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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관련 도서, 에세이] 묵호에서, 장지수

강다방 2022. 11. 21.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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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관련 도서, 에세이]
묵호에서 : 어느 화가의 작업노트, 장지수

 

 

강릉 아랫 동네 동해시 묵호에서 한달살이를 한 예술가의 작업노트. 바다를 보고, 요리를 하고, 작업을 하면서 한 생각과 고민들을 담담하게 적어 놓았다. 그림 그리는 예술가의 고민과 동해 바다 한달살이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동해를 여행할 때, 바닷마을에서 한달살이 할 때, 슬럼프에 빠진 사람들에게 더욱 와닿을 책.

 

 

제목 : 묵호에서 : 어느 화가의 작업노트
저자 : 장지수
발행처 : 스튜디오 어중간
제본 형식 : 종이책 - 무선제본
쪽수 : 138쪽
크기 : 125x210mm
가격 : 15,000원
발행일 : 2022년 3월 15일
ISBN : 979-11-972947-1-6 (03600)

 

 

 

스튜디오 어중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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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호에서 : 어느 화가의 작업노트

묵호에서, 90.5x60.5cm, Paper and Acrylic on canvas, 2021

스튜디오 어중간

 

 

 

 

 

3일 차 묵호. 물감으로 실내가 오염되지 않도록 실내 공간을 비닐로 감싸는 작업을 했다. 도배를 다시 해줄 배포가 없기도 하고, 어디로 튈지 몰라 노심초사할 붓질은 시작부터 위축되기 마련이어서 바닥과 벽면에 반나절을 꼬박 붙어있었다. 그렇다. 내가 묵호에 온 이유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왜 이곳이어야 했을까'를 답하는 것 은 성급히 결론짓지 않으려 않다.

이 와중에 명확히 확인되는 게 있다. 내가 그리려는 그림이란 최소한의공간을 확보해야 하고, 오염과 파손에 대한 대비도 해야 하는 등 여러 제약 속에서 만들어지는 질량과 부피를 가진 결과물이라는 점.

 

 

 

 

 

2018년 봄, 몸에 심한 탈이나 고생한 후로 남은 삶은 최선을 다해 유연하게 살아야겠다고 곱씹어왔다. 미리 정해놓은 답과 규정지어진 틀 속에 스스로를 구겨 넣다가 몸과 정신이 경직되고 곪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때부터 '어중간'은 내 삶의 중요한 키워드가 되었다.

'어중간하다'는 말은 우리 사회에서 그리 좋은 표현으로 사용되지 않는 것 같다. 그보단 '중간, 중심, 한가운데'를 지켜내길 바라고 요구하는 느낌이 짙다. 나는 정 가운데를 고집하고 유지하기 위해 잔뜩 힘주며 얻게 될 결과의 이면에 숨어있는 강압과 폭력, 억지스러움을 더는 내 삶에 끌어들이고 싶지가 않다.

 

 

 

 

 


2015년의 자화상을 끝으로 붓을 내려놓았던 나에겐 여러 이유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경제적 어려움이라는 뻔한 핑계를 표면에 내세웠지만 실은 그림이 그려지지 않아서, 붓을 움직일수록 기괴해지는 그림을 더는 못 견디겠어서, 그래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는 말이 솔직한 이유다. 굳이 묵은 기억을 소환하고 있는 건 불편했던 그 기괴함의 그림자가 지난주 그리던 바다에 아른거렸기 때문이다.

붓질이 어떻게 보일까를 지나치게 의식하면서 생겨나는 부자연스러움. 그리고자 하는 대상을 보고 느끼지 않은 채 그려대던 그 악몽을 다시 꿀 것 같은 두려움.

더는 그림을 그리면 안 되는 걸까 생각도 해봤지만, 판단은 아직 이른 것 같다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그 그림자는 오랜만에 붓을 잡는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하며 만들어낸 의욕의 흔적일 수 있으니까.

 

 

 

 

 

 

어쩌면 나는,
그림을 너무 그리고 싶어 붓을 내려놨던 게 아닐까?

 

 

 

 

 

물을 머금은 붓이 종이에 스며드는 촉감이 좋았다. 그래서 삶이 무기력하고 건조할 때마다, 혹은 세상이 각박하고 삭막하게 느껴질 때마다 촉촉한 그곳에 기대왔던 것 같다. 하지만 탈출구이자 도피처였던 종이의 품은 한동안 나에게 포근하지 않았다. 특히, 예술고교 시절 부터 석사과정까지 한국화(혹은 동양화)를 전공하며 경험했던 재료사용의 문제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지필묵이라는 재료에 정체성을 기대는 교육 현장과 동시대 미술현장의 이질감을 핑계로 그림과 촉촉한 관계를 지켜내지 못했던 나 자신에게 무엇보다 큰 아쉬움이 남아있었다. 그래서 다시 그림을 그린다면 '그리는 행위 자체'에서 오는 만족과 즐거움을 잃지 않겠다는 마음을 움켜쥐고 있었다.

한 달 가까이 머무는 숙소의 복도 끝, 그 한 구석에 용도를 다하고 쌓여가는 신문지 더미를 지나치다가, 문득 종이와 얽힌 지난 기억이 아른거렸다. 가장 포근했고 가장 숨 막히기도 했던 재료와의 기억. 그것과 나 사이에 들러붙은 불필요한 찌꺼기들을 이제 개운하게 비워 낼 때가 됐다.

 

 

 

 

 

함께 도착한 갤러리의 첫인상은 따듯하고 포근했다. 소가 여물을 먹고 잠을 청했던 우사 牛舍가 전시장으로 재생되며 남겨진 흔적들이 진한 여운을 주기도 했다. 높지도 크지도 않고, 꾸밈없이 정돈된 실내 곳곳에 나 있는 작은 창문들. 그 사이로 흘러가는 구름과 솔방울, 가까운 거리에 해변까지. 이런 공간이라면 차분하고 밀도 있게 작품을 담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조금은 엉겁결에 때와 장소가 만나 첫 개인전을 준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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