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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작가, 에세이]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김민섭

강다방 2022. 11. 26. 12:13

 

 

 

 

강릉 사람이 쓴 에세이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김민섭

 

전국을 다니며 강연하시느라 정작 강릉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지만(?) <김민섭 찾기>로 유명한 김민섭 작가님은 강릉으로 이주하신지 꽤 된 강릉 분이다. 이 책은 착하게 살면 호구가 되는 세상에서(?) 용감히 선함과 다정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헌혈과 동명이인 여행 보내주기 프로젝트(김민섭 찾기), 교통사고 고소, 헬스와 달리기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인류애를 상실했을 때 읽으면 인류애가 충전되는 다정한 책.

 

 

제목 :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저자 : 김민섭
펴낸곳 : 창비교육
제본 형식 : 종이책 - 무선제본
쪽수 : 271쪽
크기 : 128x188mm
가격 : 15,000원
발행일 : 2021년 6월 25일
ISBN : 979-11-6570-069-0 (03810)


작가 김민섭
https://www.instagram.com/309_1201/

 

김민섭 찾기

https://www.youtube.com/watch?v=F0ePI4Rw-FU 

 

 

 

 

 

강릉 사람이 쓴 에세이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김민섭

 

 

 

 

프롤로그

나의 자리에서
작고, 온화하게, 타오르기

아주 어린 시절부터 착한 사람이나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 다. 요즘 언어로 다시 말하자면 선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이유는 잘 모르겠으나 선함에 대한 남다른 집착이 있었다. 경쟁에 참여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승리할까보다는 어떻게 져 주면 친구들이 기뻐할까를 고민했다. 그래서 일부러 져 주기도 했고, 지고 나면 오히려 기분이 좋아 졌다. 내가 졌으니까 친구는 오늘 기분이 좋았겠지, 누군가를 기분 좋게 했다니 나도 좋다, 하고는 마음이 편안해졌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멀리서도 알아볼 만큼 큰 불꽃이 될 만한 자신이나 깜냥이 없다. 그러면 나는 곧 연소되어 재만 남고 말 것이다. 다만 나는 작고 온화하게 오래 타오르고 싶다. 될 수 있다면 누구도 상처 주지않는, 무해한, 내 곁의 타인에게 작은 온기를 나누어 줄 수 있는 모닥불이 되고 싶다.

이 글은 최근 몇 년 동안 있었던 몇 가지 연결의 경험을 기록한 것이다. 연결은 타인에게서 나와 같은 결을 찾아내는 일이다. 저마다의 결은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 우리가 인간으로서 연결될 수밖에 없는 결이 반드시 있다. 나는 그것을 선함이라고 믿는다. 선함은 인간을 가장 느슨하게, 그러나 단단하게 연결하는 고리다. 그 고리로 연결된 우리는 서로의 닮음을 발견하게 된다. 나와 닮았을 당신과도 이 글로 만나고 연결될 수 있기를 바란다.

 

 

 

 

 

프롤로그

나의 자리에서 작고, 온화하게, 타오르기 · 5

1 내가 가진 것을 주는 연결,
당신이 꼭 나타났으면 좋겠습니다

안녕, 허삼관 아저씨 17
헌혈이라니, 팔자 좋네요 23
우주의 먼지가 되어 28
그건 왜 하는 거야, 나도 모르겠어 34
그가 꼭 나타나기를 바란다 40
2주에 한번. 착한 몸과 마음 46
학비를 보태준 걸 그룹 53
돋아난 날개와 나쁜 사회인 60
연약의 시절을 거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 65

 

 

 

 

 

2 나와 닮은 사람 찾기,
김민섭씨 찾기 프로젝트

여행하지 않는 인간 73
사람이 안 하던 일을 하려면 78
김민섭 씨를 찾습니다 85
제가 김민섭입니다 92
김민섭 씨의 졸업 전시 비용을 후원해 드릴게요 100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104
연결과 연대 110
김민섭 프로젝트 그 후 115

 

 

 

 

 

