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다방 이야기공장/입점 도서 소개

[강릉작가, 에세이] 참, 많이 헤매서 다행이다, 김동길

강다방 2022. 12. 11. 20:17

 

 

 

 

강릉 사람이 쓴 에세이

참, 많이 헤매서 다행이다, 김동길

 

 

강릉에서 대학 생활을 한 뒤, 강릉에 정착한 화가의 에세이. 예술가의 일상과 고민이 궁금할 때 읽으면 좋은 책이다.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읽으면 더욱 좋다. 세상에서 가장 어렵다는 평범한(?) 보통의 삶이 담겨있다. 작가는 지금은 사라진 강릉 최초의 독립서점 <물고기이발관>을 운영하기도 했다. 

 

 

제목 :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저자 : 김동길
펴낸곳 : 물고기이발관
제본 형식 : 종이책 - 무선제본
쪽수 : 219쪽
크기 : 110x180mm
가격 : 9,000원
발행일 : 2021년 12월 20일
ISBN : 979-11-89323-03-5 (03810)

 

 

김동길 작가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donggil1984/

 

 

 

 

 

참, 많이 헤매서 다행이다.
김동길 에세이

 

 

 

 

김동길

강원도 강릉에서 평면회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눈이 많이 내린 어느날 눈길을 헤쳐 도착한 작업실에서 마셨던 커피 한 잔이 너무 맛있어서 그림 그리는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저는 '붓질'을 주제로 작업을 합니다. 참, 많이 헤매며 길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바다의 자유로움을 붓질에 담는, '바다 담은 붓질' 시리즈를 제작중입니다.

 

 

 

 

 

prologue 책과 나의 정체성. 09
할아버지와 책상. 13
나는 조금 똘똘한 아이였다. 19
왜 조금 더 나를 사랑하지 못했을까. 23
참, 많이 헤매서 다행이다. 27
사과궤짝과 반딧불이. 33
살자, 너도 살고 나도 살자. 39
나를 찾아가는 길. 45
강릉과 제천을 오가는 길. 53
낭중지추. 57

 

 

 

 

 

화요일이 기다려지는 이유. 61
서양화 전공자의 고지식함. 67
코 끝을 자극하는 이 냄새는? 71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야? 77
나도 저런 어른이 되어야지. 81
백종원의 골목미술이 있따면. 87
옆집 아저씨가 예술가래~!! 93
눈이 아닌 마음을 훔쳐라. 105
1년 동안 지어진 하얀 벽돌집. 109
질보다 양인가? 양보단 질인가? 115

 

 

 

 

 

누군가에게는 강자일 수 있다. 121
밥 한 끼 잘 먹었습니다. 127
지키지 못한 자존감. 131
기술의 발전은 나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139
청년미술상점. 143
살아님기 위해 필요한 것. 149
그런 로망이 있따. 155
떨어진 공모전의 심사평이 위로가 된다ㅣ. 159
나는 얼마나 많은 죄를 짓고 살고 있는 것인가. 165
내가 잡을 '홀드'는 어디에 있을까? 169

 

 

 

 

나는 고지식한 사람입니다. 173
10만원의 가치. 177
겨울의 중심에서 설경을 외치다ㅣ. 181
요리연구가 동쉐프. 187
남 부럽지 않게 길었던 가방끈. 191
서로 다른 시간의 무게. 197
비와 나의 상념의 시간. 201
읽기 능력의 부재. 207
내가 일본음악을 듣는 이유. 213
이 이상의 흑역사를 만들 것인가? 217

 

 

 

 


책과 나의 정체성. prologue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시각은 2021년 11월 24일 오전 04 시 10분이다.

나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이다. 그림 그리는 것을 포기하지 말자는 의미로 1년에 한 번씩 개인전을 열기로 하였고 그렇게 실행하였다. 1년에 한 번이란 시간이 촉박해서 였을까 작품의 마감시간이 점점 늦어져 전시 전날까지 그림을 그리는 단계를 지나 지난번 개인전에서는 작품을 설치하고 전시장에서 완성하지 못한 그림을 마저 그렸었다.

