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 출판사 창업 운영/독립서점 출판사 창업 일기

[서점으로] 서점을 통해서 원했던 삶의 방식을 일궈내셨나요?

강다방 2023. 7. 29. 15:53

 

 

 

사진: UnsplashChen Mizrach

 

 

 

[서점으로 원하는 삶을 이루었냐고 물으신다면]

서점을 통해서 원했던 삶의 방식을 일궈내셨나요?
 

 

Q.4 윤슬서림의 질문

 

서점을 통해서 원했던 삶의 방식을 일궈내셨나요?

서점을 열기 전 후로 삶의 변화에 대해 궁금합니다.
 

 

A.4 강다방 이야기공장의 답변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기 위해, 제가 원했던 삶이 무엇이었는지 고민해봤습니다. 저는 어떤 삶을 원했을까요? 제가 원하는 삶 은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어렸을 때는 하고 싶은 것도 많았고, 뭐든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별다른 계획이나 목표를 세우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 세상 풍파를 겪으며(?) 세상은 내 마음대로 되는게 아니구나 느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딱히 거창한 계획이나 목표를 세우지 않고 그때그때 변화에 몸을 맡기려 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서점을 하는게 목표였고 목적이었지, 서점을 통해 무얼하고 싶었는지는 잠시 잊고 있어서 뜨끔합니다. 틈틈이 서점을 통해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고민해봐야겠습니다. 서점을 하며 읽고 싶은 책을 읽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돈도 벌고, 잘 먹고 잘 사는게 제가 원했던 삶이 아니였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런데 지금은 책도 잘 못 읽고, 돈도 잘 못 벌고, 잘 살지도 못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서점을 열기 전과 서점을 연 후, 가장 달라진 점은 일하는 시간입니다. 서점을 열기 전 회사 다닐 때는 퇴근 하면 일과 생활을 비교적 분리시켰는데, 지금은 365일 24시간 폭주하는 증기기관차 마냥 일(이라 쓰고 실제는 딴짓)을 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쓰다보니 자영업자들은 일과 생활의 균형을 잡기 어려운데, 다른 서점지기분들은 어떻게 균형을 잡고 계신지 궁금해졌습니다. 이렇게 쓰고나니 살짝 슬퍼졌습니다.

 

밥 먹는 방식도 달라졌습니다. 강다방 이야기공장의 영업 시간 은 아침 10시부터 밤 8시까지입니다. 그래서 점심과 저녁을 모두 강다방에서 해결합니다. 보통 도시락을 싸오거나 주변 음식 점에서 재빠르게 식사를 헤치우는 편입니다. 그러다보니 먹고 싶은 것을 먹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점점 삶의 낙이 없어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다른 책방지기 여러분들은 식사를 어떻게 해결하고 계신지도 궁금합니다.


슬픈 이야기만 늘어놓은 것 같아 조금 밝고 멋진(?) 이야기를 해보면, 서점을 운영하면서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되겠다 는 것을 배웠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재미없고 별로 일 것 같은 책들이, 실제로는 내용도 알차고 재미있는 내용으로 가득찬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뭐든 겉모습만 보고 모든 걸 판단하면 안 되겠다고 느꼈습니다.


동시에 모순적이지만, 겉표지가 예쁜 책이 잘 팔리는 걸 보고 겉모습도 굉장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예전에는 겉모습이 뭐 중요한가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잘 포장하고 겉모습을 잘 꾸미는 것도 하나의 노력이고 그만큼 신경 쓴 것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질문에 대한 답이 되었을까요? 도움되지 않을 제가 하고 싶은 말만 적은 것 같아 살짝 부끄럽습니다. 서점을 운영하는 동안 서점을 통해 어떠한 삶을 꿈 꿔야 하는지 항상 고민하겠습니다. 멋진 질문 던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먹고 잘 살고 싶은
강다방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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