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Unsplash의Tom Barrett
[서점으로 원하는 삶을 이루었냐고 물으신다면]
각자 기억에 남았던 여행 또는 바라는 여행에 대해 궁금합니다
Q.8 윤슬서림의 질문
일곱 차례 서간문을 나누며 느낀 점은 '편지는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연결되는 방구석 여행이구나'입니다. 마지막 질문 드립니다. 각자 기억에 남았던 여행 또는 바라는 여행에 대해 궁금합니다.
A.8 강다방 이야기공장의 답변
안녕하세요. 먼저 편지를 써서 책을 내보자는 제안을 했을 때, 흔쾌히 승낙해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은 항상 아쉽습니다. 편지 쓰는 프로젝트를 조금 더 빨리 시작해 서로 한 번씩만 더 질문을 했으면 어땠을까, 그 때 그 질문이 아니라 다른 질문을 했다면 어땠을까 등 이런저런 생각을 해봅니다. 아마 하지 못한 것들,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마지막은 항상 더 특별하고 가치있는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에는 맞벌이 하시는 부모님 덕에 가족끼리 여행을 가본 경험이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른이 되면 꼭 여행을 많이 다녀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첫 여행으로 겁도 없이 혼자 인도를 다녀왔습니다. 인도로 가기 위해 일본에서 하루를 숙박하고 다음 날 이른 아침에 비행기를 타야 했는데, 첫날 밤 낯설음과 불안함에 잠을 설쳤던게 기억납니다. 지금 다시 하라면 못 할 것 같지만, 당시 인도에서 겪었던 고생와 용기가 지금 저의 일부를 만들어준게 아닐까 싶습니다.
인도 여행을 무사히 마친 자신감(?)으로 중국 교환학생과 아일랜드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왔습니다. 교환학생을 신청했던 이유는 외국에서 짧은 시간 머물다 떠나는 여행이 아닌, 좀 더 긴 시간 낯선 환경에서 살아보고 싶었던 마음이 컸습니다. 교환학생을 마친 뒤에는 그 동안 내가 살아온 문화권 동양이 아닌 서양 문화권에서 살아보고 싶어 아일랜드에 워킹홀리데이를 다왔습니다.
게스트하우스를 하려고 강릉에 왔습니다. 그리고 2년마다 경상 도, 전라도, 충청도 등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게스트하우스를 하려 했습니다. 게스트하우스를 한 지 2년이 되던 해, 실제 강릉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가는 걸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어쩌다보니 강릉에 온 지 4년차가 되었고 지금은 독립서점을 하고 있네요. 아마 당분간은 강다방 이야기공장을 지키는 일에 집중할 것 같습니다. 요즘은 익숙해져 자주 잊어버리고 있지만, 저는 강릉을 장기 여행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 기억에 남는 여행 이야기는 안 하고 제 인생 (?) 이야기만 늘어놓은 것 같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은, 결국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는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하나 뽑아야 한다면 뭘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강다방은 선택 장애가 있습니다. 그래서 엉뚱한 이야기 같지만 제가 했던 여행들을 적어보았습니다.
삶은 여행, 여행은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여행을 조금 더 긴 관점으로 보면 삶이 되고, 삶을 순간순간 나눠본다면 하나의 여행이 됩니다. 반복되는 일상에 익숙해져 여행 중이라는 사실을 잊 고 지내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항상 여행하는 마음으로 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행에는 언제나 끝이 있습니다. 언젠가 강릉을 떠나게 된다면, 인생이라는 여행을 마무리 짓게 된다면 지금 책방을 하는 이 순간도 떠오르겠죠. 기억에 남는 여행을 사는게 제가 바라는 여행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마지막을 앞두고 우리는 평소에는 잊고 있던 소중한 것들, 중요한 것들을 떠올립니다. 편지 끝 부분을 빌어, 그 동안 함께 편지를 적어주셔서 감사드린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글을 쓰고 싶었는데 용기를 내지 못 했습니다. 함께 해주신 덕분에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다른 누군가는 용기를 낼 수 있길 바래봅니다. 소중한 시간을 내어 관심 가지고 마지막까지 글을 읽어주신 독자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인생이라는 긴 여행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진심을 담아
강다방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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