강다방이 생각하는 추구하고 꿈꾸는 책방은 일단 오래오래 생존하는 곳입니다. 아무리 좋은 공간이여도 그 공간이 지속되지 못하고 오래 유지될 수 없다면 오히려 조금 못하더라도 오래오래 자리를 유지하는 곳이 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강다방은 가늘고 길게 오래오래 책방을 운영하고 싶습니다.
책방으로 불리건, 북카페로 불리건, 지자체에서 인증을 받건, 받지 못하건 그러한 것들은 정말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책이 있는 공간이라면,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이 그 공간을 어떤 책으로 채울지 고민하고 있다면, 사람들이 그 공간을 방문해 꼭 책을 읽지 않더라도 책과 한 번이라도 접할 수 있다면 충분한 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강다방도 언젠가는 끝이 있고 사라지겠지만, 사라지기 전 까지 오래오래 자리를 지킬 수도록 노력하는 공간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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