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다방 이야기공장/입점 도서 소개

[강릉 작가, 그림책] 동쪽 소식

강다방 2022. 5. 16. 19:47

 

 

 

 

독립출판물,

강릉 관련 도서, 강릉 사람이 쓴 그림책
동쪽 소식, 윤의진

 

 

강릉으로 이주하여 그림을 그리는 작가의 강릉 풍경 그림책. 윤의진 작가는 강릉을 배경으로 여러 그림책을 만들었는데 <동쪽 소식>은 <동쪽 수집>의 뒤를 이어 만든 2번째 책이다. 각 시리즈 마다 그림의 분위기가 조금씩 다른데, <동쪽 소식>에는 바다가 더 많이 등장하고 이전과 비교하여 글이 길어졌다. 윤의진 작가의 책은 동쪽 수집 > 동쪽 소식 > 우리의 동쪽 순으로 세계관이 이어지니 다른 책들도 함께 읽어 보면 좋다.

 

 

제목 : 동쪽 수집
저자 : 윤의진
펴낸곳 : 물고기이발관
제본 형식 : 종이책 - 양장본
쪽수 : 48쪽
크기 : 260x210mm
가격 : 10,000원
발행일 : 2020년 8월 20일
ISBN : -

 

 

 

강다방 이야기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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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물, 강릉 작가] 동쪽 소식 : 강다방

[강다방] 강릉의 이야기를 담은 독립서점, 헌책방, 출판사, 기념품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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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윤의진

https://www.eastcollection.kr/

https://www.instagram.com/yuneuijin/

 

동쪽수집

동쪽수집은 강원도 영동지방의 지리적 위치를 가리키며, 일러스트레이터 윤의진이 동쪽 마을의 풍경과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 모았습니다.

www.eastcollection.kr

 

출판사 물고기이발관

https://www.instagram.com/donggil1984/

 

 

 

 

 

윤의진 그림책
동쪽 수집 다음 이야기
동쪽 소식

 

 

 

 

 

물결이 부는 모양

물에도 공식이 있다.
흐르는 물, 담겨 있는 물, 뛰어내리는 물, 등등.
그중에서 내가 제일 잘 아는 물은 해변에서 가까운 바닷물이다.

파도가 많이 치는 날은 무서워서 가까이에서 볼 순 없지만 아주 잔잔한 날,
누군가 입으로 후 불어서 아주 작은 물결들을 만들어 내는 것 같은 날에는
그 공식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수많은 작은 동그라미들이 부딪혀 부드럽게 찌그러지고 밀리고 흘러간다.
마치 자기들끼리 재미있는 놀이를 하는 듯, 햇살이 비치면 쪼르르 달리는
모양이 고스란히 물 그림자로 비친다. 아름다운 동그란 물결들이 쉬지도
않고 요리조리 달려 나간다. 가볍고 맑은 웃음소리가 울린다.

 

 

 

 

 

여름이니까

 

 

 

 


연두의 성장 일기

연두.
그는 우리집의 다섯 번째 막내아이로 아직 성묘가 되지 못한 어린 고양이이다. 검은 마스크와 망토를 두른 아이를 우리는 생후 2개월에 만났다.

아주 오랜만에 밖에서 가볍게 술 한 잔을 하고 집에 돌아가던 길이었다. 어두운 밤, 차들이 쌩쌩 달리는 4차선 도로를 하얀 엉덩이가 잔영을 남기며 달려가 도로 맞은편 풀숲에 폭 하고 처박혔고 이를 목격한 우리는 지나치게 눈에 띄는 하얀 엉덩이를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곧 정신을 차리고 집으로 돌아가 사료 봉지를 가져와 근처에 뜯어주었다. 그동안 아이는 풀속에 폭 숨어 꺄욱! 아욱! 야~~옥! 깍! 등등 총천연색의 목소리를 뽐내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너! 나를 보고 가라!” 라고 외치고 있었다. 그걸 보고 진작에 눈치챘어야 했는데.
그 아이가 보통이 아님을.

상태가 깨끗한 편이어서 주위에 어미가 있을 것 같아 육교를 건너 집에 가려고 하자 토끼처럼 뛰어나와 육교를 한 계단 한 계단, 그 작은 발로 힘들게 힘들게 넘어 나를 따라잡더니 한순간에 품에 쏙 뛰어들었다.

마치 영화처럼, 운명처럼, 그냥 폴 인 러브였다.

힘없는 인간은 그렇게 쉽게 사랑에 빠져버렸고 아이를 꼭 안고 생각했다.

'일단 지나치게 사람의 손에 익숙하다. 고 지나가는 사람마다 시비(또는 아는 척)를...

