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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물, 에세이] 징검다리 건너듯 폴짝, 마운틴구구

강다방 2022. 12. 24. 18:17

 

 

 

 

독립출판물, 에세이

징검다리 건너듯 폴짝, 마운틴구구

 

폴짝 폴짝 가벼운 발걸음으로 징검다리를 건너듯 얇고 가벼워 여행 중에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생활 에세이. 수영을 좋아하며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고 싶은, 독립출판계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초판 1,000부를 찍어낸 엄청난 작가의 에세이이다. 신혼 생활을 즐기고 있는 또래라면 더욱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 담겨있다.

 

 

제목 : 징검다리 건너듯 폴짝

저자 : 마운틴구구
펴낸곳 : 모양새

제본 형식 : 종이책 - 무선제본
쪽수 : 112쪽
크기 : 128x190mm
가격 : 10,000원
발행일 : 2022년 7월 27일
ISBN : 979-11-973900-0-5 (03810)

 

 

 

저자 마운틴구구

https://www.instagram.com/mountaingoogoo/

 

 

 

 

 

징검다리 건너듯 폴짝
마운틴구구의 기억과 일상을 보듬는 에세이
모양새

 

 

 

 

 

마운틴구구
글 쓰고, 그림 그리고, 책 만드는 일을 합니다.
산책을 좋아하고, 산책보다 수영을 더 좋아합니다.
『대파와 물안경』, 『하와이 수영장』을 쓰고 만들었습니다.

 

 

 

 

 


1장 쓰고 읽고 그리는 삶

책과 시절 인연 11
보스턴에서 보낸 일 년을 돌아보며 16
그땐 위로가 고파서 글을 썼다 25
그림이 안 그려질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 33
북 페어에서 내가 얻은 것 39
전업주부에서 프리랜서로 나아가는 길목에서 45


2장 기억 속에 사는 사람들

잊을 수 없는 사람들 1 55
잊을 수 없는 사람들 2 60
기묘한 하숙집 이야기 66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 72

 

 

 

 

 

3장 일곱 빛깔 결혼 생활

성향은 같지만 취향은 다른 79
남자 옷을 좋아합니다만 84
요리하는 남자에 대한 로망 88
소창 행주를 길들이며 93
나의 이야기, 아니 우리 모두의 이야기 99

 

 

 

 

 

책과 시절 인연

서른셋의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를 즐겨 읽었다. 그가 쓴 수필집 중에서도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이하 "달리기를 유독 좋아했다. 꾸준한 단련으로 마라톤과 트라이애슬론을 완주하는 자기 극복의 스토리도 젊은 혈기의 나를 자극했지만, 저자가 어떻게 달리는 소설가가 되었는지 이야기하는 부분은 언제 읽어도 빠져들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당시엔 『달리기...』를 질릴 정도로 읽고 또 읽었다. 외출 할 때마다 가방에 달리기를 챙겨서,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잠깐의 시간에도 책을 꺼내 읽곤 했다. 여러 번 읽 어 친숙한 문장을 눈으로 더듬으면 왠지 마음이 놓였다. 책에 나오는 하와이의 무역풍처럼, 시원한 바람이 마음속에 불어오는 듯했다. 서울에서 원룸 생활을 하던 시절이라, 열대야로 잠을 설치던 어느 여름밤에는 집 근처 바(bar)로 피신하여 진토닉 한 잔을 시켜놓고 『달리기...』를 읽으며...

