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으로 원하는 삶을 이루었냐고 물으신다면]
자신만이 가진 휴식이나 재충전 방법이 궁금합니다
Q.5 강다방 이야기공장의 질문
자영업을 하다보면 일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이 모호해집니다. 자칫하다간 365일 일만 하게 될 수도 있는데, 어떻게 조절하시는지, 자신만이 가진 휴식이나 재충전 방법이 궁금합니다.
A.5 강다방 이야기공장의 답변
다른 책방 사장님들께 조언을 듣고 싶어 질문을 적었는데, 저 역시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해야 해서 살짝 난감합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다른 질문을 할 껄 그랬네요. 휴식과 재충전은 제가 요즘 고민하고 있는 것 중 하나입니다.
책방을 하기 전부터, 항상 뭔가를 사부작사부작하는 성격이었습니다. '사부작사부작'이라는 단어는 강릉에 와서 알게 된 단어인데요, 강릉 사람(?)들은 무언가를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할 때 긍정적인 의미로 '사부작사부작'이라는 단어를 잘 사용합니 다. 사부작사부작이 경상도 사투리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긴 합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종종 혼자 책방을 한다고 하면 심심하거 나 무료하지는 않은지 물어보는 분이 계십니다. 책방은 정적이고 잔잔한 느낌이 강하지만, 기본적으로 소매업, 유통업이기 때문에 신경쓰고 관리해야 할 것들이 꽤 많습니다. 그러고 보면 세상에 쉬운 일은 없습니다.
더욱이 저는 회사에 다닐 때도, 책방을 하고 있는 지금도 스스로 일을 만들고 찾아내는(?) 사람에 가까웠습니다. 특히 퇴근시간이나 영업 종료 시간이 다가오면 왜 갑자기 해야할 일이 떠오르고, 하고 싶은 일들이 생기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만 그런거 아니죠? 설마 저만 그런가요...?
능동적으로 일을 하는 건 어찌보면 좋을 수도 있지만 (누군가를 고용한 사업주 입장에서 봤을 때 최고의 직원이겠죠), 일을 하는 개인에게는 쉬지 않고 일 할 수도 있는 무시무시한 위험이 될 수도 있습니다. 쉼 없이 계속 일하다 보면 당시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지치고 소진됩니다.
자영업이 아닌 회사를 다닐 때는 퇴근하거나 휴무일이 되면 일과 거리를 둘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자영업을 시작하고 난 뒤로는 휴무일에도 일을 하고 있는 제 모습을 자주 발견합니다. 그래서 일부러 일에 파묻히지 않도록 스스로를 경계하는 편입니다. 이상하게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일을 하며(?) 뿌듯 함과 즐거움을 느끼는데 뿌듯함과 즐거움에 중독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제가 가진 에너지 충전 방법은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나면 방 안 침대에 누워 혼자 있는 시간을 즐깁니다. 뒹굴뒹굴 시간을 허비하다보면(?) 저도 모르는 사이에 에너지가 충전됩니다. 동시에 일상과 떨어진 낯설고 새로운 것을 찾아다니기도 합니다. 새로 생긴 카페나 음식점에 가보기도 하고,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책을 읽으며 제가 모르던 세계와 만나게 되면 여행을 한 것처럼 어느새 에너지가 충전됩니다.
오늘은 쉬는 날인데도 책방에 나와 일을 했습니다. 이 글을 적다보니 한 동안 안 갔던 바다에 다녀와야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누구나 자신만의 바닷가 하나씩은 있는게 좋다'는 시처럼 책방지기 여러분들도 언제든 찾아 갈 수 있는 바다 하나씩을 가지고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지치지 마시고, 적게 일하고 많이 벌고, 하고 싶은 일하며 사는 강릉의 독립서점들이 되길 바라겠습니다! 어쩜 제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편지를 빌어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적게 일하고 많이 벌고 싶은
하고 싶은 일 하며 살고 싶은
강다방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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