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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물, 소설] 왜사나 씨 이야기, 숲

강다방 2023. 7. 19. 12:29

 

 

 

 

독립출판물, 소설

왜사나 씨 이야기, 숲

 

 

사랑의 우주를 만든 출판사의 두 번째 책. 전작 사랑의 우주는 시집이었고 두꺼웠다면, 이번 책은 얇고 가벼운 소설이다. 책은 얇고 가볍지만 생각할 것이 많으며, 책 마지막 부분에는 에필로그가 함께 담겨 있어 책을 읽는 동안 궁금했던 점들도  어느 정도 해결된다.

 

 

제목 : 왜사나 씨 이야기
저자 : 숲
펴낸곳 : 사랑의 우주
제본 형식 : 종이책 - 무선제본
쪽수 : 47쪽
크기 : 105x150mm
가격 : 7,000원
발행일 : 2023년 5월 20일
ISBN : 979-11-981672-1-7 (00810)

 

 

 

 

세상의 모든 사나와 유나에게

 

 

 

 


왜사나 씨 이야기

우리 모두가 영문도 모른 채 태어나 살고 있다지 만 사나 씨의 경우에는 그 빈 공간이 남들보다 훨씬 선명하다고 할 수 있었다.

왜사나 씨의 진짜 이름은 이사나이다. 그러나 매일같이 얼굴을 맞대고 지내던 어린 시절, 그의 하루를 가까이서 지켜본 또래 아이들은 일찌감치 참으로 초등학생다운 별명을 하나 지어 사나 씨에게 붙여 주었다. '왜사나'.

그도 그럴 것이 사나 씨는 말끝마다 "이럴 거면 왜 사는 건지."하고 궁시렁댔기 때문이다. 숙제가 많은 날, 대청소하는 날, 소나기를 만난 날, 수학...

 

 

 

 

 

물론 너무 익숙해진 것이 화근이 되기도 했다. 사나 씨는 직장에서 자신을 소개할 때조차 습관적으로 "안녕하세요. 왜사나입니다."하고 무미하게 밸어댔으니. 그런 황당한 실수가 몇 번이고 반복되었다. 그때마다 사나 씨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자신의 행동을 저주하며 창밖으로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을 억눌러야 했다. 그러면서도 겉으로는 의연한척 자신의 유별난 별명에 대해 해명 아닌 해명을 내놓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함께 일하는 동료 모두가 염세주의로 빚어진 오래된 별칭을 알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장난스레 불리기 시작한 '왜사나 사 원'은 뒤이어 '왜 주임'과 '왜 대리'를 거쳐 기어이 '왜 과장'에까지 이르렀다. 처음엔 당장이라도 창문을 열고 뛰어내리고 싶던 사나 씨도 왜 주임이 되면...

 

 

 

 


뒤져 보았지만 어디에서도 밤색의 작은 생명체는 눈에 띄지 않았다.

자매의 어머니가 그런 아이들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처음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아직 어린애들이니 찾아보다 안 나오면 제풀에 지쳐 관두겠지 싶었다.

하지만 어린이란 완전히 반대의 특성을 가진 존재였고, 찾는 것이 뭐가 되었든 그것이 눈앞에 나타 날 때까지는 절대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리하여 자매는 아침 먹을 시간이 다 되어도 세수조차 하지 않고서 산만하게 집 안 구석구석을 헤집었다.

결국 어머니가 아이들보다 먼저 지치고 말았다. 분주하게 아침 준비를 하던 자매의 어머니는 짧은 숨을 한 번 뱉고서 큰 소리로 그들을 불렀다. 자매가 막 옷장 서랍을 들쑤시던 참이었다.

"엄마가 찾았나 봐!"

사나씨의 언니가 먼저 동작을 멈추고 외쳤다...

 

 

 

 

 

무기력하고 죽고 싶은지와는 무관하게 함께 사는 이 동물에 대한 강한 책임감을 느꼈다. 그냥 그렇게 태어났다. 천성적으로 죽고 싶은 동시에 천성적으로 책임감을 느끼는 것이라면 결국 어느 쪽도 제대로 해낼 도리가 없었다.

언젠가 왜사나 씨는 문득 궁금해졌다.

'어째서 나는 생명의 소중함을 못 느끼는 거지?' 

그러다 곧 질문에 오류가 있음을 깨달았다. 그는 생명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다. 사나 씨는 함께 사는 개의 소중한 목숨을 떠올리며 되고쳐 물었다.

'내 목숨만 부질없어. 왜?'

며칠 동안 물음표를 물고 늘어지며 이런저런 사고를 해 본 끝에 내린 결론은 이랬다.

'나의 목숨은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니까.'

 

 

 

 

 

왜사나 씨는 비록 삶의 의미도 기쁨도 보람도 느끼지 못했지만 언니가 찻집에서 일하며 행복하게 사는 것이 보기 싫지 않았다. 그렇다고 부럽지도 않았다. 그저 신기했다.

그런 언니가 서른을 앞둔 무렵부터 매일 출퇴근을 함께하게 된 개는 '문리버'라는 이름을 가진 골든 리트리버였다.

내 가게에 데려간 첫날 찻집에서 흘러나오던 「Moon River」를 무척이나 좋아해서 그게 곧바로 이름이 되었다고 했다.

'리트리버 이름으로 문리버라니.'

왜사나 씨는 처음 그 이름을 들었을 때 유치하다고 생각했다. 당시 사나 씨는 서울 소재의 사 년제 대학을 졸업한 뒤 전공과 전혀 무관한 광고 회사에...

 

 

 

 

 

사나와 유나

왜사나 씨 이야기는 몇 해 전 언니가 제게 남긴 글로, 그 무렵 저는 바쁜 대학 생활에 정신이 팔려 정작 언니가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는 잘 몰랐습니다.

방학을 맞아 오랜만에 언니를 만났을 때, 언니는 제게 주기 위해 쓴 글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대수롭지 않게 글을 보여 달라고 말했고 언니는 조금 망설이다가 이 이야기를 건네주었습니다.

그리 길지 않은 왜사나 씨 이야기를 앉은 자리에서 다 읽고 잠시 말을 잃었을 때, 언니는 이 글이 유서를 대신하여 제게 남기기 위해 쓴 글이라는 사실을 말해주었습니다.

그 후 시간이 흘러 독립출판사를 차리게 된 저는...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지만, 설령 이게 진실이 아니더라도 무수한 생이 가득한 이곳에서 가능한 한 많은 생명이 자기만의 행복을 누리며 이유 없는 삶에 머무르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어디서 이 글을 만나 어쩌다 읽게 되었을는지는 모르겠지만, 여기까지 함께해 주어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생에 겨울이 찾아와도 부디 햇빛 한 조각쯤은 깃드는 아름다운 삶을 체험하시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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