 

 

 

 

그땐 위로가 고파서
글을 썼다

2016년 어느 여름날 수영을 만났다. 그해 여름엔 거의 매일 수영장에 갔다. 그렇게 3년을 수영과 함께했다. 퇴근하고 수영장, 휴무에도 수영장. 마치 수영이 인생에서 전부인 사람처럼 수영에 푹 빠져 살았다. 수영이, 수영장에 가는 일이 좋았던 건 단지 헤엄치는 것이 좋아서만은 아니었다. 수영장에서는 누구도 나를 궁금해하지 않았다. 몇 살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 결혼은 했는지, 물속에 있으면 중력에서 벗어나 몸이 붕 뜬다는 것, 떠서 물과 하나 되어 흘러간다 는 것, 때론 부드럽게 때론 힘차게. 그런 몸의 자유와는 또 다른, 마음의 자유가 있었기에 삶의 도피처처럼 매일 밤 수 영장을 찾았더랬다.

직업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나는 평범하지 않은 길을 걸어왔다. 외고에서 영어과를 졸업하고 대학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했으니 부모님은 내가 무난하게 영어 교사의 길 을 걷기를 바라셨다. 대학을 졸업하고 한창 진로를 고민...

 

 

 

 


매장 스태프 일을 좋아하는 마음에 누구라도 응원을 보내주길 바라는 마음도. 실제로 누군가 내 글을 읽고 '좋아요'를 눌러주면 힘이 생겼다. 나에게는 '좋아요'가 그렇게 살아도 괜찮아, 그런 너도 사랑받을 수 있어, 하는 메시지 같았다. 실은 다른 누구보다 부모님의 지지를 바랐지만. 그래서 위축되는 마음과 타인에 대한 경계 같은 것들이 여전히 마음 한편에 찌꺼기처럼 남아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영 일기가 그때의 나를 살렸다. 나는 나답게 살고 싶어서, 매일 수영하고 매일 글을 썼다.

일용품 브랜드 회사에 입사한 지 3년이 되는 해에 숍 스태프에서 매니저로 진급했다. 그 일을 해서 나중에 뭐 할 거냐, 지금이라도 공무원 준비를 하는 게 어떠냐, 하시던 부모님도 내가 내 일을 각별히 여기고 착실히 해나가는 모습에 조금씩 마음을 여셨다. 그런데 이번엔 '결혼'이 나를 괴롭혔다. 어머니는 전화할 때마다 결혼 이야기를 입에 다셨고, 자꾸만 내가 원하지도 않는 맞선 자리를 잡아서 만나보라 하셨다.

모르는 이성을 만나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대화를 나누는 일은 매일 처음 보는 손님을 응대하는 일을 했던 나에게 그리 힘든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내가 만난 대부분의 남자...

 

 

 

 


학교에 입학할 정도로 그림에 열정적이었던 나는 왜 그리도 쉽게 작가로서의 삶을 포기했을까? 그땐 내 안에 장애물이 너무 많았다. '세상에 좋은 그림을 그리는 작가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그 그림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데, 굳이 내 그림을 세상에 내놓을 필요가 있을까?' '내 (하찮은) 그림이 무슨 쓸모가 있겠어?' '나는 남들에 비해 창작 욕구 가 부족한 것 같아.' '내 그림은 스타일이 없어서 앞으로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할지 모르겠어.' 내 안에 수많은 목소리가 내 꿈을 허황한 것으로 치부해 버렸고, 하루빨리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아서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당위가 내 꿈을 포기하는 데 편리한 변명거리가 되어주었다.

어떤 용기가 생겨서인지 나는 올해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1월부터 석 달 동안 꽤 부지런히 그렸다. 그림을 그릴수록 꽁꽁 숨겨두었던 꿈-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일하고 싶은 꿈-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과거 내 모습들로 짐작건대, 아마도 나란 사람은 앞으로도 상황과 조건이 여의찮다면 꿈을 실현하는 대신 다른 일을 흔연히 해나갈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올해만큼은 그림을 그리는 일에 집중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남편의 응원을 발판 삼아,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고 다짐했던 것이다.