3 나와 닮은 사람 지키기,
당신을 고소합니다

교통사고 125
참전하고 싶지 않은 어른의 싸움 135
모욕의 증거를 수집하다 143
선생님, 아니 아저씨, 말이 되는 소리를 하세요 150
우리 사회의 평범이란 당신과 나의 평균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157
내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믿지 않아야 한다 164
우리 사회의 모욕의 정의 173
우리가 상처받지 않고 서로에게 다다를 수 있기를 180

 

 

 

 

 

4 느슨하게 당신과 만나기,
몰뛰작당 프로젝트

원더키디 키즈가 맞이한 2020년 189
올해의 목표는 보디 챌린지 197
헬스장에는 자신을 돌볼 여유가 좀 더 있는 사람들이 남았다 204
아이캔, 보고 있나요. 저는 저의 몸과 마음을 구할게요 213
다시 한 번 김민섭 씨 찾기 프로젝트 222
함께, 몰래, 각자의 자리에서 뛰어요 229
이 떡을 드시면 모든 게 잘될 거예요 239
이 트랙에서 누구도 홀로 뛰고 있지 않았다 251
이것도 모임이에요 257

에필로그
연약의 시절을 기억하는 당신에게 264

 

 

 

 

 

헌혈이라니, 팔자 좋네요


대학을 졸업한 나는 대학원에 진학했다. 왜 그런 선택을 했느냐고 하면,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아서 그렇게 했다고 말하고 싶다. 그때는 그게 정해진 인생의 길 같은 것이라고 믿었다. 글을 쓰는 것도 좋았고 소설을 읽는 것도 좋았으니까, 그 좋아하는 것들을 평생 곁에 두고 싶었다. 그러려면 대학원에 가는 것 말고는 별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크게 고민하지 않고 현대 소설 전공의 석사 과정생이 되었다. 친구들 중 진학을 선택한 것은 나뿐이었다. 운이 좋은 친구들은 취업을 했고 운이 나쁜 친구들은 계속 자기소개서를 썼다. 사실 대학원 진학 역시 취업이...

 

 

 

 

그래서 나는 빨리 이식을 받을 사람이 나타나기를 바랐다. 비혈연 간 일치율은 0.005퍼센트 정도라고 하는데, 그런 확률을 뚫고 나와 골수가 일치하는 사람이라니, 우리는 원래 서로 닮은 사람이 아닐까. 그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면, 그건 당연히 해야 할 한 개인으로서의 소명인지도 모른다. 간호사는 나에게 혹시 연락이 온다면 꼭 기증을 하라고 했다. 기증을 약속하고서 갑자기 마음을 바꾸는 사람들이 많다고, 그러면 이식을 받기 위해 몸의 골수를 모두 제거한 환자는 죽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호기롭게 기증 희망 등록을 한 나는, 잠시 두렵기도 했지만, 그건 그때의 나에게 맡기기로 했다. 그때 내가 어떤 몸과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우선은 꼭 기증받을 사람이 나타나기를.

 

 

 

 

김민섭 씨를 찾습니다.
후쿠오카 왕복 항공권을 드립니다.

12월 5일부터 7일까지 일본 후쿠오카에 다녀오기로 하고 비행기표를 예약했다. 왕복 항공료는 7만 8,000원이었고 수수료까지 10만원이 조금 넘었다. 세상에, 아무리 최저가로 검색해서 저가 항공사를 선택했다지만, 싸도 너무 싼게 아닌가 싶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는 해외여행, 그것도 내가 항상 꿈꾸던 '일본의 아무 술집에 들어가서 참치 초밥 과 닭튀김을 주문해서 생맥주와 함께 한잔... 그러면 정말 행복하겠다. 죽기 전에 해 봐야지.' 하는 것을 꼭 해 보려고 하루하루 설레고 있었다. (노르망디, 포카라, 그리고 독일에 가서 맥주와 소시지 먹어 보기. 최근에 생긴 이 꿈들은 나에게는 달나라에 가는 것과 별 차이가 없는 듯하다. 후쿠오카도 마찬가지...

