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으로 원하는 삶을 이루었냐고 물으신다면]
1년 후 이야기
Q.9 깨북의 질문
<서점으로 원하는 삶을 이루었냐고 물으셨다면> 발행 후 1년, 책 내용 중 아쉬운 점이나 서점에서 책을 판매하면서 소개하고 싶은 이야기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A. 강다방 이야기공장의 답변
안녕하세요. 이맘때쯤 처음 서로 편지를 주고받았던 것 같은데 벌써 1년이란 시간이 지났네요. 지난 1년 동안 다들 무탈하게(?) 잘 지내시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무탈이라는 단어는 윤슬서림 책방지기님이 잘(?) 사용하는 단어인데, 다른 사람이 사용하는 단어를 따라 쓰는 걸 보니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저의 세계는 여러분들 덕분에 조금 더 커지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되돌아보니 책이 나온지 1년 동안, <서점으로 원하는 삶을 이루었냐고 물으신다면> 책을 한 번도 펼쳐보지 않았음을 깨달았습니다. 평소 반복하는 일을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편집 과정에서 수십 번을 읽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핑계를 대봅니다. 제가 쓴 글을 스스로 다시 읽는다는 게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아무쪼록 이번에도 무턱대고 1년 후 이야기를 모아보자고 제안했을 때 흔쾌히 제안을 수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슬프게도 지난 1년 사이 ‘별빛아래 책다방’은 영업을 종료했습니다. 저는 안목에 갈 때마다 책다방이 다시 문을 열지 않았을까 유심히 책다방이 있던 건물을 쳐다보곤 합니다. 깨북과는 지난 1년 사이 몇 가지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했고 (강릉의 모든 프로젝트는 깨북으로 통합니다), 최근에는 ‘윤슬서림’에서 진행하는 글쓰기 모임 ‘잔물결’에도 (스파이처럼?) 참여하고 있습니다. 가까운 듯 먼 듯 꾸준히 함께 곁에 계셔주셔 감사드립니다.
지난 1년 동안 정말 감사하게도 강다방 이야기공장은 이전과 비교하여 손님이 많이 늘었습니다. 잘 되고 있다고 말하면 잘 되던게 한 순간 안 될 것 같고, 예전보다 사람이 많이 늘었다고 하면 누군가는 그것을 시기하고 질투할 것 같아 잘 되는 걸 쉽게 말하지 않으려 합니다. 하지만 강다방을 찾아주신 손님들 덕분에 감사하게도 지난 1년 동안 책방을 운영하며 먹고 살 수 있었던 건 사실입니다.
책방을 시작한 초기에는 하루 한 권 책을 팔지 못하고 울며 퇴근하는 날도 많았는데, 이제는 점심 먹으려고 꺼낸 도시락을 퇴근할 때까지 못 먹는 날도 있습니다. 늘어난 손님들과 일이 때로는 부담이 되기도 하고 힘에 부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항상 초심을 잊지 않고 열심히 그러나 지치지 않도록 책방을 운영해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다시 한 번 이 공간을 빌어 강다방을 방문해주신 손님들과 이 책을 읽어주시는 독자분들, 강다방과 함께 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1년이란 시간이 흐르며 이전 보다는 조금 더 노련한 책방이 되어가고 있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책방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학교에 막 부임한 희망가득한 병아리 같은 1년차 선생님이였다면, 이제는 산전수전 볼꼴 못볼꼴(?) 다 경험한 짬밥 쌓인 선생님에 조금 더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하하 근데 고작 1년차 책방지기가 산전수전, 짬빱을 이야기해도 되나 싶습니다. 근데 막상 적고보니 많은 독립서점이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으니 지금 강다방을 회사 직급으로 따며지면 한창 일할 대리나 과장이겠다 싶기도 합니다.
서점 운영 1년 차에는 모두를 만족시키는 완벽한(!) 서점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1년차를 지나 2년차가 되며 세상에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음을 느끼고 배우고 있습니다. 희망이나 환상이 깨진 것 같아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하지만 지치지 않고 오래하기 위해 현실을 인정하고 매일 한 걸음씩을 내딛는게 희망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강다방이 희망을 잃어버리지 않게 많은 응원과 방문 부탁드립니다)
책 내용 중 아쉬운 점이나 서점에서 책을 판매하면서 소개하고 싶은 이야기에 대해 말씀해달라고 하셨는데, 저는 이번에도 또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한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 아마 책이 완벽해서 아쉬움이 없고, 책을 판매하며 완벽한 손님들만 다녀가셔서 그런 것 같습니다. (1년 동안 뻔뻔함도 좀 배웠습니다) 1년이란 시간이 지나며, 전보다 더 유연해지고 한 걸음 성장했듯이, 다음 1년 뒤에는 저도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지금보다 한 걸음 더 성장해있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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