 

 

 

 


그런데 맥 빠지게도 4월부터는 한 장도 그리지 못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 그림을 그리지 않는 나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자기 의심과 게으름과 각종 변명이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 나를 짓누르는 기분이었다. 어떻게든 마음을 다잡아야 할 것 같아서, 노트북 앞에 앉아 글을 써 내려갔다. 글로 지난날의 내 모습을 돌아보니 안자이 미즈마루에 대한 동경과 좌절된 꿈과 내면의 그림자가 보였다. 여기서 또 멈출 것이 아니라 계속 나아가려면, 나의 과거와 나의 치부와 나의 꿈을 글로 밝혀 스스로 당당해지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과연 일러스트레이터가 될 수 있을까?'라는 물음 앞에서 나는 여전히 자주 의심하고 확신을 갖지 못한다. 그러나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 사이에 달라진 것이 있다면, 지금의 나에게는 글로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힘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러니 어떤 이유에서든 회피하거나 포기하려는 내 모습이 보이면 노트북 앞에 앉아 내 마음을 그려보는 일부터 시작해 보기로 한다. 백지 위에 그림을 채워나가듯 그림 없는 공백의 시간을 글로 채워나가다 보면, 계속 나아가려는 의지가 조금씩 차오를 거라고, 나는 믿는다.

 

 

 

 

 

그런 현실에서는 어쩌면 온라인 판매처가 있는 책방 한 곳과 단독으로 인연을 맺는 방법도 고려해 볼 만했다. 작가인 내가 SNS를 통해 내 책과 판매처를 성실히 홍보하는 걸 전제로 하면 말이다. 저작물 권수가 많다면 직접 스마트 스토어를 운영해 보는 방법도 있다.

페어에서 이야기 나눠보니 독립출판물 초판 인쇄 부수도 작가님들마다 제각각이었다. 나는 입고와 판매와 반품을 동시에 고려했을 때 나처럼 초판을 천부 찍는 건 터무니없이 많은 부수라고 생각했다. 200~300부 정도가 적당하지 않나 하고. 그런데 작가님에 따라서 책을 입고하는 책방 수 가 많으면 200~300권을 첫 입고분으로 한꺼번에 보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러니 책을 유통하는 규모에 따라 초판 인쇄 부수도 천차만별이겠구나 싶었다. 초판 인쇄 부수 120권을 예로 들어보자. 만약 한 군데 책방에서만 내 책을 소개한다면 120부도 충분할 수 있다. 그러나 스무 군데 책방에 내 책을 동시 입고할 경우엔 (대개는 책방에서 첫 입 고 부수를 샘플 책 포함 여섯 권으로 받는다) 첫 입고와 동시에 나에게 남은 재고가 하나도 없어서, 책방에서 재입고 요청이 들어오면 바로 재인쇄하거나 다른 책방에서 재고를 가져와야 하는 불편함이 생긴다.

 

 

 

 

 


성향은 같지만
취향은 다른

'남편과 나는 취향은 비슷하지만, 성향은 180도 다르다.'

나카가와 히데코의 책 『나를 조금 바꾼다』에 나오는 문장이다. 맞아, 취향과 성향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지, 하고 새삼 깨달았다. 발음이 비슷한 두 단어가 한 문장에 나란히 배치된 것도 인상적이었다.

우리 부부를 보면, 성향은 비슷한데 취향은 180도 다른 사이다. 남편도 나도 내향적인 데다 진득한 성격이라, 자주 연락하고 만나는 친구가 서너 명으로 고정되어 있고, 동호회나 새로운 취미 활동에는 관심이 없다. 한 주를 보내는 생활 패턴도 지극히 단조롭다. 주중에는 일하고 살림하는 시간 외에 같이 장을 보거나, 저녁으로 집밥을 먹으며 넷플릭스에 뜬 영화와 드라마를 보거나, 잠들기 전까지 나는 책을 읽고 남편은 게임을 하는 여가가 전부다. 주말에도 역시나 토, 일 중 하루 시간을 내어 같이 장을 보고, 집밥을 먹으며...

 

 

 

 

 

강다방 이야기공장
강원도 강릉시 용지로 162 (옥천동 3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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