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다방 이야기공장/입점 도서 소개

[독립출판물, 일기] 잘 살아야 되, 박수옥

강다방 2022. 5. 3. 17:44

 

 

 

 

독립출판물, 에세이
잘 살아야 되, 박수옥


강릉의 또 다른 독립책방이자 출판사인 깨북 사장님이 만든 책. 깨북 사장님 어머니의 투병 생활 이야기를 쓴 책이다. 손바닥만한 크기의 책이고 27쪽으로 되어있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이 책은 깨북에도 있으나 사장님은 부끄러우신지 손님들이 못 보는 곳에 이 책을 숨겨두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부모님이 그리워진다. 책의 제목처럼 우리 모두 잘 살아가길...

 

 

 

제목 : 잘 살아야 되
저자 : 박수옥
펴낸곳 : 참깨
제본 형식 : 종이책 - 무선제본
쪽수 : 27쪽
크기 : 105x148mm
가격 : 3,000원
발행일 : 2020년 4월 20일
ISBN : 979-11-970206-0-5 [04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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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물] 잘 살아야 되 : 강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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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은 모두 작가다 3
잘 살아야 되
박수옥

 

 

 

 

 

프롤로그.

긴 투병 생활 청산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먼길 마다않고 팔십 노구에 문병 온 형제자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서천 막내동생 먹거리 세밀하게 준비해 온 것 감사합니다.
오신 손님 기쁘게 대접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밤에 잘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일찍 일어나 샤워실에서 머리 감고 묵상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죽이라도 메스껍지 않고 먹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건강한 남편 곁에 있어 감사합니다.

감사일기 중

박수옥님의 꿈을 이루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01
키 150cm, 몸무게 58kg, 나이 71세 그게 나였다.
늘 뚱뚱하고 종아리가 굵어 치마 입기 거북하고,
생전 입맛 없는 일 모르고, 체해 본 적도 없고,
살 빼야지 하며 아침 식사를 귀리와 우유 한 잔으로
수개월 선식도 했다.
죄 없는 남편도 같이...
여름에 허리가 쏙 들어갈 원피스 입어보는 게 내 소원이다.

02
2013년 4월 허리 협착증 수술
2014년 2월 유방암 초기 발견 수술. 2차 허리 시술
2018년 12월 무름 인공관절 양쪽 함께 대수술
잘 이겨내고 견디고 회복도 빨랐다.
병원장님께서 참 잘 참는다고 칭찬도 했다.

03
정형외과 약이 독한 것 같다.
입에 침이 마르고 물이 자꾸 먹힌다.
하루 2회 복용하던 약 3회 복용한 탓이려니 했다.
어느 날 자고 나면 몸무게가 급격히 빠지는 듯하다.

 

 

 

 


10
소변 색깔이 진노랑색
대변은 회색
살다 살다 흰색 가까운 대변은 처음 봤다.
병원에서 담도가 막혔단다.
12일간 입원 생활이 시작되었다.
내시경으로 뚫고 또 담도에 관 삽입하고
8일 동안 수액만 맞고 굶었다.
4일은 미음과 죽 먹다가 퇴원했다.

11
병원에 있을 때 입 퇴원하는 환우들이 똑같은 질문을 했다.
허리 협착증 증세로 수년간 왼쪽 다리가 저리다.
밤에는 더욱 심해서 마사지가 아니면 한숨도 잘 수가 없다.
그런 나에게 남편이 늘 하루도 거르지 않고 누가 보든 말든
다리를 주물러 주는데 옆자리 환우가 말했다.
큰아들이냐고, 어이없고 황당했지만 내가 봐도 사실이다.
46kg에 머리는 백발에 내 몰골 80살로 보인다.
동갑내기 남편은 60살로 보이고.
그러니 아들 일수 밖에 ᄏᄏ

 

 

 

 

 


미칠 것 같다.
그렇게 그렇게 지옥 같은 병상 생활을 11일째 하고 퇴원했다.
집에 오니 살 것 같다.
고생하고, 돈 버리고.

14
아프지 말라고 키보드 사 준 건데 자존심 다 구겼다.
또 친정 형제들이 원거리 마다 않고 다 모였다.
부산에 사는 언니, 춘천 오빠 내외, 대구 동생 내외,
서천 막내동생.
며칠 전 병원에 다들 다녀갔는데 또 먼 길 마다 않고 다 모였다.
막내는 횟감을 준비하고 올케는 쑥국 끓일 준비해
퇴원 축하한단다.
애틋한 진한 형제 우애에 눈물겹다.
오래오래 건강해서 행복하고 싶다.