그림 그리는 것을 계속하자는 소기의 목적은 이제 이루었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더 완성된 작품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 전시는 1년이 아닌 2년의 시간을 두고 준비를 하였다. 준비 시간이 길어서 였을까 시간에 여유가 있다 생각돼 이번에는 나의 생각이 담긴 한 편의 책을 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역시나, 나는 마감에 쫓기며 해야 할 운명을 타고난 것일 까.

 

 

 

 

 


이 책은 그림 그리는 삶을 살고 있는 나의 생각들이 담긴 에세이 산문집이다. 가장 중심이 되는 이야기는 10년 경력의 화가로서 갖고 있는 그림에 대한 고민, 그림으로 아직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한 갈망이 주된 내용이다. 그중에는 내가 풀어 낸  것도 있고 아직 풀지 못한 그리고 아직 인식하 지 못한 수수께끼들이 아직 많이 있다. 내 삶을 들여다보며 그 속에서 찾은 해법들을 나의 일상과 함께 이야기로 풀어 냈다. 고민의 해결에 초점을 두고 글을 쓰다 보니 실제 일어난 시간은 뒤죽박죽이나 시간의 흐름이 그 내용에 큰 지장은 주지 않기에 사건을 시간 순대로 배열하지는 않았다. 나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앞으로 나올 글들에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여기서는 이 정도로 마치고 넘어가겠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이 책을 읽기 시작한 모든 분들이 마지막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나의 외할아버지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셔서 나는 외할아버지의 얼굴을 한 번도 실제로 뵌 적이 없다. 다만 외할아버지의 동생이신 작은 외할아버지를 보며 외할아버지의 모습을 짐작할 뿐이다.

나는 그런 작은 외할아버지를 외사촌형들을 따라 '작은할 아버지'라 불렀다. 작은할아버지의 직업은 목수셨다. 예전에 대학교 다닐 때 A4 종이 보다 작은 사이즈의 캔버스 틀을 작은할아버지께서 만들어 주셨다. 기존에 판매되는 캔버스 틀 같은 좋은 목재가 아닌 저렴한 목재를 사용하여 몇십 개씩 대량으로 만들어 주셔서 작은 사이즈의 캔버스를 풍족하게 사용하며 학교를 다녔었다.

작은할아버지와는 큰 인연 없이 가끔 명절 때나 얼굴을 뵙 고 인사드리는 정도였는데 한 번 작은할아버지와 함께 일 할 기회가 있었다.

2014년도에 나는 나의 작업실 겸 독립출판서점인 '물고기 이발관'을 오픈하였다. 당시 실내 인테리어를 직접 하겠다고 큰소리쳤었는데 그런 내가 못 미더웠는지 어미니께서 작은할아버지께 부탁드렸다. 지금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 큰소리치고 있으니 작은할아버지께서 내 옆에서 이것저것 필요한 것들 좀 만들어 달라고 작은할아버지께 말씀...

 

 

 

 

 

나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입시미술을 시작하였다. 입시미술을 시작한 계기도 그림에 재능이 있거나 그림을 너무 그리고 싶어서가 아니라 학교에서 진행하는 야간자율학습을 빠질 수 있는 이유가 되어 주었기 때문이다.

그림을 시작한 의도가 공부가 하기 싫어서 그랬던 것인지 예체능 계열은 수능시험범위가 1학년 때 배웠던 내용에서 출제가 된다는 것을 다른 것보다 먼저 알게 되었다. 남은 인생 동안 평생에 있어 한 번 써먹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지식들을 외우느라 시간만 허비하고 있는 이 감옥 같 은 곳에서 나가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고등학교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학교를 자퇴하였다.

