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 출판사 창업 운영/독립서점 출판사 창업 일기

[서점으로] 10년 후 나에게, 나에게 초능력이 있다면

강다방 2023. 7. 26. 22:33

 

 

 

사진: UnsplashElena Rabkina

 

 



[서점으로 원하는 삶을 이루었냐고 물으신다면]
10년 후 나에게 


Q.2 깨북의 질문


질문) 10년 후 나에게
질문) SF입니다. 나에게 초능력이 있다면 하루의 일과를 적어주세요.
좋아하는 책 문구도 같이 적어주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A.2 강다방 이야기공장의 답변

 

강다동에 새로운 독립서점이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름은 '윤슬아래 참깨다방'. 어딘가 낯익은 이름의 책방은 정식 영업을 시작한지 약 6개월이 지난 곳이었다. 모처럼의 휴가를 맞아 오랜만에 강다동에 다녀왔다.

2020년대 초,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코로나는 2020년대 중반에 종식되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세상의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도로에는 사람이 직접 운전하지 않아도 스스로 주행하는 자율주행차가 대세가 되었고, 인공지능(AI)과 무인화 기계로 많은 일자리가 사라졌다.

책방 역시 변화의 흐름을 빗겨나갈 수 없었다. 종이책은 전자책과 가상현실 세계로 대체됐다. 사람들은 가상현실에 접속해 직접 작가와 만났고, 책 속의 등장 인물 또는 관찰자가 되었다. 게임처럼 책의 내용을 체험하고 이야기의 결말을 결정했다. 종이책은 과거 장시간 음반(LP, Long Play Record), 이나 소형 자기 테이프(Compact Cassette)처럼 교과서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이런 세상에 '윤슬아래 참깨다방'은 종이책을 파는 특이한 곳이었다. 책방을 운영하는 책방지기는 무슨 생각으로 책방을 시작 한 건지, 책방지기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몇 년만에 강다동 여 행을 계획했다. 자율주행 차량 예약 앱에 '윤슬아래 참깨다방'을 입력했다. “사용자님에게 딱 맞는 공간이네요!" 인공지능은 평소 나의 생활 패턴에 기반해 공간 적합도를 계산해줬다. 몇 분 뒤, 자율 주행 차량이 도착했다.

고층 건물이 즐비한 회색빛 도시를 떠나 푸른 바다와 산이 있는 강다동으로 간다는 생각에 마음이 설렜다. 강다동으로 진입하는 고속도로 출구를 지나자 익숙한 풍경이 펼쳐졌다. 20대 후반 나는 강다동에 살았다. 자연스럽게 10년 전의 나와 강다동이 떠 올랐다.

10년 전 어느 날 우연히 들린 책방에서 구매한 책 안에는 쪽지 하나가 들어있었다. '이 쪽지는 행운의 쪽지입니다. 이 쪽지를 펼치고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집니다. 횟수는 제한이 없습니다. 이 쪽지를 충분히 사용했다고 생각하면, 다른 사람에게 쪽지를 넘겨주세요.'

누군가의 귀여운 장난이라 생각했다. 그래도 속는셈 치고, 소원을 빌었다. 마침 배가 고파 '맥도날드에서 파는 빅맥 세트가 먹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햄버거가 뚝딱 나타나길 바랬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럼 그렇지 소원이 이뤄질 리가 있나...' 생각하는 순간, 배달 앱에 알림 띵동 울렸다. '주문하신 음식을 준비중입니다' 상태를 보니 결제까지 완료되어 있었다. 그 뒤, 행운의 쪽지 덕분에 나의 일상은 많은 것이 바뀌었다.

'윤슬아래 참깨다방'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작았다. 신경도 많이 쓴 것 같고, 열심히 한 것 같은데, 뭔가 살짝 어설펐다. 마치 내 10년 전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책장을 가리키며 “여기부터 저기까지 있는 책들을 다 구매하려고 하는데 가능할까요?"라고 말했다. 책방지기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아, 네? 가능...? 가능합니다." 책을 준비하는 동안, 바깥 풍경이 보이는 창문 앞에 앉아 책방지기에게 말을 걸었다.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꽤 오래도록 이어졌다. 어느덧 시계를 보니 1-2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이제 그만 가봐야 했다. 나는 자리에 일어서며 행운의 쪽지가 담긴 책을 책방지기에 건네주었다. "이건 선물이에요."

'윤슬아래 참깨다방'을 나오는데 붉은 노을로 물든 하늘이 보였다.

 

 

 

 

 

'너무 잘하려 하지 말라 하네. 이미 살고 있음이 이긴 것이므로. 너무 슬퍼하지 말라 하네. 삶은 슬픔도 아름다운 기억으로 돌려주므로. 너무 고집부리지 말라 하네. 사람의 마음과 생각은 늘 변하는 것이므로. 너무 욕심부리지 말라 하네. 사람이 살아가는데 그다지 많은 것이 필요치 않으므로. 너무 연연해 하지 말라 하네. 죽을 것 같던 사람이 간 자리에 또 소중한 사람이 오므로. 너무 미안해하지 말라 하네. 우리 모두는 누구나 실수하는 불완전한 존재이므로 너무 뒤돌아보지 말라 하네. 지나간 날보다 앞으로 살날이 더 의미 있으므로. 너무 받으려 하지 말라 하네. 살다 보면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기쁘므로.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 하네. 천천히 가도 얼마든지 먼저 도착할 수 있으므로. 죽도록 온 존재를 사랑하라 하네. 우리가 세상에 온 이유는 사랑하기 위함이므로'

이어령, 『나에게 이야기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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