 

 

 

 

 

"그냥, 당신이 잘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들의 말을 단순히 돌려주었다기보다 언젠가부터 나도 그런 마음이 되고 말았다. 이 평범한 청년이 여행을 잘 다녀오면 좋겠다고. 그러면 왠지 그가 앞으로 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뿐 아니라 그와 닮은 평범한 청년들이 모두 잘될 것 같았고, 무엇보다 나도, 우리도, 모두 잘될 것 같은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93년생 김민섭 씨가 여행을 잘 다녀와서 잘 졸업하기를, 잘 취업하기를, 그리고 그가 잘되기를 많은 사람들이 바랐다. 그러면서 아마도 자신과 자신이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 잘되기를 모두 바랐을 것이다. 그러니까 '당신이 잘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라 는 말 뒤에는 '그러면 저도 우리도 다 잘될 거예요.'라는 말 이 생략되어 있었다.

 

 

 

 


93년생 김민섭 씨를 도운 여러 개인들을 보면서 나는 연대가 아닌 느슨한 연결의 방식을 떠올렸다. 이전의 연대가 눈에 보이는 굵은 밧줄로 각각을 단단히 묶는 것이었다면 새로운 시대의 연결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끈으로 느슨히 이어져 있는 서로를 발견하는 일이 아닐까. 평소에는 잘 모르더라도 누군가가 그 끈을 잡아당기면서 "저 여기에 있어요." 하고 말하면 우리는 그가 그 자리에 있었음을, 그리고 서로가 연결되어 있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에게 말하는 것이다. 당신이 잘되면 좋겠다고. 그러면 나도 잘 될 수 있을 것이고, 우리 모두 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당신이 잘되면 좋겠다.'라는 이 평범한 감각이 어쩌면 우리 사회를 지탱시켜 왔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단단한 개인으로 살아가며 동시에 자신의 연약했던 시절을 기억하는 우리 모두가 타인을 구원해 낼 수 있다. 그리고 다시 우리 스스로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연결이란 결국 나와 닮은 사람의 범위를 확장시키는 일이다. 연대는 그 이후의 과정이 되어야 한다. 타인을 향해 분노의...

 

 

 

 


하루 동안 나는 세 사람을 만났다. 두 명의 청년과 한 명의 어른이었다. 그들을 만나기 이전의 나는 스스로 만들어 낸 정의로움에 빠져 있었다. 세 장의 진술서를 받아 내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집에서 나섰다. 그러고 나니까 작은 일에도 모두 의미를 부여하게 됐다. 무슨 일을 하든 '이건 모두를 위한 정의로운 일이니까 괜찮아.' 하고 합리화하게 되는 것이었다. 자신의 정의로움을 내세우고 그에 경도되기는 쉽다. 타인을 악으로 규정하고 그를 심판하려 하기도 쉽다. 그러나 자신만이 옳다고 믿는 사람만큼 위험한 사람도 별로 없다. 나는 이 고소를 진행하는 동안 가져야 할 하나의 원칙을 정했다. 나를 끊임없이 의심하기로 한 것이다. 스스로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믿는 건 필요한 일이지만 그러다 보면 곧 괴물이 되어 버릴 것 같았다. 고작 이만 한 일을 하면서도 계속해서 당위를 찾아내려 애쓰는 것을 보면, 나는 참 나약한 사람인 것이다.

 

 

 

 


우리 사회는 별 문제가 없는 것 같다고, 썩 괜찮은 것 같다고 믿게 된다. 그러나 자신도 잘 모르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간신히 버텨 온 사람들이 있다. 아슬아슬한 육아를 해 온 사람들, 아슬아슬한 노동을 해 온 사람들, 아슬아슬한 관계를 유지해 온 사람들,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버텨온 연약한 사람들은 예고 없이 일상을 뒤흔드는 디스토피아의 첫 번째 희생양이 된다. 그들이 가장 먼저 포기하는 것은 스스로를 돌볼 여유다. 자신을 위해서 하던 작은 돌봄, 그러니까 취미 생활이나 운동이나 공부나 자신에게 소소한 행복과 만족을 주던 무엇과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헬스장에서 그들의 모습이 사라졌다...