내가 자퇴할 때 어머니께서 나에게 내건 조건은 단 하나였다. '피아노 조율사' 학원 다니기. 그 당시 어머니께서 알고 계셨던 가장 좋은 기술이라 생각하셨던 것 같다. 이것 저것 하고 싶은 것이 많아 자퇴를 결심한 나에게 새로운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여름방학 동안은 평소와 다름없이 친구들과 지냈었고 여름방학이 끝나고 2학기 첫날 친구들은 모두 학교에 갔지만 나는 학교에 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아침에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가는 내 또래 아이들을 보며 알게되었다.

 

 

 

 

 


겁이 났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학교를 자퇴하고 처음으로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단지 그때뿐, 하루 이틀 지나니 금방 새로운 현실에 적응이 되었고 그 뒤로는 마음껏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했다.

열일곱 살 생일 지나고 가장 먼저 취득했던 원동기 면허로 중국집 배달 알바를 하였고 검정고시를 준비하며 네일아트와 피아노 조율사를 배우러 다녔다. 실력은 당연히 따라붙는 것이라 생각했고 이것저것 많이 배울수록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러 가지를 배웠다. 여러 가지를 배우느라 그중 무엇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실력은 늘지 않았다. 실력이 늘지 않으니 이 길은 내 길이 아닌가 보다 하며 수능시험을 준비해야 한다는 핑계로 벌려 놓았던 많은 것들을 정리하고 수능시험과 입시미술을 준비하였다. 하지만 이것도 그다지 열심히는 하지 않았기에 겨우겨우 간신히 대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다.

그 뒤로도 마찬가지였다. 난 참 많은 것들을 시도하였다. 튜바(금관악기), 플루트(목관악기), 오카리나, 경찰시험, 골프장 캐디, 대형면허, 포토그래퍼, 스키강사 등등등 이것저것...

 

 

 

 

 

심지어 그마저도 내가 아니라 누가 해도 상관이 없었다.

그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사진에 대한 흥미를 잃어가던 그때 즈음, 학교 수업 과제로 유화물감으로 그림을 그릴 때면 항상 붓질을 하고 난 뒤 여벌의 붓으로 붓질 한 자국을 펴 바르며 붓 자국을 지워주는 작업을 했었다. 당시 선생님은 그것을 '보카시'라고 한다고 하였다.

선생님의 그 말을 듣고 여러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때까지도 내가 그런 행위를 한다고 인식하지 못하였다. 같이 수업을 듣는 학생들 모두 그렇게 그림을 그렸었기에 딱히 그 행위가 이상하게 생각되진 않았다.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나의 행위를 인식하게 되었다.

똑같은 물감으로 똑같은 정물을 그린다면 옆자리 친구의 그림과 내 그림이 다른 점은 무엇일까?, 내 그림 속에서 나를 특정할 수 있는 점은 무엇일까? 사진에서는 셔터라도 내가 눌렀지만 그림에서는 내가 그렸다는 거의 유일한 흔적인 붓질까지도 내 손으로 지워버리고 있는 것이었다.

붓 자국을 평탄화하는 '보카시'라는 행위를 인식하고부터 내 그림임을 증명해 주는 나의 붓질 자국을 지우기가 힘들어졌다. 그대로 나의 붓질 자국을 남기고 싶었다.

 

 

 

 

 

가만히 앉아 바다를 보았다. 들어왔다 나갔다 끊임없이 반복하며 '파도'라는 '선'을 긋는 바다가 보였다. 그곳에 내가 있었다.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선연습과 붓질에 쌓여가는 고민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나는 선연습을 멈추었지만 바다는 나와는 다르게 언제나 '파도'라는 '선'을 긋고 있었다. 바다는 나보다 먼저 시작했으며 앞으로도 틀림없이 나보다 훨씬 더 오래 선을 그어갈 것이다. 고작 4년 동안 선 연습을 하고 지쳐 포기하려 하는 나와는 달랐다. 끝이 없는 선연습을 나 혼자서만 하고 있다 생각했었는데 나보다 더 오랜 시간 바다는 선을 긋고 있었다. 혼자가 아니었구나. 바다는 나의 선배이자 동지였다.