15
자식은 아무리 나이가 먹어도 사랑으로 키우고
사랑을 주고 마치는 게 인지상정이다.
누가 말했다.
자식은 태어나면서부터 부모 가슴에 돌 한 개 얹어 놓고

 

 

 

 

 


평생 내려가지 않는 게 자식이라고...
지네는 부모 몰래 외국 여행을 가는 날도
부모는, 아니 나는 김치가 없을 텐데 무얼 먹고 사는지
노심초사다.
쓸데없는 걱정하지 말고 당신 몸이나 챙기라고 남편은 성화다.
언제 김치 한번 해 달란 말 한 적은 없지만
늘 담가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다.
내가 다리 수술만 아니었으면 벌써 두 어 차례 밑반찬이 오갔을 것이다.
열무김치, 오이소박이, 총각김치, 파김치, 얼른 나아서
바리바리 보내고 싶다.
왜? 그게 내 낙이니까.

16
2018년 12월 양다리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하고
정형외과에 한 달 입원을 했다.
큰아이는 자주 오가고 손주들도 오고 며느리도 다녀갔다.
할머니 빨리 나으세요. 기도 할게요.
토끼 같은 손녀들 돌아가면 금방 또 보고 싶다.
저들은 시간 내고 돈 들여 어렵게 다녀가는데
헌 데 작은아들네 식구들은 안 와 봤다.
가게도 옮기고 집도 이사하고 바쁜 줄 알지만
한 번 다녀가지 하며 자꾸 서운한 마음을 어쩔 수 없다.

 

 

 

 

 


21
남편이 전화해서 두 아들을 불렀다.
낌새가 좀 이상해서 남편을 다그쳤다.
여보! 나한테 뭐 감추는 것 있지?
담담하게 받아드릴 테니 말하라고...
진단이 췌장암이란다.
한 달이 넘도록 나 몰래 감추느라 얼마나 힘 들었을까?
담담하게 오히려 이제야 증상을 이해할 것 같다.
췌장암 생존율이 5%라는데 나에게 그 행운이 올까?
이제 모든 지인들에게 사실을 알려야겠다.
담담히 죽음의 준비를 맞아야 하니까.
기도해야 하니까.
하나님! 기적이 나에게도 임하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22
지난 12 월달에
무릎 관절 수술하려 병원에 가면서 치과에 들렸다.
윗니 2개가 자꾸 흔들리고 아파 수술 중에 아플까 걱정이 돼서다.
안전하게 뽑고 가는 게 좋겠다면서 발치를 했다.
퇴원하고 제일 먼저 치과에 들려 임플란트를 했다.
치아를 붙여야 하는데 기력이 바닥이나 영 기회가 생기질 않는다.
병원에서 여러 번 연락이 왔지만 차일 피일 미루고 지낸다.
이제 상황이 이렇게 되다 보니 그냥 지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24
2019년 4월 23일
「작은 아들에게 보내는 손 편지」

아들! 환우들이 곤히 잠들어 있는 오전 4시 병동
엄마는 습관처럼 눈이 떠져 뒤척이다 몇 자 적어본다.
한 번도 사랑하는 아들에게 손 편지 적어 본 기억이 없는 것
같구나 어쩌면 너는 어제일로 마음 쓰다 이제 잠자리에 들었을
지도 모르겠구나.
엄마가 조금만 더 이해했으면 아무 일도 없을 일을.
아들!
평소에 형하고 달리 속내를 잘 표현 하지 않는 우직한 성격을
너무나도 잘 아는 엄만데...
아마도 엄마가 극도로 쇠약해진 탓이라
아니 늙어가는 증세겠거니 라고 이해 하거라.
부모 도움 없이 자수성가해 아등바등 살려고 노력하는
너희부부가 늘 고맙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단다.
힘든 가운데 엄마 병원비 (적지 않은) 부담하겠다는 속내도
모르고...
마음 아프게 해서 미안해. 글구 아들! 사랑해
엄마 힘내서 퇴원하면 열무김치 맛있게 담가 보내 줄게
울지 말고 열심히 일 하거라.
사랑한다. ^^

 

 

 

 

 

에필로그.

이 책은 췌장암으로 투병하며 얼마 남지 않은 삶의 여정 속에서 일평생 동안 마음에 묻어 두었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 흔적 입니다.

어려서 공부를 많이 하지도 못했고,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나서도 늘 빠듯한 살림살이로 넉넉하지 못했지만, 당신보다 가족을 먼저 생각하고 또 다른 사람을 돌보며 '희생' 과 '사랑을 힘에 부치도록 살아내신 평범한 우리네 어머니의 글입니다. 우리는 그와 함께 살면서 사랑과 삶의 지혜와 유머를 배웠습니다.

짧지만 그가 남긴 글 마다 진하게 배어나온
소중한 인생의 흔적들을 느낍니다.
힘겹지만 멋지고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내신
당신을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사랑하는 당신을 사모합니다.

2020년 봄
故 박수옥 님을 기억하며 큰아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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