 

 

 

 

 

대학원생 시절 친구에게 들었던 그 질문이 다시 찾아왔다. "그런데 네가 이렇게 하는 게 이 사회에 어떤 의미가 있는 거야? 나는 잘 모르겠어." 나를 돌보는 마음만으로...

 

 

 

 


최근 우리 사회의 화두는 공정과 불평등이다. 전문가들은 젊은 세대가 공정에 매몰된 한편, 불평등한 구조는 심화되었다고 말한다. 그런 가운데 '선함'을 꺼내는 건 듣기에만 좋은, 무책임한 태도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우 리가 'MZ세대'라고 명명한 그들에게서 새로운 희망을 본다. 그들은 그간의 어느 세대보다도 선함에 민감하다. '돈 쭐을 내다'라는 신조어처럼, 그들은 자신이 잘되기를 바라는 선한 대상을 발견하면 기어코 잘되게 만들어 내고야 만다. 각자의 자리에서 선하게 살아가고 있는 이들을 외롭게 두지 않는다. 아낌없이 돈을 쓰고, 다시 그에 그치지 않 고 '좌표'를 찍어 연결하고 확장해 낸다. MZ세대는 각자가 선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음을 인지하고 또한 연대하는 전에 없던 새로운 존재들이다. 그들을 관통하는 단어는 공정 이나 불평등보다도 오히려 선함이 되어야 한다.

 

 

 

 

이 책을 쓰면서 나는 이 시대의 선함이란 무엇으로 규정 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계속해서 해 나갔다. 그러면서 떠올린 단어는 '무해함'이었다. 우리는 타인에게 무해한 존재가 되기 위해 이전보다 더욱 애쓰고 있는 듯하다. 코로나라는 일상이 된 재난을 겪으면서는 더욱 그렇다. 마스크를 쓰는 그 마음들이 스스로가 아니라 타인의 안녕을 위한 것임을 아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마스크가 바이러스를 완전히 막아 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기 보다는, 다만 이 공동체를 위해 저마다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마스크를 쓴 사람들을 보면서, 서로의 마음이 닮아 있음을 확인하면서, 우리는 이 시기를 버텨 내고 있다. 방역 방침에 따른 집합 금지로 인해 만나는 일이 쉽지 않지만 모두가 연결되어 있음을 어느 때보다도 감각 하게 되는 요즘이다.

 

 

 

 

 

타인에게 무해한 존재가 되고자 하는 개인들은 거창하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자신이 옳다고 믿는 일들을 즐겁게, 그리고 가만히 해 나간다. 예를 들면, 채식을 지향하는 나의 친구도 그렇다. 그는 고기를 좋아하고 나와도 종종 먹지만 될 수 있는 대로 채식을 하며 지낸다. 단순한 취향이나 건강의 문제일 수도 있겠으나 채식이라는 그의 선택은 자신의 식탁에 고기가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메탄가스가 발생하게 되는지 알게 되면서, 동물들이 존중받지 못하고 있음을 알게 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누군가는 쓰레기를 정갈하게 분리 배출하는 데서, 누군가는 일회 용품 소비를 줄이는 데서, 누군가는 평범한 개인에게 분노 하지 않는 데서, 그렇게 자신의 생존이 이 세계에 무해하기를 바라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선택과 실천은 다르더라 도 그렇게 지향이 같은 사람들을, 결이 같은 사람들을 곁에 두면서, 우리는 반드시 연결된다.

 

 

 

 


무엇보다도, 이 책을 읽고 있을 당신은 선한 존재라고 믿는다. 그대 고운 사람, 무해한 존재로서 타인과 이 세계와 만나고자 하는 당신의 선한 길은 잘못되지 않았으니까, 계속 그 길을 걸을 수 있기를, 그리고 언젠가 꼭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최근 몇 년간 내가 가장 많이 해 온 한마디를 당신에게 보낸다.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잘됨이 나와 우리의 잘됨이 될 것이다.

 

 

 

 

 

강다방 이야기공장
강원도 강릉시 용지로 162 (옥천동 3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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