무엇보다 바다는 자유로웠다.

나는 붓질을 한번 하려면 따져 물어야 할 것들이 나를 옭아 매는데 바다는 그렇지 않았다. 정해진 형태 없이 움직이는 파도도, 시시각각 변화하는 바다의 색도 어디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웠다. 바다가 부러웠다.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끝없이 반복하는 파도가 만들어내는 저 넓고 깊은 바다를 닮고 싶었다. 나의 붓질에 조금이라도 저 바다를 담았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내가 가야 할 길을 바다가 보여주고 있었다. 그저 붓을 잡고 휘두르기만 했던 붓질에 목표가 생겼다. 내 붓질이 바다를 닮아 깊고 자유롭길...

 

 

 

 

 


실력을 뽐내었다. 하지만 그때 해준 어머니의 말씀은 나를 돌아보게 하였다. 그때 어머니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빠르게 오는 것이 뭐가 중요해, 오늘 길에 멋진 풍경들도 보고 친구들과 함께 가면 같이 웃고 떠들고 즐겁게 사고 안나게 다니는 게 중요하지."

그 말은 좀 충격이었다.

그동안 강릉과 제천을 오가며 시간 단축을 하기 위해 빠르게 달리며 내가 최고라 생각했었는데 그것은 아무 의미도 없는 일이었다. 어머니의 그 말을 듣고 강릉으로 돌아가는 길에 처음으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산은 푸르렀고 강은 맑았다. 이 길이 이렇게 예뻤었나 싶게 너무도 아름다웠다. 창문을 열고 산과 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풍경을 즐겼다.

자만하지 말자. 내가 알던 가치는 생각보다 중요한 게 아닐
수도 있다.

정말 중요한 것을 보려고 노력하자.

 

 

 

 

오랜 시간 관객을 붙잡고 있는 작품은 A 작품이다.

A 작품을 제작하며 작가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수많은 고민과 여러 시도들을 했을 것이다. A 작품을 붙잡고 괴로움에 몸부림 쳤을 것이다.

돌파구를 찾기 위해 작가가 애썼던 흔적들이 흠이 아니라 관객들에게 작가의 감정을 전달해 주는 통로가 된다. 모를거라 생각했던 부분들을 관객들은 모두 알아봐 주신다. 작가가 부끄럽고 감추고 싶은 부분들도 관객들은 모두 알고 있다.

A 작품이 관객들의 마음을 붙잡았다면 B 작품은 A 작품과 기술적인 완성도에서 별 차이가 없음에도 A 작품만큼 관객 을 붙잡아 두진 못한다. 관객들은 눈길은 주지만 그걸로 끝이다. 관객의 눈을 훔칠 수는 있어도 마음을 훔치지는 못한다.

작가도 모르는 것을 관객분들이 어떻게 알 수 있는 것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도 똑같은 관객 입장이 되어 전시회를 관람하다 보면 똑같이 알게 된다. 잘 그린 것 같아도 그냥 지나치게 되는 작품이 있고 어설퍼 보이는데도 그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게 하는 작품이 있다. 아마도 작가의 마음이 전해진 것이리라.

 

 

 

 

 

인쇄는 강원문화재단의 지원금으로 인쇄비 부분을 충당할 수 있었다. 덕분에 많은 부분에서 비용을 아낄 수 있었지만 그것이 아니어도 내 글의 가치가 아직 1만원을 넘지는 않는다고 생각해 1만원 이하로 책 가격을 책정하였다.

그렇다고 책이 1권 팔렸을 때 나에게 9,000원의 수익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을 구입해 주신 서점들과 계약을 통해 수익을 7:3 혹은 6:4 정도의 비율로 나누고 있다. 또한 책을 발송하는 발송비와 홍보용 샘플 책자들을 생각하면 책 1권당 평균 5,000원 정도의 수익이 내 통장으로 들어온다.