 

 

 

 

 

봄의 행차길

 

 

 

 

초록 안식

 

 

 

 

 

강원도 산에는 20미터, 아니 10미터 이내로 무덤이 없는 자리는 찾기 어려울 정도로 묘지로 빽빽하다. 당연히 산에는 할머니 묘말고도 바로 근처에 증조, 고조 때의 여러 조상님들과 자식들, 친척들의 무덤 천지였고 풀어놓은 소가 죄다 밟고 파고 뜯고 다닐 정도로 좋은 산도, 땅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아빠는 그렇게 살뜰히 할머니의 묘를 쓰다듬고 삽질하고 정돈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있을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나는 벌레도 잡고 잠도 자며 그렇게 무덤가가 친숙한 아이로 자랐다. 어른이 되어서는 그 뙤약볕이 내리쬐고 냄새나고 풀도 많고 벌도 많은 그곳이 싫어서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거절하다 아예 가지 않게 되었다.

그런 내가 동쪽에 풍경들을 그리고 살피면서 눈길이 가는 곳이 조용하고 오래된 무덤가라니. 참.

강원도에는 유난히 무덤들이 많다. 산에 많은 건 물론이거니와 바닷가와 해변이 바로 연결되어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걸어 다니는 땅에도 2미터도 안되는 간격으로 오래된 무덤들이 깔려있는 곳도 있다. 대부분 오래됐고 비석이 있기도 없기도 하며 동물들이 밟았는지 풍화로 침체됐는지 모를 상한 무덤들도 많다.

나는 늘 무덤들에 눈길이 간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 와서 한참을 쓰다듬고 갔을지 모를, 한쪽에 몰리지 않게 신경 써서 골고루 술을 부어 놓았을지 모를, 일상 속에 언제나 존재하지만 그것이 왜 죽음인지 모를, 그 흔적들에 눈이 간다.

이곳은 내가 정말 특별히 좋아하는 무덤가이다. 인적이 드문 큰 도로가 바로 옆에 있는데 오래된 흔적에도 불구하고 작은 봉분이 무너지지 않고 아주 동그랗게 잘 유지되어 있는 곳이다. 후손들이 매해 정말 관리를 잘해서 잡초가 삐죽하고 자라거나 근처의 숲에 시야가 가려지는 경우가 거의 없는 예쁜 무덤가이다. 그런데 요 근래 하루 걸러 하루 비가 오고 햇볕도 쨍쨍해서 그런지 일주일도 안돼서 바야바처럼 수북하게 풀이 자랐는데 그 모습이 무척 귀여웠다. 그래서 발 빠른 후손들이 벌초를 해버리기 전에 얼른 촬영을 다녀왔다.

차를 갓길에 대고 카메라를 들고 가까이 다가서니 어디선가 물소리가 들렸다. 몰랐는데 묘지 바로 앞에 작은 시냇물이 흐르고 있었고 아주 작고 오래된 나무다리로 건널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그렇게 오래 지나다녀도 몰 랐는데 정말 명당이라고 생각하며 작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잠시만 있다가 가겠습니다.'

며칠 동안 비가 내려서 축축하게 젖은 풀냄새가 났고 바로 봉분 위의 숲에는 아카시아꽃이 피어 좋은 향기도 났다. 아주 작은 묘라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컸고 묵직하고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바로 뒤에 있는 숲이 마치 묘를 감싸 안아주는 모양이었고 오후가 되자, 지는 햇빛에 색색깔로 나뭇잎이 물들어 마치 꿈처럼 아름다웠다. 마치 무덤의 주인과 숲이 사이좋은 친구가 되어 이 평화를 즐기고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

어릴 적 아빠가 할머니 묘 주위에 있는 풀이며 벌레는 모두 다 할머니 친구라고 했는데 그 영향이 있는 걸까.

오늘도 무덤가 풍경을 훑어보며 사랑하는 사람들을 묻고 그 땅과 자연까지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한다. 죽음은 이렇게나 일상에 가득한데 나는 왜 아직도 이렇게 모르는 게 많은지 모르겠다.

그래서 아주 오래, 죽을 때까지 오래 생각해보고 싶다.

 

 

 

 

 

 

꿈결

 

우리의 바다.

우리 꿈속의 바다.

 

 

 

 

 

동쪽 소식
기록의 위치

날달맞이꽃 : 강원도 강릉시 명주동 골목
물결이 부는 모양 : 강원도 강릉시 사천해변
여름이니까 : 강릉 작가의 집
여름 정물 : 강원도 강릉시 명주동 봉봉방앗간
여름의 시작 : 강원도 춘천시 강원대학교 연적지
오월의 거울 : 강원도 강릉시 안현로길
연두의 성장 일기 : 강릉 작가의 집
춤추는 향나무 : 강원도 강릉시 순개울해변 근처
새순이 돋기를 기다렸지 : 강원도 강릉시 경포천 버드나무 아래
봄의 행차길 : 강원도 강릉시 사천해변
다듬어지지 않을 정원 : 강원도 강릉시 허균허난설헌 기념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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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강릉시 용지로 162 (옥천동 3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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