이번에 내가 찍어낸 책들이 모두 팔리면 일반 직장인의 한 달치 월급 정도가 될 것이다. 그것이 한 번에 들어오는 것은 아니고 전국의 책방으로 나눠져 몇 년에 걸쳐 조금씩 들어온다. 책이 재미없다면 몇 년이 지나도 안 팔릴 수도 있다. 나의 첫 번째 책 '개인전을 열다'는 그렇게 몇 년째 내 작업실에서 재고로 쌓여있다.

독립출판물 제작자인 어느 시인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오늘 원래 오징어짬뽕 먹을 거 책 한 권 팔리면 중국집 짬뽕 한 그릇을 먹을 수 있다.' 라는 말을 했다.

나는 그 말이 독립출판물의 현실을 가장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만드는 이 책이 팔리지 않아도 나는 굶어 죽지는 않을 것이다. 아직 어딘가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독자님 덕분에 책이 한 권 팔린다면 그만큼 나의 생활은 나아질 것이다. 오늘 저녁 내 식탁에는 맛있는 반찬이 하나 더 오를테고 그동안 미뤄왔던 생필품들을 살 것이다. 돈이 없어 못 샀다기 보다는 아직 참을 수 있어 조금만 더 쓰자 했던 것인데 막상 사려니 돈이 아까워 안 사고 미뤄뒀던 것들을 책이 판매되어 수익이 생긴다면 그 돈으로 그것들을 살 예정이다.

그러니 독자님들께 전합니다.

구입해 주신 책 한권, 어딘가의 이름 모를 예술가에게 밥 한끼 대접했다고 생각해 주세요.

여러분 덕분에 저도 오늘 맛있는 밥 잘 먹었습니다.

 

 

 

 

 

입시 때는 형태를 틀리지 않게 그리는 것이 중요하다. 형태를 틀리지 않는 그림이 잘 그린 그림이었다.

하지만 대학교에서 배운 그림들은 형태가 맞지 않는 그림들이 훨씬 많았다.

그놈의 형태가 뭔지, 형태가 틀려도 되는 이유를 찾기 위해 많은 고민과 방황을 했다. 쓸데없는 고민이고 쓸데없는 집착이었다. 그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것을 고민할 시간에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 번 더 하면 되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가 왜 이 길로 왔는지 모르겠다. 분명 처음 시작은 다른 의도였는데, 그래도 이 말이 더 중요한 것 같아 이 말을 꼭 하고 싶다.

"무언가를 좋아한다면 좋아하는 이유를 찾으려 애쓰기 보다 직접 좋아한다고 한 번 더 이야기하는 것이 그것을 좋아 하는 이유가 되지 않을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깊게 생각하지 말자.

 

 

 

 

 


타인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숨기고 싶은 부끄러운 모습들을 매 순간 만난다.

실력이 없는 내 모습, 게으른 내 모습 등 타인에게는 잘 감추고 살았던 나의 본 모습이 작품 안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그런 모습을 보는 것이 괴로워 중간에 포기하게 만든다. 어릴 적 많은 분들이 들어보았을 '똘똘하지만 노력하지 않는 아이'는 똘똘하니까 노력만 하면 언제든 할 수 있다는 이미지인데 실제 노력해 보면 알게 된다. 나는 똘똘하지도 않고 노력도 하지 않는 아이라는 것을 그렇기에 포기하면 더 이상 그런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나는 그냥 '똘똘하지만 노력은 하지 않는 아이'로 남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아무런 발전이 없게 된다. 민낯의 자기 자신을 보는 것이 아무리 괴로워도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처음부터 욕심내지 말고 지금의 내가 할 수 있을 만큼만 목표로 정하고 시작하자. 그리고 시작했다면 그것이 아무리 어설퍼도 마무리는 짓자. 그러면 그것이 내가 만든 하나의 계단이 된다. 그렇게 여러 번 시도를 하고 나면 그것들이 하나하나 계단이 되어 내가 오를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준다.

글과 그림도 마찬가지다.

한편의 글이 하나의 그림이 지금 나의 실력을 확인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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